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를 건 도전자들의 치열한 경쟁을 다루는 경연프로그램은 순위가 매겨진다는 특성상 자신이 응원하는 이를 제외한 다른 경쟁자들에 대한 견제가 태생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요 몇 년 사이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데뷔 경연 프로그램인 Mnet ‘식스틴’ ‘프로듀스 101’ 등 높은 인기 못지않게 상대방을 비방하는 글이 쏟아지면서 몸살을 앓은 바 있다.
특히 서로 다른 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된 101명의 연습생들이 모여 경쟁을 펼치는 ‘프로듀스101’의 경우 이른바 ‘타 연습생들과의 공존’과 ‘마녀사냥식의 비방’이 한 자리에 뒤섞여 나타나는 형태를 보여주기도 했다. 외모부터 시작해서, 실력, 인성, 확인되지 않은 과거 루머 등 ‘프로듀스101’을 통해 나타난 비난의 주제는 참으로 다양했고, 이에 따른 책임은 연습생들의 것이었다.
연습생을 향한 비난의 강도는 시즌2로 넘어오면서 더욱 심해지고 있는 추세다. 마치 ‘욕받이 무녀’가 존재하듯 매회 다른 연습생들이 돌아가면서 도를 넘은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3000표가 넘는 베네핏이 걸린 그룹 평가전에서 우승을 위해 인기멤버를 중심으로 팀을 선발했던 이대휘의 경우 ‘이기적이고 욕심 많은 연습생’이라는 비난을 받아야 했으며, 이는 이후 순위변동에도 영향을 미쳤다. 앞서 전체 순위 2위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렸던 이대휘는 5순위가 하락한 7위를 받은 것이다. 이후 이대휘는 “제가 많이 부족하고 방송에서 밉상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더욱 더 노력하고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모두에게 예쁨 받을 수 있는 그런 아이가 되겠다“고 해명이 섞인 소감을 전했다.
‘쏘리쏘리’ 2조 멤버였던 F등급의 권현빈 역시 ‘비난의 대상’이 됐던 연습생 중 한 명이다. 짧은 연습생 생활로 인해 다른 멤버들에 비해 실력이 가장 부족했던 권현빈이었지만, 카메라에 유난히 잠을 자는 모습이나 연습실을 이탈하는 등 불성실한 태도를 보인 연습생으로 비춰지면서 밉상 캐릭터로 굳혀진 것이다. 심지어 본 경연에서 가장 높은 현장득표를 받은 것으로 밝혀지면서 시청자들의 불만을 샀다.
시청자들의 불만은 권현빈의 SNS 테러로 이어졌다. ‘프로듀스101’ 4회 방송 이후 권현빈의 SNS에 수많은 악플이 달린 것이다. ‘악플테러’를 당한 권현빈은 이후 SNS를 비공개로 돌려놓은 상황이다.
‘프로듀스101 시즌2’가 시작된 이후 최악의 악플 테러를 받고 있는 연습생은 윤지성이다. 유쾌한 리액션으로 ‘가수 지망생’이 아닌 ‘개그맨 지망생’이 아니냐는 의혹 아닌 의혹을 받았던 윤지성은 톡톡 튀는 예능감각으로 대중의 호감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한 연습생이다. 윤지성이 이끌어낸 호감은 이후 투표로 이어졌고, 이는 자연스럽게 순위상승으로 이어졌다. 문제는 35위로 시작한 윤지성이 이후 19위와 9위에 거쳐 1차 평가전에서는 3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할 정도로 순위상승이 지나치게 가팔랐다는 것이다.
그리고 윤지성의 시련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3위에 오른 이후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한 일부 누리꾼들로부터 윤지성이 실력과 상관없이 많은 방송 분량으로 순위 상승을 거듭했다는 비난을 받게 된 것이다. 누리꾼들의 비난은 윤지성의 SNS 뿐 아니라 그의 여동생의 SNS의 악플로 이어졌고, 악플세례를 견디다 못한 동생 역시 권현빈과 마찬가지로 SNS를 비공개로 돌리게 됐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팬으로 가장한 한 안티 팬은 SNS 메신저로 글을 보냈고, ‘응원 감사하고 더 노력하겠다’는 윤지성의 답장을 ‘윤지성이 프로그램에서 금지한 SNS을 사용해 팬들과 소통한 증거’라며 온라인상에 유출시킨 것이다. ‘윤지성의 답장’은 온라인상에 큰 파장을 일으켰고, 그는 또 다른 인신공격성의 악플테러를 당해야 했다. 하지만 윤지성이 답장을 보낸 시기가 ‘프로듀스101’에서 금지하는 합숙시기가 아니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팬이라며 답장을 보낸 윤지성의 태도는 경솔했지만 이를 유도해 악의적으로 유출시킨 누리꾼을 향해 ‘도를 넘은 행동’이라는 비판이 이어진 것이다.
이 외에도 순위발표식 당시 떨어진 순위에 실망하는 모습을 비췄던 안형섭이나 SNS 부정행위 논란을 일으킨 강다니엘 등 수많은 연습생들이 ‘비난의 대상’에 오르내리고 있다. 프로그램의 발전을 위해, 그리고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기 위해 충고와 비판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잘못된 부분에 대해 따끔한 지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은 비판과 비난은 엄연하게 다르며, 현재 이뤄지고 있는 비판의 강도가 그들이 행한 잘못보다도 더 과하게 적용되면서 비난을 넘어 비방의 수준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프로듀스101 시즌2’에 출연한 이들 중 간절하지 않은 연습생은 없으며, 노력을 게을리 하는 이들 또한 없다. 자기 자식이 귀하면 남의 자식도 귀한 법이다.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선택하지 않으면 그만이지, 굳이 ‘네거티브’한 비난을 할 필요는 없다. ‘프로듀스101’은 누군가가 죽어야 끝이 나는 ‘배틀로얄’ 이 아니며, 최후의 1인을 가리는 프로그램도 아니다. 연습생들을 향해 돌을 던질 권한은 그 누구에게도 주어지지 않았다. ‘국민 프로듀서’라는 명목 아래 이뤄지고 있는 도 넘은 비난, 이제 그만 멈출 때가 됐다.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