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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개그콘서트’ 900회, 19년간 KBS 대표 브랜드 되기까지(종합)

1999년부터 19년간, 900회까지 대한민국 국민들의 웃음만을 위해 달려왔다. ‘개그콘서트’가 KBS 대표 예능 브랜드로 자리 잡기까지 고군분투한 과정을 재조명했다.

/사진=KBS/사진=KBS





10일 오후 1시 30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 별관 공개홀에서는 KBS2 ‘개그콘서트’ 기자간담회가 개최됐다. 이날 자리에는 이정규 PD, 김준호, 김대희, 유민상, 김민경, 오나미, 이수지, 이상훈, 서태훈, 박진호, 손별이가 참석했다.

이날 이정규 PD는 최근 개그 프로그램의 시청률과 화제성 부진에 대해 “요즘 프로그램들이 순조롭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지금까지 많은 변화를 꾀하면서 경쟁 프로그램으로 SBS ‘K팝스타’, ‘미우새’ 등을 만나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라고 밝혔다. ‘개그콘서트’는 회차 초반 시청률 30%에 육박하며 전 방송사를 통틀어 핵심 예능 프로그램으로 자리하는가 싶었지만 최근 7%대까지 하락한 바 있다. 이 PD는 이어 “김준호가 6월 안으로 컴백 할 예정이다. 다른 개그맨들도 절만 이상의 새 코너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 중이다. ‘개콘’이 일어나면서 시청률을 견인하고 싶다”고 대안을 들었다.

특히 이번 900회 특집에는 대한민국 최고의 개그맨이라 손꼽히는 유재석이 특별 출연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유재석이 정해진 스케줄과 ‘무한도전’ 녹화 때문에 지난주에 사전녹화를 했다. 출연을 부탁드렸는데 ‘당연히 해야지’라며 흔쾌히, 대본 회의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녹화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만족할 때까지 녹화를 하시더라. 우리가 재미있게 편집만 하면 된다. 그리고 끝나고 6~70명 되는 개그맨들의 저녁 회식을 쏘고 가셨다”고 덧붙이며 ‘유느님’의 선행에 혀를 내둘렀다. 여기에 이 PD는 “김대희가 ‘봉숭아 학당’ 선생님으로 나오고, 김응수, 트와이스가 대기 중이다”라고 특별 출연진을 언급하며 기대감을 불어넣었다.

한편 최근 들어 히트 코너를 많이 탄생시키지 못한 원인으로 “최근에는 ‘아무말 대잔치’처럼 개그 템포가 인터넷에서 짤방 한 장으로 터질 수 있는 것들을 만들어봤다. 정명훈 씨 코너는 ‘개콘’에서 전무후무하게 프로그램 말미에 에필로그로 전하기도 했었다. 901회에는 절반 이상의 코너를 갈아치울 생각이니 앞으로 기대해 달라”고 전했다.

정치 풍자에 다소 성공하지 못하고 엉성한 풍자로 그친 아쉬움에 대해서는 “큰 주제를 관통하지 못한 탓도 있는 것 같다. 외압은 없었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유재석과 사전 녹화를 마치고 얘기한 게, 19년 전 심야시간에 있던 프로그램을 대중 앞에 내놓은 게 ‘개그콘서트’라고 했다. 더 이상 이 형식에서 희망을 찾지 못할 수도 있으니 19년 전의 모험을 다시 해야 한다고 충분히 생각한다”며 “900회의 역사를 가진 프로를 위해 조금만 더 시간을 가지고 형식상의 변화, 관점의 변화를 꾀할 것”이라고 조심스럽지만 혁신적인 각오를 다졌다.

개그 프로그램과 예능 프로그램의 불가불 양립성에 대해서는 “김지민, 김준현, 장동민, 신봉선이 오늘(10일) 녹화에 참여한다. 지금은 그들이 여의치 않아서 개그 프로를 쉬고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많은 개그맨들이 예능 프로그램과 병행하고 싶어하지만, 혹자는 개그만을 하고 싶어하기도 한다. 혹독했던 회의와 협상의 시스템에서 간극을 줄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사진=KBS/사진=KBS


KBS 개그맨 14기로, 개그콘서트 최장수 출연 개그맨 김준호는 ‘1박2일’과 어떤 프로그램을 선호하는지 묻자 “둘 다 너무 소중하다. 오죽하면 ‘1박 개콘’이라고 외칠 정도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그는 “정치를 풍자하는 게 조심스러웠는데, 이제는 시원하게 풍자하고 싶다. 앞으로 문재인 대통령께서 웃기기 편한 대통령이 되셨으면 좋겠다. 저희 프로그램에 섭외도 하고 싶다”고 대찬 포부를 밝혔다.


김준호는 “1999년에 대학로 개그 공연을 ‘개그콘서트’로 가져와서 처음에 화제가 됐다가 ‘육아일기’라는 경쟁 프로그램을 만나고서 시청률이 깨진 적이 있다. 그 이후로도 계속 시청률이 오르락 내리락 했다. 몇몇 네티즌 분들은 끊임없이 지적해주시는데 다시 충분히 올라갈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는다”고 시청률에 조바심 가지지 않는 여유로운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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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호와 동기인 김대희 “많은 분들이 개그맨을 예능 진출을 위한 발판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진짜 개그를 하고 싶은 분들이 개그 프로에 서줬으면 한다”고 개그에 남다른 애정을 보이며 당부를 잊지 않았다. 또한 “신인 개그맨을 발굴하는 프로그램을 KBS에서 만들어줬음 한다. ‘폭소클럽’을 통해 유세윤이 나왔듯이 말이다. 여러 기획으로 변화를 주려면 신인을 발굴하는 과정이 필요하겠다”고 현재 개그 프로그램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부분을 생각했다.

그러면서 그는 “변기수 개그맨 이후로 굉장히 빠른 개그가 유행하게 된 것 같다. 이후로는 시청자들이 SNS를 통해 ‘움짤’ 같은 30초~1분 안으로 웃기는 것들을 원하시더라. 이제는 2초 안으로 웃겨야겠더라. 해외에는 그런 문화가 없는데 우리나라 시청자 분들의 문화가 특수한 것 같다”고 대한민국에 유행하는 개그 형식의 특수성을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김대희는 “과거에는 정말 많은 개그 프로그램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많은 채널이 생겼음에도 개그 프로그램이 적어졌다. 자꾸 ‘침체’라고 말씀하시는데, 그러다가는 더욱 큰 침체가 발생하지 않을까 염려된다. 다양한 종류의 개그들이 있겠지만, 지금은 공개 프로그램밖에 없는 것 같다. 앞으로 다양한 종류의 개그 프로그램이 생겨서 대한민국 시청자들이 밝게 웃었으면 좋겠다. 격려와 응원 부탁드린다”고 바람을 전했다.

/사진=KBS/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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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훈은 개그맨으로서의 직업병으로 “대부분 개그맨들이 개그를 짤 때 반대의 상황에서 웃음을 이끌어내는 훈련을 하다보니 실제로도 장례식장에서 거꾸로 유머를 떠올리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유민상은 “정형돈 선배가 ‘민상아, 네가 마른 애들을 데리고 살찌는 법을 가르쳐 주는 거야’라는 식으로 개그 프로를 관둔 선배들이 연락 와서 아이디어를 짜시더라”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900회 동안 매주 아이디어를 짜며 지금까지 방송을 이어올 수 있던 소감으로 이상훈은 “‘개그스타’라는 프로그램에서 개그맨 지망생을 코너로 올려주는 시스템이 있었다. 그 당시 굉장히 열심히 코너를 짰는데 그 초심을 잃지 않겠다. 초심을 다잡는 개그맨이 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이수지는 “처음에 ‘개그콘서트’ 방청을 와서 무대에서 춤을 춘 후 개그맨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다. 무대에 처음 섰을 때 눈물이 날 것 같더라. 매주 아이디어를 짜내는 게 굉장히 지치고 짜증나는 일이기도 하지만, 공동 작업이기 때문에 동료들로부터 힘을 얻는다. 앞으로 ‘개콘’이 승승장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이수지는 일상성이 돋보이는 자신의 개그 스타일로 “내가 그리는 캐릭터들은 대부분 모방으로 시작한다. 일상에서 주변인들을 따라하며 시작한다. 이번에도 ‘연기돌’이라는 코너를 짜면서 오나미 선배와 상의하면서 톤을 잡고 오버스럽게 만들었다. 시청자 분들이 재미있게 봐주신 코너가 일상에서의 모습을 좋아해주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오나미는 처음 무대를 선 기억으로 “이 무대에서 장기자랑을 해 2등을 했었다. KBS 로고가 보이는 곳 앞에 서서 ‘여기를 내 직장으로 삼겠다’고 생각했다. 정말 꿈의 무대였던 곳에 설 수 있게 돼서 영광이다”라며 “개그맨을 꿈꿀 수 있도록 도와준 선배님들과 함께 해서 영광이다”라고 뭉클한 소감을 밝혔다.

‘개그콘서트’는 900회 특집을 맞아 14일부터 3주간 유재석, 김종민, 정준영, 데프콘, 신봉선, 장동민이 깜짝 게스트로 출연, 레전드 개그맨과 라이징 개그맨의 콜라보로 무대가 꾸며진다. 지금까지 ‘개그콘서트’ 19년 역사를 빛낸 19개의 레전드 코너와 함께 보다 특별한 웃음이 시청자들을 찾아갈 예정. 매주 일요일 밤 9시 15분 방송.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한해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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