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지하철 객차 안에서 3일(현지시간) 폭발사고가 일어나 최소 10명이 숨지고 50여명이 부상했다고 러시아 타스통신이 보도했다. 러시아 당국은 이날 폭발이 테러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 등 복수의 매체에 따르면 폭발은 이날 오후 2시40분께 상트페테르부르크시의 지하철 센나야플로샤디역과 테흐놀로기체스키인스티투트역 사이를 운행하던 객차에서 일어났다. 매체들은 “세 번째 객차에서 폭발물이 터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어린이를 포함한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재난당국인 비상사태부는 “현재까지 폭발로 10명이 숨지고 50여명이 부상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폭발이 테러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빅토르 오제로프 러 상원 국방안보위원회 소속 의원도 “(폭발이) 테러 공격의 모든 특징을 지녔다”고 부연했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WP)와 CNN 등은 “출처를 알 수 없는 폭발기기로 사고가 일어났다”며 “아직 원인을 단정하기에는 이르다”고 전했다.
사고 직후 현장에는 구조수색팀이 출동해 구조 작업을 벌였다. 현지 경찰은 사고 직후 승객들을 대피시켰으며 사고가 발생한 2개 역을 포함한 인근 7개 지하철 역사의 출입을 폐쇄한 데 이어 추가적 테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시내의 모든 지하철역을 봉쇄했다.
승객들이 트위터 등에 올린 촬영 영상에는 잔혹했던 사고현장이 그대로 드러났다. 특히 사고의 여파로 전동차의 출입문이 산산조각이 난 채 날아가 폭발 당시의 위력을 짐작하게 했다. 승강장 내부를 촬영한 화면에서는 폭발의 여파로 연기가 자욱해 수m 앞도 구분하기 어려운 가운데 승객들이 대피하는 모습이 찍혔다. 이런 가운데서도 승객들은 플랫폼 이곳저곳에 쓰러진 채 피를 흘리는 부상자 등에게 다가가 이들을 도왔다. 다른 이들은 연기로 쓰러진 사상자들의 얼굴을 손수건으로 덮어주기도 했다. 역 광장을 촬영한 다른 화면에서는 연기가 이곳까지 차올라 승객들이 입을 가리고 연기를 피해 뛰어가는 모습이 목격됐다. 목격자들은 17대 이상의 구급차와 소방차 등이 도착해 부상자들을 실어 날랐다고 덧붙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지하철역 폭발사건과 관련해 테러를 포함한 모든 가능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폭발사건 직후 브리핑을 받은 뒤 희생자들에게 위로를 표하고 사태의 원인파악에 진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러시아에서는 지난 2009년에도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오가는 고속열차에서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에 의한 폭발사고가 일어나 27명이 죽고 130명이 부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