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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된 도시' 박광현 감독 "소외 당한 '작은 사람들'도 멋지게 해내는 모습 그렸죠"

영화 '조작된 도시' 250만 관객 눈앞

‘조작된 도시’ 박광현 감독이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송은석기자‘조작된 도시’ 박광현 감독이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송은석기자


폭탄을 맞은 옥수수가 ‘팝콘 눈’으로 쏟아지던 장면으로 유명한 ‘웰컴 투 동막골’을 연출한 박광현(48·사진) 감독이 12년의 절치부심 끝에 내놓은 ‘조작된 도시’가 250만 명 가량을 동원했다. 박 감독이 만들어낸 영상은 역시 기발했고, ‘작은 사람들’ 간의 연대와 공동체 의식은 따뜻했다. 힘겨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 세대를 위한 희망가와도 같은 ‘조작된 도시’로 사랑받고 있는 박 감독을 서울경제신문이 만났다. 그는 “현실에서 소외당하는 친구들이 게임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위로받았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필요 없게 된 능력을 가진 상징화된 인물로 구성된 팀을 만들고 그 ‘작은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멋지게 해내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박 감독의 ‘작은 사람들’의 승리는 영화 속에서 소형 경차에 외제차 엔진을 장착하고 고급 자동차들과 카 체이싱을 펼친다거나, 은둔형 외톨이 천재 해커 여울(심은경 분)이 놀라운 능력으로 사건의 전말이 파헤쳐지는 식으로 구현돼 관객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한편 희망으로 심장이 뛰게 만든다.

영화는 게임 커뮤니티 리더이자 백수인 권유(지창욱 분)가 살인범으로 몰리자 그를 구하러 나선 온라인 게임 커뮤니티 팀원 간의 처절한 모험과 고군분투를 그렸다.

‘조작된 도시’ 박광현 감독이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송은석기자‘조작된 도시’ 박광현 감독이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송은석기자


그리고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영화 앞뒤에 배치한 천상병 시인의 ‘나무’라는 시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사람들은 모두 그 나무를 썩은 나무라고 그랬다. 그러나 나는 그 나무가 썩은 나무가 아니라고 그랬다.” 박 감독은 “공부 외의 가치나 물질에만 몰두하게 하는 사회는 ‘썩은 나무’ 같다. 썩은 나무 같은 세상에서는 젊은 세대는 썩은 나무로 밖에 성장하지 못하고 그건 어른들의 폭력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나는 시에서처럼 ‘썩은 나무’가 무럭무럭 자라나는 판타지이자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 ‘조작된 도시’ /사진제공=CJ E&M영화 ‘조작된 도시’ /사진제공=CJ E&M


사람과 사람 간의 연대와 공동체 의식은 ‘조작된 도시’를 관통하는 또 하나는 통찰이자 희망이다. 영화에서는 거대한 권력의 조작에 영문도 모른 채 휘말린 후 죄수가 되고 탈옥을 감행하는 권유를 돕는 ‘흑인 부부’, 권유의 무고가 입증된 후 팀원들이 커다란 밥상을 차려놓고 행복하게 밥을 먹는 장면 등이 아름다운 이미지로 그려진 것. “누군가에게 쫓기는 상황이라는 걸 직감적으로 안 흑인 부부가 권유를 돕는데, 흑인들은 언제나 차별받는 존재잖아요, 사회적 약자. 아파본 사람만이 상대의 상처를 알 수 있는데 권유의 억울함과 상처를 아는 인물로 흑인이면 어떨까 싶었어요. 여담이지만 흑인 부부 중 아내는 방송인 샘 오취리의 사촌 누나예요.” 박 감독은 이어 “패스트 푸드만 먹을 것 같은 아이들이 고봉밥에 여러 가지 반찬이 한가득 찬 ‘할머니 밥상’을 차려 놓고 밥을 함께 먹는 따뜻함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영화 ‘조작된 도시’ /사진제공=CJ E&M영화 ‘조작된 도시’ /사진제공=CJ E&M


박 감독은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공부 외의 능력은 무시당하고, 돈이 최고의 가치인 시대를 만든 어른들의 미안함을 담았어요.” 감독의 바람대로 1020세대는 ‘조작된 도시’를 통해 자신의 소중함을 깨달았을까.


사진=송은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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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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