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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톡] '사임당' 이영애X '도봉순' 박보영, '외유내강' 카리스마가 빚어낸 '걸크러시' 매력

‘사임당, 빛의 일기(이하 사임당)’와 ‘힘쎈여자 도봉순’, 최근 여주인공을 타이틀롤로 내세운 두 편의 드라마가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이영애와 박보영이 각각 전작 ‘대장금’과 ‘오 나의 귀신님’ 이후 오랜만에 안방극장 컴백작으로 선택한 작품이라는 것과 더불어 두 배우에게 가장 최적화된 장르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첫 방송 전부터 팬들의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특히, 이영애와 박보영이 맡은 캐릭터 사임당과 도봉순은 ‘외유내강’과 ‘걸크러시’ 매력을 발산한다는 점에서 궤를 함께 하고 있다.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당당함과 사회를 향해 가하는 일침이 방송을 지켜보는 여성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까지 느끼게 하는 것.




SBS ‘사임당, 빛의 일기’ 방송화면SBS ‘사임당, 빛의 일기’ 방송화면


최근 ‘사임당’은 본격적으로 인물들의 악연의 대립 구도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한층 긴장감과 몰입감을 더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단연 사임당 이영애가 있었다. ‘사임당’ 측은 드라마 제작단계부터 기존의 율곡 이이의 어머니이자 ‘초충도’로 유명한 사임당의 모습만이 아닌 현재와 다를 바 없이 고단한 삶을 살았을 ‘조선의 워킹맘’이라는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할 것임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드라마 ‘사임당’ 속 사임당의 모습은 ‘자애로운 어머니’보다 한 단계 승화된 지점에서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특히, 운평사 사건 이후 붓을 놓고 평범한 여인으로서의 삶을 살아가던 사임당이 연이은 악재 속에서 어린 시절의 강단을 되찾아 가는 모습은 보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적지 않은 울림을 던져준다.

사임당은 남편 이원수(윤다훈 분)으로 인해 가세가 기울게 된 상황과 마주했을 때도, 이를 타개하기 위한 적극적인 태세를 취한다. 가정을 꾸려나가기 위해 직접 종이 만드는 방법을 익히는 것은 물론, 종이 만드는 비법을 배우기 위해 지장 만득(우현 분)과의 협상 능력까지 발휘하며 여성이라는 이유로 제약 받던 시대에 순응하지 않고 주체적으로 삶을 선택한다.

특히, 종이 생산을 위해 유민들을 설득하고 규합하는 장면에서 사임당표 리더십의 진면목이 발휘됐다. 휘음당(오윤아 분)과 민치형(최철호 분)의 계략으로 유민들에게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자, 사임당은 그들 앞에 무릎을 꿇으며 진심으로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또한, 유민들을 구하기 위해 전 재산을 내놓으며 “유민들도 조선의 당당한 백성”이라고 외치는 사임당의 모습은 부드럽고 우아한 외모 속에 굳은 심지를 간직한 ‘외유내강 카리스마’를 엿볼 수 있음과 동시에 신분제도가 뿌리 깊게 박혀있는 당시 사회에 통렬한 일침 한 방을 선사한다.

위기의 순간마다 회피하지 않고 당당하게 정면승부를 택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이영애의 전작 ‘대장금’ 속 캐릭터와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부드러워 보이지만 속은 단단하게 여물었고, 단단하지만 날카롭지는 않은 다면적인 캐릭터가 이영애라는 배우를 만나는 순간 더욱 극대화 되고 있다. ‘사임당’의 제작진이 “이영애는 사임당 그 자체다”라고 말하며 캐스팅 1순위에 이영애의 이름을 떠올린 이유를 그녀는 스스로 입증해 나가고 있다.

이영애가 ‘조선판 걸크러시’ 매력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면, 박보영은 ‘힘’ 하나로 전에 없던 여성 캐릭터의 탄생을 알렸다.

JTBC ‘힘쎈여자 도봉순’ 방송화면JTBC ‘힘쎈여자 도봉순’ 방송화면


‘힘쎈여자 도봉순’에서 박보영이 맡은 도봉순 역은 뭐 하나만 잘못 만지면 부서지고 으스러지는 괴력을 선천적으로 타고난 전대미문의 캐릭터로, 방송 전부터 박보영의 ‘하드캐리’ 향연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오 나의 귀신님’ 이후 약 2년 만에 컴백작으로 선택한 ‘힘쎈여자 도봉순’의 매력에 대해 “같은 여자로 살아가면서 힘이 센 봉순이에게 대리만족을 느꼈다”는 박보영의 언급처럼 겉으로 보기에는 연약한 여자의 모습 뒤에 숨겨진 괴력으로 불의를 응징하는 도봉순의 모습은 많은 여성 시청자들에게 사이다 한 병을 들이켠 듯 한 통쾌함을 맛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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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순의 매력은 1회부터 철철 흘러 넘쳤다. ‘남과 다름’이라는 이유로 옭아매는 사회적인 편견과 잣대를 피하기 위해 괴력을 숨기고 살아가고는 있지만, 버스 기사에게 일방적인 폭행을 가하고 있는 깡패들의 모습을 목격한 도봉순은 결국 그들을 힘으로 응징하기에 이른다.

따귀 한 방에 이가 4개나 빠지고, 대기권을 뚫을 듯이 하늘로 솟구치는 등 누가 봐도 터무니없어 보이는 B급 병맛 코드를 휘감은 CG를 활용하며, 이 작품은 판타지 소재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쾌감을 가져가면서도 현실적인 웃음을 동시에 잡았다.

특히, 1회 방송 중 공비서(전석호 분)과의 닭싸움 장면은 단연 압권이다. 안민혁(박형식 분)이 도봉순의 힘을 테스트하기 위해 즉석에서 닭싸움 대결을 해보라고 제안하자 공비서는 “내가 여자랑 닭싸움을 하다니 가문의 수치다”고 볼멘소리를 내뱉으며, 여성과의 힘 대결에 대한 불쾌함을 드러낸다.

하지만 도봉순의 가벼운(?) 발짓 한 번에 공비서는 벽에 구멍까지 내며 그대로 고꾸라졌고, 끝내는 구급차에 실려 가는 신세가 된다. 많은 부분이 개선되었다고는 하나 아직까지도 신체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여성이 상대적인 약자의 위치에 서있는 만큼, 도봉순의 이러한 모습은 방송을 지켜보는 일부 여성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로 환원되기도 한다.

물론, 도봉순의 매력을 ‘힘’ 하나로 갈무리 할 수는 없다. 경찰서에서 자신을 구해준 안민혁이 ‘고맙다는 말을 안하냐’고 채근하는 상황에서도 도봉순은 “남자로 태어났으면, 남자답게 사세요. 여자가 나설 동안에 구경만 한 주제에. 남자가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라고 일갈하는데 이어, 천재일우로 만난 취업 기회 앞에서도 4대 보험과 생리 휴가의 유무를 묻는가 하면 ‘스톡옵션’까지 제안하는 당찬 면모를 보여준다.

드라마 속 다소 황당한 설정에 박보영은 특유의 사랑스러움과 섬세한 표현력으로 설득력을 입히고 있다. 이제 겨우 2회 방송을 마친 드라마에 시청자들이 ‘역시 박보영’이라고 연호하며 호평을 보내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지난 방송을 통해 도봉순이 집 주변에서 벌어진 여성 살인 사건에 직접 적으로 휘말리게 될 것임이 암시된 바, 도봉순이 어떻게 위기들을 헤쳐 나갈지 향후 전개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서경스타 이하나기자 sestar@sedaily.com

이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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