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갈 곳 없는 토종 핸드백

설 자리 잃은 토종 핸드백

가격 낮춘 수입백과 유행 민감 트렌디백에 치여


아예 비싼 명품 사거나 저렴한 에코백 사거나

롯데백화점은 봄 시즌을 맞아 지하 1층 핸드백 매장을 새롭게 단장했다. 헤지스, 힐리앤서스, 라베노바 등 11개 토종 브랜드를 철수시키는 대신 가성비 높은 수입 핸드백과 수입 화장품을 그 자리에 심었다. 그나마 MCM, 루이까또즈, 쿠론, 루즈앤라운지 등이 살아남아 토종 핸드백의 명맥을 지켰다.

토종 핸드백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소비 양극화의 칼날을 그대로 맞아 높은 원가와 가격 차가 좁아진 수입 핸드백, 유행에 민감한 트렌디백 사이에 끼여 점차 갈 곳이 없어지고 있다.

1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본점 핸드백 상품군 신장률은 2013년 13.7%로 정점을 찍은 후 내리막길을 걷더니 지난해 처음으로 -1.2% 역신장했다. 롯데백화점은 핸드백 매출이 뒷걸음질 친 주원인으로 과거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백화점 대거 입점한 토종 핸드백 브랜드들의 매출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이번에 새롭게 매장을 단장하면서 생긴 국내 핸드백 브랜드의 빈 자리는 수입 브랜드로 채워졌다. 지하 1층 핸드백 코너에 새롭게 들어온 브랜드는 최근 뜨고 있는 수입 핸드백 ‘칼 라거펠드’ ‘파슬’ ‘브릭스’ ‘브릭스앤릴리’ 등이다. 가성비가 높은 트렌디백의 대표주자 ‘델라스텔라’ ‘애크타’도 전격 배치했다. 아울러 직구족들에게 입소문 난 폴란드 메이크업 브랜드 ‘잉글롯’을 비롯해 유인나 화장품으로 유명한 ‘어딕션’이 뉴페이스로 등장했다.

이처럼 토종 핸드백이 맥을 못 추는 데는 불경기로 소비 양극화가 심화 되는 가운데 갈수록 가격대가 높아지는 로컬 핸드백에 지갑을 여는 고객이 사라지고 있어서다. 로컬 핸드백은 최근 몇 년 사이 해외 브랜드에 뒤떨어지지 않도록 품질을 높이고 디자인과 장식에 더 신경을 쓰는 바람에 가격이 지속적으로 올랐다. 반면 명품백을 제외한 수입 핸드백은 갈수록 가격이 낮아지는 추세다. 소비자들은 이 정도 값이면 돈 좀 더 주고 명품백이나 마르니, 끌로에, 스텔라맥카트니 같은 컨템포러리백을 사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수입 핸드백들은 오히려 가격 정체성이 무너져 갈수록 가격을 낮추거나 좀 더 저렴한 ‘세컨드 브랜드’를 출시함에 따라 국산 브랜드와의 가격 차가 현저히 줄었다”고 전했다.

대표적으로 샤넬 수석디자이너 출신 칼 라거펠드의 핸드백 브랜드 ‘칼 라거펠드’는 명품스러운 감성을 간직하면서도 가격은 샤넬의 10분의 1 수준도 안되는 ‘리틀 샤넬’로 통해 국산 핸드백의 최대 강적으로 떠올랐다. 더욱이 실용성 높은 에코백이나 유행을 바로 반영하되 소재 등 원가를 줄여 저렴한 SPA형 가방인 ‘트렌디백’이 젊은 층을 사로잡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등 해외 시장을 바라보고 본점을 상징적으로 운영해 온 업체의 타격도 예상된다”며 “하지만 불황이 장기화 되는 상황에서 토종 브랜드가 현실을 직시한 변신이 필요할 때”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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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 본점 핸드백 상품군 성장률 (단위:%)

2013 13.7

2014 2.8

2015 2.3

2016 -1.2

*자료=롯데백 제공

브릭스브릭스




파슬파슬


칼 라거펠드 고양이 백칼 라거펠드 고양이 백


폴란드 메이크업 브랜드 ‘잉글롯’폴란드 메이크업 브랜드 ‘잉글롯’




심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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