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단독] '성장엔진' 바이오 열기가 식어간다

수출 불발 등 잇단 악재로

올 투자 184억...작년의 ⅓

정부차원 중장기 육성 시급



최근 3년간 유망 바이오 벤처에 투자하며 쏠쏠한 수익을 올렸던 벤처캐피털 A사는 올 들어 한 곳의 바이오 기업에도 투자하지 않았다. 앞서 투자했던 바이오 기업이 지난해 상장했지만 기대만큼 수익을 가져다주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심사역인 B씨는 “바이오 기업에 대한 투자회수율이 예전만 못해 고민인 상황”이라며 “분위기가 회복될지 시간을 갖고 지켜본 후 투자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역대 최고 수준으로 달아올랐던 제약·바이오 벤처 투자 열기가 제대로 꽃을 피우기도 전에 급속도로 식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제약 업계에 예상치 못한 악재가 잇따라 터진 데 따른 ‘반짝 위축’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루지만 투자 심리가 가라앉으면서 침체기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제 막 꽃피기 시작한 국내 바이오 산업이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유망 바이오 벤처에 자금을 공급하는 벤처캐피털이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한편 정부 차원에서도 중장기적 육성 방안 마련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2일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과 2월 제약·바이오 분야에 투자된 금액은 각각 50억원, 134억원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640억원이 몰렸던 것과 비교하면 3분의1로 확 줄어든 셈이다. 지난 1월의 경우 제약·바이오 벤처에 투입된 벤처캐피털 자금이 50억원에 그쳐 최근 2년 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제약·바이오 분야에 대한 투자액이 100억원(월간 기준) 이하로 떨어진 것은 2015년 2월(66억원) 이후 처음이다.


전체 벤처캐피털 투자에서 제약·바이오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도 쪼그라들었다. 올 2월 말 현재 벤처캐피털 투자를 업종별로 분석하면 제약·바이오 분야는 전체의 7.9%를 차지해 유통·서비스(19.8%), 영상·공연·음반(18.3%),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17.8%) 등에 이어 6위에 그쳤다. 전체 투자금의 21.8%가 제약·바이오 분야로 몰리며 벤처캐피털 선호도 1위 업종이라는 수식어에 빛나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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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투자 위축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잇따라 터진 제약·바이오 업계의 악재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미약품·녹십자·유한양행 등 국내 상위 제약사가 진행했던 기술 수출이 잇따라 해지되고 임상시험이 실패로 돌아가는 등 악재가 이어지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R&D) 및 상용화 성공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 이러한 현상에 주식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며 주요 제약사의 주가가 급락했고 주요 벤처캐피털도 안정적인 수익처를 찾아 다른 업종으로 돌아섰다. 여기에다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특별감리가 전격 결정되면서 투자 위축 분위기는 쉽사리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약 개발의 과정이 무수한 실패의 연속이라는 점을 국내 투자자들이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제약·바이오업계로서는 단기 성과를 요구하는 투자자가 아니라 긴 안목을 가지고 함께 걸어가 줄 파트너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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