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누군지 어디서 왔는지...옷감 스토리 담긴 셀비지, '혁신적인 옷' 인정 받아 해외서 더 잘 나가요"

세계가 주목하는 루키 디자이너 한현민씨

'뮌' 론칭 3년만에 작년 울마크 亞 대회 우승

버려지는 원단 가장자리 디자인으로 활용

홍콩·런던 줄이어 입점...韓 패션 위상 높여



“요즘 한국 디자이너들은 해외에서 인지도가 더 높아요. 해외 바이어들을 만나 뮌 브랜드 간접광고(PPL) 수록 북을 보여주면 한국 연예인까지 다 꿰차고 있어 한류를 몸소 느낍니다. ‘눈에 익지 않는 낯설게 하기’를 콘셉트로 옷을 만들어 한국 패션을 널리 알리고 싶어요.”

한국보다 해외에서 더 잘 나가는 남성복 브랜드 ‘뮌’의 한현민(사진) 디자이너를 최근 서울 신사동 작업실에서 만났다. 한씨는 자신의 브랜드를 론칭한 지 3년 만인 지난해 ‘2016·2017 울마크 프라이즈’ 아시아 지역대회에서 남성복 부문 우승자로 선정돼 최근 가장 높은 주가를 기록하고 있다. 울마크 프라이즈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와 이브 생로랑을 배출했을 정도로 권위 있는 상이다.

그는 “수상 덕분에 매출도 늘었고 대기업 및 해외 브랜드의 컬래버레이션 러브콜도 쏟아지고 있다”며 “최근에는 서울 압구정에서 오픈하는 기아차 체험관 직원들이 입을 유니폼을 제작하고 있다”고 콧노래를 불렀다.


최근에는 홍콩 도심의 유명 편집숍 아이티(I.T)에서 운영하는 ‘텐소울 팝업스토어’에도 국내 신진 대표 브랜드로 참가해 높아진 한국 패션의 위상을 알리는 데 일조했다. 한씨는 또 오는 9월 런던의 명품 백화점 셀프리지스에 ‘텐소울 브랜드’와 함께 한국 패션 대표로 입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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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는 디자이너지만 처음부터 패션을 선택한 것은 아니다. 대학교 시절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20대 중반 군 제대 후 패션 디자이너로 갈아탔다. 처음 우영미멘즈웨어에서 피팅 모델로 활동하다 ‘내 옷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2013년 곧바로 뮌을 론칭했다.

그의 독창성은 여기서 발휘됐다. 울마크 프라이즈에서 그는 ‘소재’ 가공에 모든 것을 걸었다. 영국·이탈리아·인도네시아 등 해외 고급 원단을 쉽게 쓰는 해외 브랜드와 차별화하고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원단 자체 이상의 ‘무엇’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는 이탈리아 원단을 고가에 수입하지만 유럽 친구들은 그저 자기네 나라 원단을 편하게 갖다 쓰기 때문에 가격 경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렇게 생각해낸 것이 원단의 종류, 생산지, 생산 연도 등 옷감의 모든 정보가 쓰여 있는 가장자리인 ‘셀비지(selvage·원단 정보가 적힌 끄트머리)’였다. 그는 이 원단의 가장자리로 버려지는 셀비지를 디자인적으로 활용하는 한편 옷 자체로 스토리텔링이 되는 혁신적인 의상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 신진 디자이너들이 더 크기 위해서는 이들의 제품을 사주는 유통회사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분더샵’ 같은 편집숍은 해외 브랜드를 들여오지 한국 브랜드를 진열하지는 않는다. 한씨는 “반면 외국 브랜드는 자국 브랜드를 키워주는 유통회사 등이 있어 더욱 성장했다”며 “특히 해외 유통회사는 브랜드의 전체 물량을 직접 사 재고를 관리하지만 한국은 안 팔리면 다시 브랜드에 보내기 때문에 국내보다 해외로 나가는 것이 더 낫다”고 털어놓았다.

심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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