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눈물의 정리매매



주가 12원. 지난 3월6일 한진해운의 주식 정리매매 마지막 날 기록이다. 한국거래소가 2월2일 파산설에 대한 조회공시 후 한진해운 주식 매매거래를 정지하자 온라인 주식 카페에는 780원짜리 동전주 얘기로 넘쳐났다. 한숨밖에 안 나온다는 한탄부터 싼 맛에 100만원을 넣겠다는 개미투자자, 기회는 이때라는 속칭 ‘부티크(유사투자자문사)’의 광고까지. 단 7일간인 정리매매는 상장폐지가 결정된 상장회사의 주주가 주식을 시장에서 현금화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정리매매 종목의 주가는 폭탄세일로 급락하기 마련이지만 반드시 그렇지도 않다. 원인은 두 가지다. 첫째는 상장폐지가 곧바로 회사의 몰락을 의미하지 않는다. 실적이 좋아지면 재상장할 수도 있다. 피인수 합병 같은 호재가 있다면 훗날을 도모할 수 있다. 물론 이런 경우는 많지 않다. 두 번째는 투기세력의 폭탄 돌리기. 하루 변동 제한폭(30%)이 없다 보니 이른바 꾼들의 표적이 되기 십상이다. 이들은 호가를 높이 부르는 한편에서는 시차를 두고 매도주문을 낸다. 고가에 혹한 개미들이 달라붙으면 슬금슬금 팔고 매수주문을 취소한다. 상투적인 수법이라 웬만한 개미들도 익숙하지만 알고도 당하기 일쑤다. 코스닥종목 프리젠은 정리매매기간 중(2월15~23일) 폭탄 돌리기의 전형을 보여준다. 거래 첫날 920원짜리 동전주가 5,100원에 마감됐다. 단 하루 상승률은 자그마치 454%였지만 마지막 거래일 종가는 451원에 불과했다.

관련기사



법정관리 위기에 처한 대우조선의 상장 회사채가 12일로 정리매매를 마감한다. 5종의 회사채 가운데 가장 만기가 빠른 회사채(4월21일) 시세는 액면가 30% 수준인 3,000원대 후반. 원칙대로라면 며칠만 있으면 만원을 돌려받지만 채무조정의 암초에 걸렸다. 50% 출자전환에다 3년 만기연장이니 투자자 카페에는 원성이 넘쳐난다. 12일 팔지 말지 선택도 고민이지만 17~18일 채무조정안 가부 결정도 딜레마다. 이들의 손에 대우조선의 운명이 달렸다. /권구찬 논설위원

권구찬 논설위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