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12일 헌재 심판 불복 선언과 함께 ‘사저 정치’를 시작하려고 마음먹은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이 무엇을 노리고 정치 행보에 시동을 거는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자유한국당 내 친박 의원 일부는 박 대통령의 사저 정치를 돕기로 했다. 서청원·최경환 의원은 총괄 업무를, 윤상현·조원진·이우현 의원은 정무, 김진태 의원은 법률, 박대출 의원은 수행 업무를 맡는다. 전날 박 전 대통령의 성명을 대신 읽은 민경욱 의원은 대변인 역할을 하기로 했다. 이들이 일명 ‘삼성동 라인업’이다.
정치권은 과거 3김시대 당 총재 사저에서 정치가 이뤄지던 것과 같이 박 전 대통령과 이들 라인업이 삼성동 사저를 중심으로 정치 세력화를 시도해나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정치권은 박 전 대통령의 노림수가 무엇인가에 대해 두 가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우선 박 대통령이 사저에서 세력을 모아 보수 정권 재창출을 도우려고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명에서 알 수 있듯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특기를 살려 이번 대선판에도 영향을 미치려고 한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다음 정권이 어디로 가느냐에 박 전 대통령의 모든 것이 걸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사법적 위험 수위를 낮추고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한국당 후보 당선을 물밑에서 지원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치적 신원(伸寃), 다시 말해 원통함을 풀기 위해서라도 보수 재집권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사저 정치를 하기로 했다는 분석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어제(12일) 민경욱 의원을 통해 발표한 성명 내용은 그 자체로 정치”라며 “변호인이 아닌 현직 국회의원을 시켜 성명을 발표한 것은 정치투쟁을 시작하겠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에 대응하는 수단으로 사저 정치를 택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 수사에 불응하기 위해 친박 정치인들로 보호막을 치고 농성전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박사모 또한 박 전 대통령 사저 주변에 향후 40일치의 집회신고를 해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진을 치고 길을 막을 경우 검찰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강제수사를 집행하기가 상당히 곤란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의 헌재 판결에 불복 입장을 밝힌 데 이어 사저 정치에 돌입하면서 보수 세력이 박 전 대통령의 입장에 동의하는 세력과 그렇지 않은 세력으로 한 차례 더 분화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한국당 내 친박도 ‘사저파’와 여기에 동조하지 않는 의원들로 나뉘어 뜻을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