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주목! 바이오 벤처-<3> 파미노젠] 신약 물질 발굴서 검증까지…AI로 원스톱

20년이상 신약개발자 모여

딥러닝 분석 기술 활용

비용·시간 획기적 단축

설립 1년도 안됐지만

대학들과 네트워크 형성

3년내 주식시장 진입할 것



새로운 약을 개발하는 데는 통상 10년의 시간과 1조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 후보물질을 발굴해 효능을 검증(전임상)하고 몸에 적합한지 시험하는 3단계 임상을 거친 후 보건당국의 판매허가를 얻는 기나긴 과정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고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은 단연 ‘후보물질 발굴’ 단계다. 적절한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첫 단추를 잘 꿴다면 신약 개발에 필요한 비용과 기간을 비약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

신생 바이오벤처 파미노젠은 바로 이 신약 개발의 첫 단추를 제대로 꿰겠다는 목표로 2016년 6월 설립됐다. 종근당·크리스탈지노믹스 등 신약 개발 기업부터 연세대 분자설계연구소 부소장 등 학계 경험까지 두루 쌓은 김영훈 박사가 창업을 주도했고, 20년 이상의 연구 실무경력을 갖춘 배수열 박사가 합류했다. 이들의 무기는 인공지능(AI) 딥러닝 분석기술이다. 김영훈 대표는 “지금까지 신약 후보 물질을 발굴하는 방법이라고 하면 여러 화합물로 무작위 실험을 하거나 특허·문헌을 무작정 뒤지는 등 시행착오의 연속을 거쳐야 했다”며 “파미노젠의 알고리즘과 빅데이터를 이용할 경우 화학물질의 효능·물성·독성을 예측해 통상 5년이 걸리던 시간을 6개월까지, 투입비용을 10억원에서 5,000만원까지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사실 ‘비용·시간과의 싸움’인 신약 개발에서 파미노젠과 같은 목표와 비슷한 아이디어로 시작한 벤처기업은 이미 국내에도 여러 곳이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이나 버추어(가상) 모델을 통해 후보 물질을 검증하고 전임상 기간을 단축해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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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파미노젠처럼 직접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 검증까지 마친 후 기술이전을 하겠다는 사업모델을 가진 곳은 없었다. 김 대표는 “가능성 있는 후보물질을 도입해 개발에만 집중하는 ‘NRDO(No Research Development Only) 모델이 최근 국내에서 각광받고 있지만 결국 ’후보물질의 공급(소싱)‘이라는 측면에서 한계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며 “파미노젠은 직접 후보물질 발굴을 수행하는 한편 각 대학 연구실과의 네트워킹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모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파미노젠은 동물실험만 마친 후 기술 이전하는 걸 목표로 하기에 상대적으로 저렴해 중소·중견 제약사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며 “대학연구소와 기업을 연결하는 고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설립 1년도 채 안된 신생 벤처지만 준비는 이미 탄탄하다. 전 세계 700여 기관이 보유한 1억 5,000만 여건의 화합물과 200억 건에 이르는 화합구조물, 질환과 관련된 표적 단백질 등에 관한 데이터를 모두 모아 소위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우선 집중하는 질환 분야는 치매·당뇨 등 노인성 질환. 이미 비만·당뇨·치매와 관련해 각각 5종의 후보물질을 발굴해 특허 등록을 준비 중이다. 김 대표는 “인력과 연구시설은 외부 네트워크를 활용해 비용은 줄이고 효율은 높일 계획”이라며 “이미 가천대·순천향의대·성균관약대 등과 네트워크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또 “3년 안에 기술특례 상장을 통한 주식시장 진입도 계획하고 있고 안정적 자금조달이 이뤄지면 글로벌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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