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시신 김정남 아니라고 딱 잡아떼는 北

김정남 존재 인정 땐 암살 인정하는 꼴

北 "부인 리영희가 '김철' 시신 인도 요구"

韓 "김정남 관련 인물 중 '리영희' 없어"

말레이시아 주재 강철 북한 대사가 20일(현지시간) 쿠알라룸푸르의 북한 대사관 앞에서 김정남 암살사건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가지는 모습./연합뉴스말레이시아 주재 강철 북한 대사가 20일(현지시간) 쿠알라룸푸르의 북한 대사관 앞에서 김정남 암살사건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가지는 모습./연합뉴스


북한은 자국에 억류한 말레이시아인 9명에 대해 말레이 당국과 비공개 협상을 하면서도 끝내 암살된 김정남의 존재를 부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김정남이 사용하던 ‘김철’이라는 가명을 거론하며 ‘김철의 아내 리영희’가 시신 인도를 요구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31일 일간 뉴스트레이츠타임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양측은 실무접촉을 거쳐 지난 25일 쿠알라룸푸르의 한 정부관계 시설에서 공식 협상을 시작했다.

약 9시간가량 진행된 협상 끝에 양측은 북한에 억류된 말레이시아인 9명을 전원 귀국시키는 대신 김정남의 시신을 북측에 인도하고 김정남 암살에 연루된 북한인 용의자 3명의 출국을 허용하기로 합의했다.

이 과정에서 북측은 끝까지 사망자의 신원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아닌 북한 시민 ‘김철’(Kim Chol)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김철’의 부인인 ‘리영희’ (Ri Yong Hui) 남편의 부검을 허락한 바 없으며, 북한대사관을 통해 시신을 평양으로 돌려받길 요구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 당국자들은 “김정남과 관련된 인물 중 ‘리영희’란 이름을 가진 사람이 파악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북한은 시신이 김정남이라는 사실을 시인할 경우 북한 정권이 그를 살해할 동기가 있었다는 뜻이 되기 때문에 이를 계속 부인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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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북한에 억류된 자국민의 안전한 송환이 급선무였던 말레이 당국은 형식적으로 필요한 서류만 받아내는 수준에서 ‘타협’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협상이 끝난 후 김정남의 시신은 쿠알라룸푸르 종합병원 국립 법의학연구소(IPFN)에서 국제공항으로 옮겨졌지만, 막판에 추가적인 여러 쟁점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못해 시신은 다시 IPFN으로 돌려보내지는 등 협상이 난항을 거듭했다.

양측은 당일 밤 다시 심야협상을 벌였고, 30일 양국에 억류된 자국민들을 교환하기 위한 세부 사항들을 재차 조율했다.

현지 중문지인 중국보(中國報)는 현광성과 김욱일 등 2명만 출국시키는 쪽으로 합의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30일 오후 영안실에서 다시 반출된 김정남의 시신은 비닐 시트로 겹겹이 싸인 채 오후 5시께 중국 베이징행 말레이시아 항공 MH360편에 실렸고, 이 비행기에 현광성과 김욱일도 탑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에 억류됐던 말레이시아 외교관과 가족 등 9명도 같은날 말레이시아 공군 소속 글로벌 익스프레스 제트기를 통해 북한을 떠나 자국에 도착했다.

/윤상언 인턴기자 sangun.youn@sedaily.com

윤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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