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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임금님의 사건수첩’ 조선 코믹 수사 활극 한식 뷔페라니...맛나구나

26일 개봉하는 영화 ‘임금님의 사건수첩’(감독 문현성)의 장르는 얼핏 단순 사극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장르를 명확히 정의하자면 ‘조선 코미디 액션 어드벤처 수사 히어로물’ 이다. 그만큼 비틀 대로 비틀면서 풍부한 재미를 담았다는 뜻이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사진=CJ엔터테인먼트





앞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감독 김주호), ‘조선명탐정’(감독 김석윤), ‘해적: 바다로 간 산적’(감독 이석훈) 등 조선시대 활극을 보인 영화들은 다수 존재해왔다. 그럼에도 ‘임금님의 사건수첩’은 조선시대와 어울릴까 싶은 요소들을 과감하게 접목시켜 한층 새롭게 완성됐다. ‘과학수사’와 캐릭터간의 ‘이색 케미’가 그것.

‘임금님의 사건수첩’에는 주인공으로 논어보다 해부학, 궁궐보다 사건 현장을 흥미로워하는 임금 예종과 비상한 능력의 어리바리 신입사관 이서가 등장한다. 이야기는 신입사관 이서가 궁궐에 들어온 후 주변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살인사건을 파헤치는 것으로 시작된다. 보통의 상식이라면 절대 나서지 않을 임금이 이 영화에서는 사건에 직접 뛰어들어 CSI 못지않은 능한 과학수사를 벌인다. 그리고 이서는 한 번 본 것은 무엇이든 기억하는 비상한 기억력으로 예종과 함께 사건을 해결하러 나선다. 주인공 캐릭터부터 상식의 틀을 깨는 개성 강한 인물로 설정한 것.

인물 개개인만으로도 독특한데, 예종과 이서가 어우러지는 모습은 더욱 흥미롭다. 이서는 예종에게서 5보(五步) 안으로 같이 따라다니며 티격태격 하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기지를 발휘해 수사에 큰 도움을 준다. 예종 역시 이서에게 따귀로 분풀이 하며 막 다루다가도 긴박한 상황 앞에서는 신분 격차를 넘어 최고의 콤비 플레이를 펼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이선균과 안재홍은 기존 사극에서 보일 법한 전형적인 ‘고전체’ 말투를 탈피해 현대어로 대사를 소화해 친근함을 강조했다. ‘예민미’의 이선균과 ‘둔함미’의 안재홍, 전혀 다른 두 사람의 성격이 의외로 ‘찰떡 케미’로 빛나 관객들의 흐뭇한 웃음을 절로 자아낸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사진=CJ엔터테인먼트



그리고 왕의 클라스답게 고퀄리티인 과학 수사 현장은 참신한 볼거리를 자랑한다. 역사적 고증을 그대로 따르려 하지 않고 사극의 틀을 벗어나려 한 문현성 감독은 임금의 비밀공간, 검안실 등을 현대적 감성으로 재창조해 시각적으로도 디테일한 변화를 보였다. 마치 ‘15세기 CSI’를 접하는 신감각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임금의 비밀공간에서 예종이 능청스럽게 카드마술을 펼치는 장면은 이 영화의 잊을 수 없는 폭소 장면이다. 이렇듯 공간부터 창의적으로 구현한 ‘임금님의 사건수첩’은 볼거리에서도 풍부함이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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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공간을 마음껏 활용한 역동적인 수사 활극 과정이 극적 재미까지 배가시킨다. 궁궐을 넘어 산과 수중에서의 쾌감 넘치는 액션이 돋보이는데, 보다 넓은 배경에서의 움직임을 앵글에 모두 담아내기 위해 감독은 와이드 렌즈로 무브먼트 효과를 줬다. 할리우드 어드벤처 무비 부럽지 않은 스펙터클함이 잘 살아났다. 이 부분에서도 생동감 있게 담아내려 노력한 감독의 디테일을 또 한 번 엿볼 수 있다.

‘임금님의 사건수첩’은 이처럼 기존의 형식을 답습하지 않고 캐릭터, 연출, 공간 설정에서 독특함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다양한 장르를 과감하고 절묘하게 버무린 감독의 역량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사극’ 정도의 한 그릇을 채우러 갔다가 ‘조선 코믹 수사 활극’의 한식 뷔페로 꽉 찬 경험을 할 것이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사진=CJ엔터테인먼트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한해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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