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박 前대통령 소환]'29字 메시지' 후 1001호로...檢 송곳질문에 朴 혐의부인 일관

朴 전 대통령측 동의 안해 영상녹화·녹음없이 조사

"대선정국에 시간 촉박"...영장 여부 신속히 결정할듯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검찰 출석을 앞둔 21일 오전9시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은 삼엄한 경비 속에 극도의 긴장감이 흘렀다. 현장 상황을 체크하는 경호인력과 포토라인이나 자리 문제를 논하는 취재진만이 분주히 움직일 뿐 주변은 고요했다.

오전9시15분 박 전 대통령을 태운 차량이 자택을 출발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후 8분 뒤인 9시23분 검은색 에쿠스 차량이 등장하자 분위기는 다시 가라앉았다. 취재진은 박 전 대통령이 미리 준비한 메시지를 듣기 위해 긴장했다.


전날 박 전 대통령 측 손범규 변호사는 “검찰 출두 즈음에 준비한 메시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심경을 밝히는 간단한 내용이라거나 혐의를 부인할 수 있다는 각종 추측이 나왔다. 특히 삼성동 자택으로 돌아간 후 두문불출했던 박 전 대통령이 처음으로 입장을 밝히는 순간이라 일순간 시선은 그의 입으로 쏠렸다.

하지만 기대했던 이른바 ‘서초동 담화’는 없었다. 박 전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는 말을 남긴 채 굳은 표정으로 서둘러 청사 안으로 향했다.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뇌물죄 등 13개 혐의를 받는 피의자 자격으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되는 순간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노태우·전두환·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헌정 사상 네 번째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는 전직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도 얻었다.


박 전 대통령이 조사를 받기 위해 향한 곳은 서울중앙지검 1001호 조사실이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치열한 공방에 대비해 대표적인 ‘특수통’으로 꼽히는 이원석(48·사법연수원 27기) 특별수사1부장과 한웅재(47·28기) 형사8부장을 공격진에 세웠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유영하·정장현 변호사가 함께 입회했다. 다만 박 전 대통령 측이 동의하지 않아 조사 내용에 대한 녹화와 녹음은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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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 35분부터 진행된 조사는 검찰의 선공으로 시작됐다. 검찰은 삼성 등 대기업 뇌물수수 의혹을 겨냥해 미리 준비한 질문을 대량으로 쏟아냈다. 또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청와대 기밀문서 유출 등도 중점적으로 캐물었다. 특히 혐의에 비해 조사시간이 많지 않은 만큼 사안마다 주요 질문을 꼽아 선별적으로 묻는 ‘송곳 질문’ 전략으로 나섰으나 박 전 대통령 측은 ‘부인’으로 일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1기 특수본과 특별검사 수사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이 받고 있는 혐의는 뇌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총 13개에 이른다. 그만큼 검찰이 묻고 확인할 사항이 많다. 당초 검찰은 가급적 자정을 넘기지 않는다는 방침이었으나, 박 전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방어권을 행사하면서 결국 자정을 넘겼다. 조사시간은 노 전 대통령이나 고(故) 노 전 대통령과 비교해 역대 최장시간을 기록했다.

특히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 조사가 그의 구속 수사를 결정할 분수령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을 재차 불러 조사하기 어려운데다 시간이 별로 없다는 이유에서다. 다음달부터 대통령 선거가 본궤도에 오르는 터라 검찰이 소환 조사 이후 추가 수사를 거치더라도 이달 말에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다음달이면 본격 대선 레이스가 시작하는 상황이라 검찰은 늦어도 보름 안에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신병처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시간이 촉박한 만큼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의 뇌물 등 혐의에 대한 주변 수사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대선이라는 변수에 따라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신속히 결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안현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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