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최종구 수출입은행장 "수은 위기 상황 극복이 내 역할"

"여기까지 오셨는데.. 다음에 말씀드리겠다" 발언 극도 자제

최종구최종구


최종구(60·사진) 신임 수출입은행장은 “수은은 현재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런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나가는 게 제 역할”이라고 말했다. 최 신임 행장은 지난 3일 밤 서울 송파구 자택 앞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단독으로 만나 “일부러 (여기까지) 찾아 오셨는데 죄송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 행장은 수은 경영에 대한 청사진 등을 묻는 구체적인 질문에 “다음에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최 행장에게는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에 물린 9조원의 자금과 1조원에 달하는 적자 해소, 성동조선해양 구조조정, 정부의 추가 출자 등 수출입은행이 안고 있는 실타래 같은 현안을 당장 풀어야 한다는 절박함이 엿보였다. 하지만 민감한 시기에 자칫 자신의 발언이 시장에 의도치 않은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구체적인 발언을 자제했다. 일부에서는 최 행장의 신중한 발언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 인사가 또다시 수은 사령탑에 오른 데 대한 불필요한 논란을 없애고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한 데 따른 SGI서울보증보험 임직원에 대한 인간적 미안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분석도 나왔다.

최 행장은 자신의 파격적인 발탁 배경에 대해 “수은의 여러 어려운 상황을 잘 풀어나가고 열심히 하라는 의미가 아니겠느냐”며 원론적 답변만 되풀이했다. 그러나 자신이 수은의 난제를 풀 구원투수로 투입됐다는 점을 강하게 부인하지는 않았다.


최 행장의 내정과 퇴임은 숨 가쁘게 이뤄졌다. 2일 기재부의 수은 행장 내정 소식이 알려진 후 최 행장은 3일 SGI서울보증보험 사장 이임식을 진행했다. 최 행장은 퇴임식을 한 시간 앞둔 당일 오후2시까지도 “아직 사무실 정리가 마무리되지 않았다”고 밝힐 정도로 이번 인사는 급박하게 진행됐다. 수은의 위기상황이 그만큼 만만찮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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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최 행장은 이임식 당일 오후 수출입은행으로부터 업무보고 자료를 건네받아 집중 검토하는 등 신속한 업무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의 경우에는 취임식 이후 부서별로 업무보고를 받지만 최 행장은 취임도 전에 업무파악에 나선 것이다. 실제 최 행장은 본지와 만난 3일 오후10시께 수출입은행 직원으로부터 주요 현황 등을 담은 업무보고 서류뭉치를 인편으로 건네받았다. 최 행장이 따로 요청한 서류인 듯했다. 그만큼 시간이 많지 않고 속도감 있게 현안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수은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때문에 지난해 1976년 설립 이후 40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규모도 1조원에 이른다. 더 심각한 것은 수은의 대우조선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9조2,000억원 수준으로 대우조선이 기사회생하지 않으면 그대로 수은의 부실로 전이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수은은 정부로부터 추가 출자를 받아야 하는 등 정부와 손발을 맞춰야 하는 상황이다. 기재부가 최 행장을 전격 발탁한 것도 이 같은 수은의 상황을 헤쳐나갈 선장이 절실히 필요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권에서는 최 행장이 국제금융에 해박하고 정부 부처와의 소통도 원활해 위기의 수출입은행을 구할 ‘구원투수’로 제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 행장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에서 19대 행장으로 공식 취임한다.

김흥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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