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차기정부 식물국정 우려] 추경 편성·교육부 폐지 등 곳곳 충돌...公約이 空約될 수도

文 '국민연금 개편' 재원 마련 문제로 난항 예고

安, 국회 세종시 이전 등도 비용부담에 진통 불보듯

비쟁점·입법 사항 중심으로 우선 순위 정책 펴고

통합·정무형 총리+실무·행정형 장관 인사 필요



주요 대선후보들이 우선 실행 사항으로 내세운 간판 공약들이 새 정부 출항의 암초로 지적되는 것은 법리적·경제적·정치적으로 민감한 쟁점들을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 첫 작품으로 추진할 10조원 규모의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 편성만 해도 오히려 정치적 역풍만 키울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추경을 하겠다면 국가재정법상 추경 요건 중 대규모 실업 상태이거나 경기침체 요건에 들어맞아야 할 텐데 현재 경기지표들을 보면 적용이 쉽지 않다”며 “최근의 실업률은 3%대에서 소폭의 등락을 거듭하는 수준이고 지난 1·4분기 경제성장률도 전 분기보다는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추경의 국회 첫 관문인 기획재정위원회의 역학구도 역시 새 정부 출범 직후 일자리 추경안이 통과될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기재위원장이 자유한국당 소속의 조경태 의원인데다 한국당 간사인 추경호 의원도 평소 추경 남발에 대해 신중론을 펴온 재무통이다. 바른정당 또한 보수 정당의 특성상 문 후보의 추경 공약을 지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40석의 국민의당이 민주당 편을 들어준다고 해도 절반을 약간 넘는 수준이다. 국회선진화법상 쟁점안 처리 요건인 180석(재적 의석 중 5분의3) 이상에 미달하는 것이다.

2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서울 종로구 동숭동 예술가의 집 울타리에 대선후보 15명의 선거 벽보를 붙이고 있다. 약 10m 길이의 선거 벽보는 22일까지 유권자의 통행이 잦은 건물이나 외벽 등 전국 8만7,600곳에 설치될 예정이다.  /권욱기자2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서울 종로구 동숭동 예술가의 집 울타리에 대선후보 15명의 선거 벽보를 붙이고 있다. 약 10m 길이의 선거 벽보는 22일까지 유권자의 통행이 잦은 건물이나 외벽 등 전국 8만7,600곳에 설치될 예정이다. /권욱기자


문 후보가 공약하는 국민연금 개혁 방안도 새 정부 출범 초부터 극심한 의정공백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은 사안이다. 문 후보는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향후 50%로 높이겠다고 공언한 상태인데 바른정당 등에서 재원마련 대책이 묘연하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국당 역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밖에도 집중투표제 등을 도입해 재벌을 개혁하겠다는 문 후보의 상법 개정 구상은 재계가 자본주의 근간을 흔든다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집권 초부터 밀어붙였다가는 투자·고용에 대한 재계의 협조를 얻기가 힘들어질 수 있다. 입법의 칼을 쥐고 있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바른정당 소속 권성동 의원이 위원장직을 맡고 있어 보수 정당이 난색을 표하는 상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상정될 수 있을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집권할 경우에는 아예 새 정부가 장기간 제대로 조직조차 꾸리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교육부 폐지 등을 내세운 안 후보의 공약이 정부조직 개편을 줄줄이 발목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기존 정부 출범 때를 보면 교육부 기능을 일부 이관하거나 다른 부처와 통합하는 작업을 하는 데도 엄청난 진통을 겪었는데 아예 부처를 폐지하겠다고 하면 훨씬 더 논란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현행 의석수 구조상 이 정도의 논란을 살 수 있는 정부조직 개편이 개별 정당 혼자의 힘으로 가능하다고 보기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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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를 세종시로 이전하겠다거나 신규 원전 건설을 금지하겠다는 안 후보의 공약 등도 각각 국민적 비용부담 증가 등의 문제로 시련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정치권은 분석하고 있다.

두 후보 모두 대기업과 고소득자에 대한 세 부담 강화를 통해 대규모의 복지공약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역시 증세 대상의 기업 및 개인의 구체적인 과표 기준, 세율조정, 비과세·감면 축소 등을 놓고 차기 정부에서 여야 간 설전이 예상돼 임기 초부터 추진할 경우 원활한 국정운영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이에 따라 새 정부가 출발부터 암초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공약 중 논란이 크거나 입법절차를 거쳐야 하는 사항들은 상대적으로 뒤로 미루고 비쟁점·비입법 사항들을 중심으로 우선순위 정책을 펴 새 정부의 정책집행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게 관가의 견해다. 정부 부처 및 조각과 관련해서는 개편을 최소화해 공무원들의 동요와 정책 혼선을 막아야 한다. 국무총리는 통합형·정무형 인사로, 장관은 실무형·행정형 인사 중심으로 임명해 야권을 끌어안으면서도 인사검증 공격을 최소화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진단이다. /민병권·김정곤기자 newsroom@sedaily.com

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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