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사드 유탄' 금융사 中 진출도 급제동

농협금융 협력사업 지지부진

하나·코리안리 등도 차질 우려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으로 현지 진출 국내 은행들에도 이상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그동안 중국의 깐깐한 금융규제로 현지진출 사업 속도가 느렸는데 이번에 사드 보복까지 겹치면서 사업이 올스톱될 수 있다는 것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과 코리안리·KEB하나은행 등 중국 현지진출을 적극 추진해온 국내 금융사들이 현지사업을 전면 재점검하고 있다. 혹시 사드 갈등의 불똥이 중국의 금융규제 강화로 이어져 현지진출이 더 더뎌지거나 아예 막힐 수 있어서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중국의) 사드 보복이 장기화되면 국내 은행권의 중국 진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지금은 예의주시하는 단계지만 중국의 반한(反韓) 분위기가 어디까지 튈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중국 공안당국은 현지 반한 분위기 확산을 의식해 우리나라 은행 지점에 대한 순찰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 지점 내 중국인 직원과 한국인 직원 간 마찰을 우려해서라는 것이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실제 농협금융이 야심 차게 준비해온 중국 공소합작총사와의 협력사업이 올 들어 예상보다 현저히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금융은 지난해 1월 공소그룹유한회사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지난해 말까지 인터넷 소액대출 회사를 설립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아직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또 올해까지 손해보험사를 설립할 계획이었지만 이마저 중국 금융당국의 최종 승인이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금융 측은 “중국 금융당국의 승인절차가 까다로워 예정보다 시간이 더 걸리는 것일 뿐”이라는 입장이지만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최근 불거진 양국 간 사드 갈등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공소그룹은 중국 국무원 산하기관인 공소합작총사가 100% 출자한 기업으로 중국 내 반한 분위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사실상 국내 은행들의 중국 진출이 늦어지는 데는 사드 보복의 영향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사드 유탄을 맞기는 KEB하나은행도 비슷하다. 중국 진출에 적극적인 KEB하나은행은 현지 31개 분행장을 모두 중국인으로 교체하고 중국 지린성과 중민국제융자리스에 지분을 투자하는 등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을 보여왔다. 하지만 이 같은 현지화 전략이 사드 갈등 장기화로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보험업계에서는 국내 재보험사인 코리안리가 지난 2014년 말 중국 상하이지점의 인가를 신청하고 지난해 6월 첫 심의위원회가 열렸지만 지난해 7월 사드 배치가 결정된 후 9개월째 승인이 나지 않는 등 답보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중국의 사드 보복이 장기화되면 은행들의 현지 사업이 줄줄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며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보리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