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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임금님의 사건수첩’ 이선균 “첫 사극 도전, 황소 뒷발에 차이기도”

이번엔 용포를 두른 배우 이선균이다. 샤프하면서도 부드러운 외모로 현대물과 안성맞춤이던 그가 16년만에 획기적인 변신을 꾀했다. ‘임금님의 사건수첩’(감독 문현성)을 통해 첫 사극 도전에 나선 이선균은 생각보다 이질적이지 않다. 영화가 추구한 ‘조선 코믹 액션 수사 활극’이라는 복합적인 장르 결합이 이선균에게 약간의 타협점을 제시한 것. 정통 사극이라면 배우 스스로 부담을 적잖이 느꼈을 법한데, 오히려 고정관념을 탈피한 캐릭터와 스토리 설정이 이선균의 색채로 잘 버무려졌다.

배우 이선균 /사진=CJ엔터테인먼트배우 이선균 /사진=CJ엔터테인먼트





19일 서울경제스타와 서울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만난 이선균은 아직 그가 맡은 역할 ‘예종’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듯 약간의 수염을 남겨둔 모습으로 자리에 앉았다. 엊그제 언론시사회로 접한 영화 속 근엄함이 언뜻 비추는 듯도 했다. 이번에 처음으로 사극에 도전한 느낌부터 물어봤다.

“의상이나 배경 같은 게 익숙하지 않아서 맨 처음 촬영할 때는 좀 어색했어요. ‘임금님의 사건수첩’이 정통 사극은 아닌데, 초반부터 근정전에서의 장면을 촬영하다 보니 정통 방식으로 시작했죠. 이후에 (안)재홍 씨와 촬영할 때는 가볍게 연기했어요. 다른 선배님들이 정통 느낌으로 연기하시는 부분이 커서 그 속에서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고민하기도 했어요. 여러 테이크를 따서 진행하면서도 톤 앤 매너를 어떻게 정할까도 고민되더라고요. 모든 영화가 그렇지만 촬영을 진행하면서 편해지긴 했어요.”

‘임금님의 사건수첩’은 예리한 추리력의 막무가내 임금 ‘예종’(이선균)과 천재적 기억력의 어리바리 신입사관 ‘이서’(안재홍)가 한양을 뒤흔든 괴소문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과학수사를 벌이는 코믹수사활극이다. 실존했던 인물 예종을 새롭게 해석해 이선균식으로 표현했다. 총명하고 모험심 있으면서도 허세와 독설이 작렬하는 다층적인 임금 예종이 이선균이라는 영혼을 입고 완성도 있게 표현됐다. 성공적이다. 왜 이제야 사극을 했는지 아쉬울 정도다.

“사극은 특히 드라마가 일단 길잖아요. 선배님들 얘기를 들어보면, 촬영하는 게 어려워 보이더라고요. ‘선덕여왕’도 쪽대본 나오면서 60부 이상을 이끌어가는 게 대단해 보였어요. ‘혹시 나에게 사극 대본이 들어온다면?’ 상상했을 때 당장에는 두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데뷔하고서 지금까지 2, 3가지 사극 대본이 들어오긴 했었거든요. 하지만 확연하게 다가오지는 않았어요. ‘언젠가 나이가 들면 사극을 하긴 해야겠는데’라고 생각하던 중에 가볍고 좋은 역할이 주어진 것 같아요.”

배우 이선균 /사진=CJ엔터테인먼트배우 이선균 /사진=CJ엔터테인먼트


이선균이 연기한 예종은 궁 넘고 담 넘어서까지 사건을 쫓는, 과감한 추진력을 지닌 인물이다. 승마, 활 솜씨, 사격, 과학적 견문까지 다재다능한 재주를 지니고 있으며 무엇이든 직접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이처럼 다재다능함을 자랑하는 예종을 소화하기 위한 이선균의 역할 돌입 과정이 난해하지는 않았을까.

“재미있었고 난해하진 않았어요. 감독님과 톤 앤 매너를 얘기하면서 추리로 갈 것인지 다른 방향으로 갈 것인지를 많이 고민했어요. 예종이 사건을 설명하는 과정에 있을 때, 저는 버디무비의 콘셉트로 촬영했죠. 예종에 대해서는 대본에 너무나 표현이 잘 돼 있었어요. 재주가 많지만 너무 잘난 척하면서 연기하지 말자고 생각했어요. 그러면서 입에서 카드도 내뱉는 엉뚱한 장면도 있고요. 마지막 부분에 화려하게 액션을 하면서는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려 했어요. 예종이 워낙 다재다능하다 보니 ‘아이언맨’ 같다는 반응도 있더라고요.(웃음)”

불의에 직접 발 벗고 나서는 왕인 터라 조선시대 히어로물을 보는 듯도 하다. 그 속에서 이선균의 트레이드마크 ‘까칠미’가 불쑥불쑥 드러나기도 하고 개구쟁이 같은 순수한 모습도 튀어나온다. 이런 예종이 어리바리 이서와 유쾌한 조합으로 버디무비를 그려 웃음이 증폭된다. 이선균은 실제 안재홍과의 케미에 흐뭇한 미소를 띠웠다.


“재홍이와는 원래 알고 지냈어요. 제가 예전에 홍상수 감독님 영화 ‘옥희의 영화’랑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찍을 때 건대 영화과 홍 감독님의 제자였는데, 스태프로 나와서 도와주더라고요.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때 단역 제자로도 출연했어요. 실제 재홍이는 데뷔하고 유명해져도 대학교 때와 달라진 게 없더라고요. 순박하고 꾸밈없고 똑같아요. 이번 기회(‘임금님의 사건수첩’ 촬영)로 많이 친해졌죠. 11살 차이가 나긴 해도 최대한 가깝게 지내려고 했어요. 4개월 동안 애인처럼 붙어 있었죠.(웃음) 재홍이가 공식석상에서는 긴장을 많이 하는 것 같은데, 배우, 스태프들과 있을 때는 활발해요. 애교도 있고 살가운 친구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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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선균 /사진=CJ엔터테인먼트배우 이선균 /사진=CJ엔터테인먼트


무려 10년 전부터 맺어진 인연이 이번 영화에서의 ‘찰떡 케미’로 빛을 발했다. 이선균은 안재홍과 함께한 앙상블로 ‘셜록과 왓슨’이라는 예상 답변과는 달리 “돈키호테와 산초”라 비유했다. 예종의 허세와 엉뚱함, 모험심 가득한 모습, 그리고 그의 뒤를 어쩔 수 없이 쫓아다니는 이서의 모습까지 딱 ‘돈키호테’ 이야기 같단다. 여기에 감독, 스태프들과의 훌륭한 호흡을 자랑했다.

“이번 현장에서는 팀워크가 어느 현장보다도 좋았어요. 코미디여서도 그렇고, 재홍이와 친밀도도 좋았기 때문이죠. 스태프들과의 팀워크도 좋았고요. 현장에 웃음이 끊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감독님의 의도가 있었어요. 편하게 연기했고 즐겁게 촬영했어요.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이 훌륭해서 이번 영화가 잘 됐으면 좋겠어요. 감독님은 준비를 많이 해주셨어요. 현장 운전을 되게 잘하시더라고요. 요즘 표준 근로계약 때문에 촬영에 주어진 시간이 짧은데도 운영을 잘 하셨어요. 배우들의 제안도 잘 들어주시고 잘 짚어서 표현해주셨죠. 다음 작품도 잘하실 것 같아 기대돼요.”

이토록 완벽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자랑하는 ‘임금님’ 팀인 터라 이선균에게 속편에 대한 욕심을 슬쩍 물어봤다. 영화의 내용 역시 조선시대에 펼쳐지는 수사 활극인 만큼 속편으로 시리즈가 이어짐에 무리가 없다. “지금 할리우드 영화들도 대작들은 시리즈로 가는 경우가 많잖아요. 한국 영화도 시리즈물로 제작될 가능성이 충분한 것 같아요. 관객들 역시 그런 바람을 가지고 계신 것 같고요. 관객들께서 많이 사랑해주시면 속편 제작도 가능할 얘기이겠죠.”

액션 활극답게 ‘임금님의 사건수첩’은 실제 촬영에서 배우들의 숨은 노고가 있었다. 수중신을 표현하기 위해 와이어를 타고 강풍을 맞은 후 CG 처리를 한 비화, 더위에 예민해진 황소로부터 뒷발에 차여 정강이에 멍든 아찔한 순간, 무더위에 안재홍이 땀을 비 오듯 흘린 후일담까지 촬영현장 자체가 역동적이고 스펙터클한 모험의 연속이었다. 이번 작품 촬영에서 이선균은 그간의 작품과는 다른 작업 환경에 적잖이 고생을 한 모양이다.

배우 이선균 /사진=CJ엔터테인먼트배우 이선균 /사진=CJ엔터테인먼트


그럼에도 이번 기회로 스펙트럼을 한 단계 확장시킨 이선균은 앞으로의 변신에도 충분히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었다. 2001년 뮤지컬 ‘록키호러쇼’로 데뷔해 드라마로는 ‘연인들’(2001), ‘천년지애’(2003), ‘하얀거탑’(2007), ‘커피프린스 1호점’(2007), ‘달콤한 나의 도시’(2008), ‘파스타’(2010), ‘골든 타임’(2012), ‘미스코리아’(2013),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2016)로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영화로는 ‘일단 뛰어’(2002)부터 ‘서프라이즈’(2002),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 줘’(2002), ‘국화꽃 향기’(2003), ‘알포인트’(2004), ‘잔혹한 출근’(2006), ‘밤과 낮’(2008), ‘옥희의 영화’(2010), ‘쩨쩨한 로맨스’(2010), ‘화차’(2012), ‘내 아내의 모든 것’(2012),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2013), ‘끝까지 간다’(2014), ‘성난 변호사’(2015) 등 쉼 없이 변화를 물색했다.

데뷔 16년차, 일찍부터 인기 반열에 오른 이선균은 현재 웬만한 것은 모두 누려본 40대 배우로서 안일함에 젖어들 수도 있는 시기이다. 하지만 이번 작품 ‘임금님의 사건수첩’이 또 하나의 변곡점으로 작용한 것은 확실하다. ‘첫 사극 도전’ 이 하나만으로도 이선균은 한 꺼풀 큰 틀을 벗은 느낌이다.

“시나리오가 저에게 주어지고 그 속에서 도전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 부딪혀보고 싶어요. 배우는 선택받는 직업이기 때문에 어떤 역할이든 소화할 줄 알아야겠죠.”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한해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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