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행(行) 가능성이 점쳐졌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자신의 입당 문제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새누리당에도 관심을 보이며 종착지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놨다. 반 전 총장을 중심으로 한 ‘헤쳐모여’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만큼 자신의 몸값을 최대한 올리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친반기문’ 세력을 불린 뒤 이를 바탕으로 제3지대를 구축, 지지층을 넓힌다는 포석이다.
반 전 총장은 23일 오전 서울 마포 가든호텔에서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 9명과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그는 이 자리에서 “새누리당에 가지 않는다는 말을 한 적이 없고 바른정당에 간다는 얘기도 제 입으로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민경욱 새누리당 의원이 전했다. 아울러 반 전 총장은 자신이 ‘보수세력 통합’에 중심이 되겠다는 뜻까지 내비쳤다. 민 의원은 “의원들이 보수 통합의 구심점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했고 (반 전 총장이) 이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중도사퇴는 없다. 끝까지 간다”는 의지도 보였다.
특히 반 전 총장은 일각에서 바른정당을 택할 것이라는 추측에 대해 선을 그으며 ‘어느 정당에 들어간다는 게 아니라 통합적으로 가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 전 총장은 지난 12일 ‘패권 정치 청산’을 주장하며 친박과 연대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바른정당에 입당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반 전 총장을 도우려는 새누리당 인사들의 2차 탈당이 가시화하면서 반 전 총장의 바른정당 입당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하지만 첫 현역 의원들과의 만남을 새누리당 의원들과 가지면서 입당 여부를 조기에 정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특정 정당행을 조기에 매듭지을 경우 외연 확대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당분간 시간을 벌며 ‘보수’를 매개로 자신과 함께할 인사들을 가급적 많이 끌어안을 것으로 보인다.
반 전 총장은 이날 회동에서 정치교체를 조건으로 한 개헌을 강조했다. 이는 개헌파인 손학규·김종인 등과 제3지대 구축에 나설 것임을 간접적으로 시사한 것이다. 반 전 총장은 지난 21일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독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반 전 총장 측 법률특보인 박민식 전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박연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