사회 사회일반

[기고] 재난영화, 그저 '영화'로 그쳐야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




지난해 우리나라 극장가에서 ‘부산행’ ‘터널’ ‘판도라’ 등의 재난 영화가 잇따라 개봉돼 큰 인기를 끌었다. ‘부산행’은 감염되는 바이러스를, ‘터널’은 무너지는 터널 사고를, ‘판도라’는 지진으로 인한 원자력 발전소의 폭발을 다뤘다. 이 영화들은 안전과 관련된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판해 뜨거운 관심과 반응을 이끌어냈다.


일각에서는 영화가 극적 요소를 끌어올리기 위해 실제보다 더 과장하고 국민들의 불안감을 지나치게 부추긴다는 의견을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 영화의 흥행 돌풍은 영화적 재미와 함께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기대가 크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안전은 사후 대응보다 사전 예방이 더 중요하다. ‘부산행’은 안전관리 미흡, ‘터널’은 부실한 공사, ‘판도라’는 불량부품을 사용함으로써 사고로 이어지는 상황을 그렸다. 결국 세 가지 모두 미리 막고 예방할 수 있었던 ‘인재(人災)’였다.


국민안전처는 인재를 막기 위해 정부와 민간이 함께하는 예방활동으로 국가안전대진단을 추진해오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민간 전문가와 함께 시설물·건축물 등에 대한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국민들은 안전신문고를 통해 생활 속 안전 위협요소를 신고하고 개선사항을 제안한다. 지난해에는 서울 내부순환로 정릉천 고가교 긴급 안전조치 등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안전관리에 대한 국민 참여를 확대하는 등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다수의 시설을 점검하는 데 따른 일선 점검인력 부족 등의 문제점이 제기된 것도 사실이다.

관련기사



시행 3년 차를 맞은 국가안전대진단은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올해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취약시설 중심으로 안전점검을 할 계획이다. 지난해 76일이었던 기간을 올해는 54일(2월6~3월31일)로 조정하고 49만개소였던 진단 대상 시설도 33만여개소로 압축했다. 특히 올해는 공공시설보다 안전관리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건설현장·전통시장·다중이용시설 등 민간시설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시설물의 구조적 안전뿐 아니라 안전규정 준수 여부, 안전관리체계 등을 중점 점검하고 안전 사각지대를 발굴해 개선할 생각이다. 국민이 적극 동참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했다. 안전신문고를 통해 신고된 생활 주변의 위험요소를 개선하고 원전 및 화학물질 등 전문성이 있는 분야는 내부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적극적인 공익신고도 유도할 계획이다.

영화에서 공통적으로 다루고 있는 인재가 현실에서는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와 국민 모두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선조들은 생활에서 안전을 실천해왔다. ‘유비무환(有備無患)’ ‘얕은 내도 깊게 건너라’ 등 안전과 관련된 옛 속담과 격언은 무수히 많다. 모든 재난과 사고를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지만 철저하게 준비해 피해를 줄여야 한다는 뜻이 담긴 말들이다.

안전점검이 수박 겉핥기에 그쳐서는 안 된다. 하나를 하더라도 제대로 해야 한다. 정부는 국가안전대진단으로 안전의 큰 틀을 점검하고 법과 제도를 지속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 국민들도 안전신문고를 통해 생활 속 안전 위험요소를 해소할 수 있도록 적극 동참한다면 영화 속 재난은 그저 영화에만 그칠 것이다.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

한영일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