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신한금융 차기 회장·행장 선출 과정에서도 신한금융의 그림자가 됐던 ‘신한 사태’가 대법원 판결로 일단 종지부를 찍게 됐다. 법적 공방은 일단락됐지만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이 이제는 ‘금융지주가 응답할 차례’라며 공을 신한지주에 넘기면서 스톡옵션 지급 여부 등을 두고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신한금융은 일단 법적 논쟁이 종지부를 찍었다는 점에서 안도하면서도 오는 23일 조용병 금융지주 회장 체제 개막을 앞두고 이번 논란이 신한 사태 여진으로 비칠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법원 1부는 9일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신 전 사장의 상고심에서 벌금 2,0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지난 2010년 9월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이 신 전 사장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시작된 신한 사태는 1·2심에 이어 대법원 판단까지 나오면서 법적으로는 7년 만에 마침표를 찍게 된 것이다. 이에 신 전 사장은 이날 “판결에 아쉬움이 남지만 은행에서 제기했던 횡령에 대해서는 무죄가 나왔으니 이제 은행에서 명예회복을 위해 응답할 차례”라며 “이 전 행장이 고소한 것이니 은행 등 금융지주의 진정성 있는 대답이 나오는지 볼 것”이라면서 이 논란이 끝나지 않음을 다시 한번 시사했다.
이번 판결로 법적 공방 외에 신 전 사장의 명예회복 등을 둘러싼 논란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제 관건은 신 전 사장의 명예회복과 신한 사태 이후 신한금융 이사회가 신 전 사장에 대해 보류한 스톡옵션의 지급 여부다. 신 전 사장은 2005년부터 2008년까지 부여받은 스톡옵션 중에 총 23만7,678주에 대해 행사가 보류됐다. 2005년과 2006년에 부여받은 스톡옵션 행사가격이 2만~3만원대로 낮은 점을 고려하면 권한을 행사할 경우 20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 현재 주가(8일 종가)는 4만7,950원으로 지급 당시보다 많게는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신한금융은 신 전 사장의 스톡옵션 등 회사 차원의 명예회복에 대해 보수적인 태도를 보였다. 2014년 초 신 전 사장이 2심에서 배임 등에 대한 무죄 선고를 받은 후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을 만나 자신의 명예회복 등을 요구하기도 했지만 한 회장은 “후배들 마음을 아프게 했고 신한을 사랑했던 고객들로부터 신뢰가 떨어진 것도 틀림없다”면서 “한발 더 나아가 반성도 해야 한다”면서 신 전 사장의 요구를 단칼에 정리한 바 있다.
이달 말 신한 사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조 신임 회장 체제가 예고된 상황에서 조 회장 내정자가 어떤 식으로 종지부를 찍을지 관심이 쏠린다. 신한금융 내부에서는 두 가지 의견이 모두 공존한다. 신한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벌금이라도 해도 넓은 의미로는 유죄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일부 유죄를 확정받은 전직 임원에게 스톡옵션 등 성과금을 지급하는 것은 소액주주들이 배임에 따른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열려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한 관계자는 “조 내정자의 포스트 한동우 체제 돌입을 앞두고 7년 전 신한 사태가 거론되는 것 자체가 외부에서는 신한 사태의 여진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성과급을 일부 타협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신 전 사장은 2005∼2009년 경영자문료 15억6,000만원을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와 2006∼2007년 총 438억원을 부당 대출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로 기소됐다. 2008∼2010년 재일교포 주주 3명에게 8억6,000만원을 받은 혐의(금융지주회사법 위반)도 적용됐다.
/김보리·노현섭기자 bor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