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움이 닥칠 때 친구란 존재는 많은 도움이 된다. 아무런 계산 없이, 여과 없이 나의 감정을 드러낼 수 있고, 우리만의 ‘편파적인’ 위안도 기대할 수 있다. 나의 또 다른 모습으로 투영되는 친구라는 존재는 대가 없는 축복처럼 나에게 한발 더 내디딜 수 있는 힘을 주곤 한다.
멘토는 친구와는 다른 의미로 나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나보다 한 발 앞에 서 있는 모습일 수도 있고, 전혀 다른 각도에서 나를 비추어 볼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놓치고 있던 부분을 일깨워주기도 하고,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분야로 생각의 지평을 넓혀 줄 수도 있다.
모든 것을 직접적인 경험으로 알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간접적으로 나의 지적, 경험적 지평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멘토와의 교류를 통해 얻을 수 있다. 그리고 그 교류는 책을 통해 얻거나 타인의 경험을 공유하면서 얻게 되는 지식보다 훨씬 더 가치 있고 지속적일 수 있다. 나와의 인간적 관계를 통해 형성 되는 만큼 관련성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멘토를 갖는 것은 그냥 얻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우연하고 자연스러운 기회에 교류를 시작하고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면서 상호 신뢰와 믿음이 형성되고, 종국엔 나의 멘토가 된다면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경우라도 내가 그와 친분을 유지하면서 서로가 성장할 수 있는 귀한 관계로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사람을 얻는다는 것이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어렵고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이번 편에서는 멘토를 얻는 몇 가지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멘토는 친구와는 다르다. 우상은 더더욱 아니다. 신문 기사에서 읽은 유명인, 우리 회사에서 잘 나가는 선배, 어쩌다 한 두 마디 나눈 게 전부인 존경하는 사장님일 수는 없다. 상호적이어야 하고 서로에게 인간적인 호감을 갖고 있는 것도 중요하다. 태도를 닮고 싶은 사람, 궁극적으로 삶에서의 지향점이 비슷한 사람이 중요한 것 같다. 같은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이나 비슷한 커리어를 쌓은 사람이라면 출발부터 공통점이 많겠지만, 꼭 그럴 필요는 없다. 좀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여러 가지 닥친 문제에 대해 색다른 관점을 주고 받을 수 있다면 그것도 바람직하다. 굳이 선배일 필요도 없다. 개인적으로 후배 멘토 예찬론자인 분들도 주변에 많다.
요즘 젊은 세대들의 일과 삶에 대한 색다른 관점을 접할 수 있고, 그들의 디지털 라이프에 대한 무궁무진한 열정과 기회를 함께 공유할 수 있다면 멋진 후배들도 얼마든지 멘토가 될 수 있다. 고전적 의미의 스승이 아닌 상호 자극이 될 수 있으면서, 본질적인 삶에 대한 태도에서 지향점이 비슷한 사람이 적합하다.
#관계를 시작하려면 용기를 가져라!
우연한 기회를 기다리지 말고 먼저 적극적으로 다가가 관계를 형성하는 것도 멘토를 얻고 싶은 자에게 필요한 용기라고 할 수 있다. 10년 넘게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후배 K의 경우, 매우 적극적으로 주변 관계에 공을 들이는 케이스다. 우연한 기회에 나에 대해 알게 됐고, 이메일을 통해 업무에 대한 조언을 받고 싶다고 연락한 것이 우리가 인연을 맺는 계기가 됐다. 분야도 다르고 함께 엮이는 지인들도 없는 관계이기 때문에 처음엔 다소 망설였지만, 일에 대한 열정과 그녀의 진솔함에 반하며 나도 모르게 마음을 열게 됐다. 서로의 어려움을 살피고, 회사를 옮기거나 부서를 옮길 때마다 같이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하고 있다. 출장 길에는 상대방을 위한 작은 선물을 전하면서 서로의 가족도 챙기는 관계로 발전하게 됐다.
시작은 어색했지만, 먼저 용기를 내어준 그녀가 내게는 무척 고마운 존재다. 지금은 내가 그녀의 조언을 더 많이 받게 되면서, 그녀는 나에게 소중한 멘토가 됐다. 누군가와 인연을 맺고 싶다면 때론 용기를 내어 한 발 앞으로 내딛는 ‘관계의 미학’을 그녀와 함께 하면서 배우게 됐다.
#도움을 청하라. 작은 도움부터 하나씩!
관계를 지속시킨다는 것은 정성이 필요한 일이다. 무엇을 얻겠다는 생각이 아닌 진정성 있게 서로를 챙기는 고운 마음의 정성 말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매우 편리하면서 유용한 도구다. 아주 작은 일이라도 서로 공유하면서 서로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만드는 건 무척 중요하다. 먼저 솔직하게 도움을 요청하는 용기도 필요하다. 귀찮아 하지 않을까 걱정하지 말고, 상대방이 작게라도 나를 도와줄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 의미 있다. 책을 추천 받거나 필요한 분야의 사람들을 소개 받거나 도움 될만한 자료 소스를 부탁하는 것도 좋겠다. 사람은 자신이 도움을 준 사람에 대해 호감을 갖기 마련이고, 더욱 더 보살피고 싶어한다. 기분도 덩달아 좋아진다. 나로서는 고마움의 표시로 자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는 만큼 일거양득이다. 좋은 일, 기쁜 일만 공유하지 말고 사소한 어려움부터 서로를 도울 수 있게 끊임 없이 서로를 초대하자. 그러다 보면 서로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 됐다는 벅찬 기쁨과 함께 더 많은 도움을 주고 싶은 관계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최명화 최명화&파트너스 대표 myoungwha.choi00@gmail.com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의 마케팅 컨설턴트, LG전자 최연소 여성 상무, 두산그룹 브랜드 총괄 전무를 거쳐 현대자동차 최초의 여성 상무를 역임했다. 국내 대기업 최고 마케팅 책임자로 활약한 마케팅계의 파워 우먼으로 잘 알려져 있다.
현재 최명화&파트너스의 대표로 있으면서 국내외 기업 마케팅 컨설팅 및 여성 마케팅 임원 양성 교육 프로그램인 CMO(Chief Marketing Officer) 캠퍼스‘를 운영하고 있다. 오랜 직장 생활을 통해 직접 경험하고 터득한 ’조직에서 스마트하게 승리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현장 전략서 ’PLAN Z(21세기북스)‘를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