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현대사 속 권력의 민낯 신랄한 풍자 떳떳하게 얘기할 작품 만들고 싶었죠"

500만 돌파 영화 '더 킹'의 한재림 감독

짓밟힌 피해자 입장 대변아닌

상위 1% 검사들의 '가해 일기'

다규멘터리 형식으로 풀어내

주변에서 괜찮냐고 걱정해줘

술목고 귀가때 뒤돌아보기도

“우리는 늘 선택 속에 사는데 역사든 영화든 뒤를 돌아봤을 때 옳고 떳떳한 한 장면을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산업적인 측면에서의 영화와의 조화 속에서 그래도 부끄럽지 않은 이야기를 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어요.”

지난 1월18일 개봉한 이후 누적관객 500만 명을 돌파한 영화 ‘더 킹’을 연출한 한재림(42·사진) 감독을 서울경제신문이 만났다.

한재림은 ‘연애의 목적(2005)’, ‘우아한 세계(2007)’, ‘관상(2013)’ 등 탄탄한 스토리에 스타일리시한 영상미로 이미 ‘흥행 킹’의 반열에 오른 스타 감독이다. 대중성이 우선일 수 있는 스타 감독이 우리 사회의 최고 권력자들을 조롱 대상으로 만드는 영화 설정을 했다는 것은 의외였다는 질문에 한 감독은 “노무현 대통령 서거 소식이 이 작품의 시작”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노무현이라는 인물 자체가 저에게 주는 정치적인 의미는 없지만 그의 신념과 정의에 대한 고마움이 있었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그를 포함해서 그런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다는 부채의식이 늘 찜찜하게 남아 있었다”고 설명했다.


‘더 킹’은 사회 부조리 폭로 방식과 서술자의 위치가 기존 영화들이 해오던 것과 정반대다. ‘내부자들’처럼 권력에 의해 처절하게 짓밟힌 피해자의 입장에서 비장하게 써내려가는 식이 아닌, 상위 1%의 검사들의 ‘가해의 일기’를 써내려가고, 이 방식은 경쾌한 듯하면서도 블랙코미디를 연상케 한다. “고상한 척 하지만 대통령이 누가 될지 미리 알기 위해 무당을 찾는 등 권력자들의 민낯을 보여줌으로써 풍자하고 웃음을 유발하는 신명나는 마당놀이처럼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그들이 노는 장면도 어두워 보이는 룸살롱 대신 펜트하우스로 설정했고, 누구나 한번은 저렇게 ‘놀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판타지의 공간으로. 그런데 정작 그곳에서는 부장검사 한강식이 “내가 역사야. 그냥 권력 옆에 있어. 역사 앞에서 인상 쓰지 마. 정의, 애니?”라고 궤변을 늘어놓고, 그를 왕으로 모시듯 춤을 추는 모습도 우스꽝스럽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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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들의 뒤를 봐주는 조직이 조직폭력배라는 설정도 파격적이다. 이에 대해 한 감독은 “점잖게 이야기하다가 자기의 논리가 통하지 않으면 술자리에서도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 등에서 이미 권력자들의 치졸함을 보여줬다”며 “조폭은 그러한 그들의 폭력성을 극대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의 현대사를 통시적으로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형식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다큐멘터리를 차용한건 ‘포레스트 검프’ 방식으로 우리 현대사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 현대사 속에서 권력자들이 대체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에 대해서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권력의 세계를 이야기하는데 역사라는 팩트가 믿음을 심어주잖아요.”

‘더 킹’이 흥행은 물론 화제가 되면서 주변에서는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한 감독은 말했다. 실제로 ‘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은 ‘더 킹’ 보이콧을 하기도 했다. 한 감독은 “‘박사모’ 이야기는 들었다”며 “그러나 그들의 방식대로 우리는 우리의 방식대로 표현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주변에서 괜찮냐고 하도 걱정을 해줘서 술 먹고 밤에 집에 들어갈 때 저도 모르게 뒤를 돌아봐요”라고 말하며 웃음을 보였다.

사진제공=NEW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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