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제109조는 재판 공개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고 형사소송법과 민사소송법에서도 지난 2012년 개정을 통해 판결문 공개 규정을 신설했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5년까지 대법원 ‘종합법률정보’에 공개된 건수는 0.27%였고 법원별 통계는 공개율이 가장 높은 대법원이 8.14%, 가장 낮은 전주지법은 0.02%에 그쳤다.
현재 국민들이 판결문을 열람하는 데는 많은 제약과 한계가 있다. 대법원 홈페이지 종합법률정보에서 판결문을 검색할 수 있지만 극히 일부 판결문만 볼 수 있다. 각급 법원 내의 사건 검색은 사건번호와 이름을 입력해야 해서 사실상 사건 당사자만 판결문을 볼 수 있다. 대법원 청사 내 법원도서관은 모든 판결문을 검색할 수 있지만 직접 방문해야 하고 검색 가능한 컴퓨터의 수가 적어 오래 전에 예약해야만 한다. 이마저도 사건번호만 확인할 수 있고 다시 법원에 판결문 제공 신청을 하면 법원은 개인 정보를 가린 다음 판결문을 제공한다. 판결문을 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내용 파악도 어렵다.
이는 판결문에 나타나는 실명을 비공개하도록 한 탓이다. 개인 정보를 보호하자는 취지인데 비실명처리 전에는 판결문을 공개할 수 없어 사실상 판결문 공개를 제한하고 있다. 이와 달리 외국의 경우 판결문을 공개하는 나라는 대부분 특정 사건 외에는 실명까지 표기한다. 미국과 호주·캐나다는 실명 표기가 원칙이고 미국의 경우 피임·동성애 등 예외적인 사건만 익명 처리한다. 일본은 가사·명예훼손사건 등은 비공개하고 성범죄 피해자는 익명 처리해 선별적으로 비공개한다. 프랑스도 민감한 사건만 선별적으로 비실명처리 한다. 개인 정보가 민감한 사건 외에는 가급적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라고 보인다.
이에 따라 우리도 특정 사건 외에는 판결문을 전부 공개해야 한다. 누구든지 판결문을 쉽게 찾아볼 수 있어야 국민의 알 권리와 무기 평등의 원칙이 실현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 판결의 투명성이 확보될 수 있다. 금태섭 의원은 지난달 24일 이 같은 이유로 판결문 전면 공개에 관한 법안을 발의했는데 환영할 만한 일이다.
또 법원도서관을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온라인을 통해 판결문을 열람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변협에 전자도서관을 신설해 변호사들도 판사들이 공유하는 모든 판결 정보를 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변호사는 국민을 대리해 소송하기 때문에 법관들과 동등하게 판결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면 국민의 권리 보호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사법 개혁은 판결문 공개부터 시작할 일이다.
김현 대한변호사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