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패션 트렌드 바뀌듯 기술 트렌드도 바뀐다

한국 스타트업의 성공적인 글로벌 시장 진출 위해선 변화하는 기술에 민첩하게 대응해야

30일 판교 테크노밸리서 IFC 주최로 열린 '4차 산업혁명과 스타트업'에서 패널 제안

국제금융공사(IFC) 한국사무소가 30일 오후 판교 테크노파크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마련한 ‘4차 산업혁명과 스타트업’ 컨퍼런스에 참가한 패널들이 열띤 논의를 벌이고 있다. /정민정기자국제금융공사(IFC) 한국사무소가 30일 오후 판교 테크노파크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마련한 ‘4차 산업혁명과 스타트업’ 컨퍼런스에 참가한 패널들이 열띤 논의를 벌이고 있다. /정민정기자


패션 트렌드가 하루가 다르게 바뀌듯 기술 트렌드가 급변하는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변화하는 기술에 민첩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적인 펀딩을 위해선 스타트업 스스로 제품과 기술을 설명할 정도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춰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세계은행그룹 산하 국제금융공사(IFC) 한국사무소가 30일 오후 판교 테크노파크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개최한 ‘4차 산업혁명과 스타트업’ 컨퍼런스에 참가한 패널들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 이 같은 조언을 쏟아냈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에 고급 인력이 유입되지 못하는 원인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은 “한국에서는 창업에서 실패하면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갈 수 없다. 또한 작은 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이동하는 것 자체도 어렵다”며 “실리콘밸리에서 창업이 활성화된 이유가 모험을 하더라도 다양한 베네핏(Benefit·혜택)이 주어진다는 점에서 우리가 많이 다르다”고 말했다.

송경진 세계경제연구원장은 “우리나라는 스톡옵션 부여 방식에서 인센티브가 충분히 주어지지 않는데 이런 요인 때문에 창업 시장으로 우수 인력을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다”며 “반면 실패하면 나만의 실패가 아니라 가족의 실패로 이어지고 결국 실패 자체에 대해 두려움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손홍규 연세대 창업지원단장 역시 비슷한 견해를 나타냈다. 그는 “대학생이 창업하지 않는 이유를 알아보니 34%는 자금이 없어서, 26%는 성공 확률이 낮아서, 3위는 회복할 수 없을 것으로 우려해서가 차지했다”며 “스타트업 혼자 모든 걸 할 수 없는 만큼 대기업과 정부기관,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벤처에서 시작한 대기업이 매니지먼트 스킬을 제공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첫 세션의 사회를 맡은 허경욱 법무법인 태평양 선임 고문은 ‘한국은 한 번 밖에 기회를 주지 않는 나라’라는 이코노미스트 기사를 예로 들며 “실패를 수치스럽게 생각하고 실패를 회피하고자 하는 분위기를 바꾸지 않으면 창업 생태계가 활성화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4차 산업과 글로벌화 전략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이원재 요즈마그룹 한국법인장은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인 김기사(카카오에 인수)와 웨이즈(Waze)라는 이스라엘 스타트업을 비교했다. 2015년 5월 카카오는 ‘김기사’를 개발한 록앤올 지분 100%를 642억원에 매입했다. 앞서 2013년 구글은 이스라엘의 GPS 기술업체 웨이즈를 10억 달러(1조1,000억원)에 인수했다. 김기사 인수도 당시 핫딜로 유명세를 탔지만, 비슷한 기술을 갖고 있었던 웨이즈 인수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벅지 않다는 게 이 법인장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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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법인장은 “한국 시장을 지켜보면 글로벌 트렌드에 대한 인식도 부족하고 그만큼 글로벌 네트워크도 적다”면서 “800만 인구의 이스라엘에서 출시된 웨이즈와 5,000만 인구의 대한민국에서 나온 김기사의 결과물을 비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글로벌 기술 트렌드는 패션 트렌드와 비슷한 면이 많아서 매년 변하기 마련이고 이러한 트렌드를 발빠르게 쫓기 위해서는 해외 시장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확보하고, 민첩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동일 VoleR Creative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기술과 서비스를 설명하고 설득할 자신이 없다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며 “제가 엔젤투자자로서 작은 기업에 투자할 때도 언어가 중요한 투자 결정 요소”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어밖에 구사할 수 없다면, 한국인만 고용할 수 밖에 없고 한국 벤처캐피털로부터 펀딩만 받는다”며 “영어를 할 수 있다면 외국에서 우수한 인재를 유치할 수 있다. 하다못해 구글에서 영어로 검색하면 더 많은 정보를 찾을 수 있는데 다들 네이버에만 의존한다. 눈을 크게 뜨고 글로벌 정보를 찾아야 하고 그 전제조건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박성빈 트랜스링크 캐피털 대표는 “오리지널 시장에서 우선 검증 받은 후 글로벌 시장으로 나와야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박찬호 모델과 류현진 모델이 있다고 한다면 우리는 류현진 모델을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박찬호 모델은 처음부터 미국 프로야구 시장에 영입돼 성장한 케이스라면 류현진은 국내 프로 무대에서 뛰면서 실력을 다져 결국 미국 무대를 밟았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성공을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 한국에서 먼저 파악해야 한다”며 “한국에서 성공 기회를 만들고,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글로벌 시장에 내놓았을 때 실패율을 낮추는 전략을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정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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