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바이오

이름 빼고 다 바꾼다, 한미약품의 파격 변신







지난해 늑장 공시와 미공개정보 유출로 홍역을 치렀던 한미약품이 신뢰 회복을 위한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신약 개발현황과 임상시험 결과를 주주와 고객에게 실시간으로 공개해 투명성을 제고하는 한편 내부적으로는 임직원의 정보 유출을 차단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해 신뢰경영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전략이다.


10일 한미약품은 진행 중인 신약 개발현황(파이프라인)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별도 코너를 자사 홈페이지에 개설했다고 밝혔다. 국내 제약기업 홈페이지에 신약 파이프라인을 공개적으로 게재한 것은 한미약품이 처음이다. 그간 국내 제약업계는 상용화 실패에 대한 우려와 기업비밀 유지 등을 이유로 공시나 사업보고서를 통해 신약 파이프라인을 공개해왔다.

이날 한미약품이 발표한 신약 파이프라인은 바이오신약 14종과 합성신약 9종을 포함해 모두 23종이다. 기존에 공개하지 않았던 전임상 단계의 신약 9종이 처음소개됐고 아주대와 공동개발 중인 줄기세포 기반 항암 신약이 추가됐다. 글로벌 제약사와의 제휴도 각 신약별로 구분하고 한미약품의 독자 신약 기술인 ‘랩스커버리’와 ‘펜탐바디’ 적용 현황도 표기해 주주와 고객의 눈높이를 맞췄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한미약품의 신약 파이프라인 공개는 지난달 연구개발 부문 공동대표로 취임한 권세창 사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약품은 지난 2월에도 홈페이지에 신약 개발과 관련한 다양한 궁금증을 쉽게 설명해주는 ‘신약 개발 쉽게 알아보기’ 코너를 개설한 바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그간 국내 제약업계가 신약 개발현황에 지나치게 비밀주의를 고수해 온 탓에 잘못된 정보가 유통되고 기업 신뢰도가 하락하는 등의 단점이 적지 않았다”며 “앞으로도 한미약품은 주주 및 고객과 소통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다양한 행보를 펼쳐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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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의 파격 변신은 올 들어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에는 7년 동안 한미약품을 이끌어온 이관순 사장이 상근고문으로 물러나고 우종수 부사장과 권세창 부사장을 각각 사장으로 승진시켜 경영관리 부문과 연구개발 부문을 맡기는 공동대표 체제를 도입했다. 한미약품 연구소장 출신인 전임 이 사장은 2019년까지 임기가 남아 있었지만 지난해 항암 신약 ‘올리타정’ 기술수출 계약 해지와 늑장 공시, 미공개정보 관리 미흡, 사노피와의 일부 기술수출 계약 반환 등 악재가 잇따라 터지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최근에는 임직원들의 미공개정보 활용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사규도 대폭적으로 손질했다. 지난해 불거진 임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퇴직 후 1년 동안 업무상 취득한 비밀을 유지해야 하는 규정을 신설하고 가족명의를 통한 주식거래까지 제한하는 강도 높은 자구책까지 도입해 업계에서 화제를 모았다.

한미약품이 대대적인 혁신 행보에 나서는 것은 지난해 잇따른 악재로 대내외적인 신인도가 추락하고 경영지표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매출 1조3,175억원을 달성하며 제약업계 1위로 올라선 한미약품은 지난해 글로벌 제약사에 줄줄이 기술수출을 성사시키며 ‘간판 바이오기업’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뒤이어 불거진 늑장 공시, 일부 기술수출 계약 해지, 임직원 내부정보 유출 등으로 지난해 매출이 8,830억원으로 쪼그라들었고 제약업계 순위도 5위로 밀려났다.

이승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신약 개발현황과 제약산업의 특성을 주주와 고객에게 알리는 것은 한미약품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요소이자 또 다른 경쟁력”이라며 “일부 기술수출 계약이 파기되긴 했지만 조직개편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후속 신약의 임상 승인도 예정돼있어 올해 한미약품의 경영성과가 개선될 여지는 충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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