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야 샤라포바(30·러시아) 특유의 괴성이 15개월 만에 코트를 강타했다.
샤라포바는 27일(한국시간)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끝난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포르셰 그랑프리(총상금 71만900달러) 단식 1회전에서 로베르타 빈치(세계랭킹 36위·이탈리아)를 2대0(7대5 6대3)으로 눌렀다. 지난해 1월 호주오픈에서 도핑 양성반응이 나와 국제테니스연맹(ITF)으로부터 15개월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던 샤라포바는 26일로 징계가 만료됐다. 양성반응 당시 샤라포바는 “해당 약물이 지난 2016년 1월부터 금지목록에 들게 된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1년 이상 공식대회에 출전할 수 없었던 샤라포바는 이 때문에 세계랭킹에서 아예 빠져 있다. 자력으로 투어 대회에 나가지 못하지만 주최 측은 와일드카드를 사용, 초청선수로 샤라포바를 위한 자리를 만들어줬다. 투어 대회는 보통 화요일에 1회전 일정을 마치는데 주최 측은 샤라포바의 징계가 현지시간 화요일에 끝나는 점을 배려해 샤라포바의 1회전 경기를 수요일로 미루기까지 했다. 이 대회뿐 아니라 오는 5월 마드리드오픈과 6월 이탈리아 인터내셔널 대회도 샤라포바에게 와일드카드 제공을 약속했다.
징계가 끝나기도 전에 대회 초청장이 밀려들고 특정 선수를 위해 경기 일정이 변경되기까지 하면서 공정성 논란도 일고 있다. 여자단식 세계 2위 안젤리크 케르버(독일)는 독일의 유망주를 제쳐놓고 샤라포바에게 초청장을 준 주최 측을 비판했고 일각에서는 복귀 과정이 잘못됐다는 얘기도 나왔다. 당장 투어 대회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 아니라 상금이 훨씬 적은 하부 리그 격 대회부터 나가 랭킹 포인트를 쌓는 게 옳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제2의 샤라포바’로 인기를 끄는 유지니 부샤드(세계 59위·캐나다)는 이날 샤라포바를 “사기꾼”이라고 비난하며 “(도핑 전력이 있는) 그런 사람들을 복귀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까지 주장했다.
그러나 대회를 여는 입장에서 샤라포바는 놓칠 수 없는 흥행 카드다. 수려한 외모와 경기력을 갖춘 샤라포바는 가장 상품성 높은 여성 스포츠 스타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샤라포바는 2005년부터 2015년까지 11년 연속 여자 스포츠 선수 연간 수입 1위를 지켰다. 지난해는 도핑 징계로 광고수입이 줄어든 탓에 2위로 내려갔지만 그래도 2,190만달러(약 247억원)의 수입을 자랑했다.
샤라포바는 바로 전날까지 자격정지 상태였기 때문에 경기 당일 오전에야 처음 코트 적응훈련에 나서야 했지만 기량은 여전했다. 빈치는 2015년 US오픈 4강에서 세계 1위 세리나 윌리엄스(미국)를 제압했던 만만찮은 상대. 샤라포바는 그러나 서브 에이스 11개를 곁들이며 1시간44분 만에 경기를 마무리했다. 4,500여명이 몰린 관중석에서는 환호가 끊이지 않았다. 샤라포바는 2회전에서 상대전적 6전 전승의 에카테리나 마카로바(43위·러시아)를 만난다.
경기 후 샤라포바는 와일드카드 논란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무슨 말을 했다는 얘기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코트에서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라며 “와일드카드가 우승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내가 할 일은 경기에서 이기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