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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리뷰] 자체발광 오페라 ‘사랑의 묘약’...웃음이 절로

오페라를 보면서 이렇게 신나게 웃었던 때가 있었을까? 가수들의 노래는 사랑스러웠고, 액팅은 다이나믹했다. 오페라 극장에서 꼭 만나게 되는 꾸벅 꾸벅 조는 관객이 단 한명도 보이지 않았다. 오페라 묘약이 제대로 약효를 발휘한 것일까.

이렇게 엔도르핀이 도는 오페라라면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어질 정도였다. 생애 첫 오페라로 ‘사랑의 묘약’을 본 한 관람객은 “TV ‘팬텀싱어’에서 느꼈던 감동 그 이상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100분의 행복’을 선사한 오페라 ‘사랑의 묘약’ 커튼콜 장면‘100분의 행복’을 선사한 오페라 ‘사랑의 묘약’ 커튼콜 장면




둘카마라 역 베이스 전태현이 커튼콜에서 능청스러운 포즈로 인사하고 있다.둘카마라 역 베이스 전태현이 커튼콜에서 능청스러운 포즈로 인사하고 있다.


지난 9일 대전예술의전당 앙상블 홀 무대에 오른 오페라 ‘사랑의 묘약’은 한마디로 “자체발광 오페라”였다. 가수, 음악, 연출의 삼박자가 맞아 떨어지니 드라마보다 재밌고 영화보다 빠르고 뮤지컬보다 신나는 유쾌한 러브스토리 한 편을 보는 듯 했다.

대전예당이 제작·기획한 살롱오페라 ‘사랑의묘약’은 쉽고 친절했다. 무엇보다 재미있었다. 홍석임 연출은 ‘100분의 행복’이란 마법을 전두 지휘했다. ‘트리스탄과 이졸데’란 제목이 써진 대형 책 모형을 열면 마법 같은 오페라의 세계가 펼쳐진다. 대형 오페라 그 이상의 몰입감을 불러일으킨 이번 오페라는 짧은 전주곡이 흐르는 동안 샌드 애니메이션으로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의 스토리를 예고했으며, 움직임이 있는 슬라이딩 세트 디자인을 무대에 올려 모든 전환을 오픈했다.

가장 진실한 사랑을 갈망하는 아디나, 그녀를 짝사랑하는 시골의 순박한 청년 네모리노, 아디나와 결혼하고자 하는 타고난 멋쟁이 하사관 벨코레, ‘모든 병을 고쳐주는 만병통치약’을 파는 떠돌이 약장수 둘카마라 등 각 캐릭터의 케미스트리가 일품이다. 특히 오픈카를 타고 등장하는 둘카마라는 19세기 이탈리아에 21세기 이방인 약장수가 나타나 누구나 사랑에 빠지게 하는 약을 팔고 있다는 흥미로운 스토리를 가미했다.


맛깔나게 캐릭터를 소화하는 성악가들의 연기는 개개인의 안정된 노래와 함께 시너지를 발휘했다. 특히 사랑의 묘약하면 떠오르는 대표적 아리아인 네모리노가 부르는 ‘남몰래 흘리는 눈물’을 유려하게 소화한 테너 정제윤은 연신 ‘브라보’를 이끌어내며 객석의 앙코르 요청에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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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광하는 댄스 배틀로 봄날의 만병통치약을 선사한 소프라노 장수민(아디나 역)과 베이스 전태현(둘카마라 역)의 존재감도 강렬했다. 무대를 휘젓고 다니는 성악가들의 몸이 힘들면 힘들어질수록, 객석의 관객들은 웃고 또 웃었다.

특히, 서울시 오페라단의 ‘사랑의 묘약’에 이어 대전까지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재기 넘치는 둘카마라로 빙의한 전태현 약장수에게선 헤어 나올 수 없는 마력이 느껴진다. 몸이 악기인 오페라 가수가 노래와 연기 모두 균형감각을 갖기 힘들다는 점을 고려하면 진일보한 베이스임에는 분명해보였다. ‘팬텀싱어’ 우승자 바리톤 박상돈이 등장할 때마다 객석에서 터지는 함성 소리 역시 대단했다.

글로벌아트오페라 합창단은 자연스러운 연기력과 좋은 앙상블로 작품을 빛나게 했다. 엠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정나라는 생동감 있는 지휘로 처음부터 끝까지 지루한 부분이 한 순간도 없을 정도로 관객의 귀를 즐겁게 했다.

지난해 12월 전국 오디션을 공모를 거쳐 선발된 젊은 성악가들 모두 제 몫을 제대로 해 낸 오페라였다. 아디나 역에 소프라노 장수민과 양세라, 네모리노 역에 테너 정제윤과 이정환, 벨코레 역에 바리톤 박상돈과 이성원, 둘카마라 역에 베이스 전태현과 이두영, 잔네타 역에 소프라노 김민재와 성희지 등 차세대 오페라 가수들의 다음 무대를 기대하게 만든다.

정다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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