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FORTUNE FEATURE|창고의 마법

THE MAGIC IN THE WARE-HOUSE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코스트코는 독자적인 사업 방식으로 업계에 돌풍을 일으켰다. 이 유통회사는 날로 강력해지는 아마존과 밀레니얼 세대의 부상, 경영진 세대교체 같은 여러 변수 속에서도 지금까지 지켜온 우위를 지켜낼 수 있을까?





지난해 추수감사절 이틀 전, 캘리포니아 주 토런스에 위치한 코스트코 매장 모습.   세차장과 보청기 매장을 갖춘 4,637평 규모의 이 초대형 매장은 수많은 사람들로 활기가 가득했다.지난해 추수감사절 이틀 전, 캘리포니아 주 토런스에 위치한 코스트코 매장 모습. 세차장과 보청기 매장을 갖춘 4,637평 규모의 이 초대형 매장은 수많은 사람들로 활기가 가득했다.





시애틀 인근 작은 산악지대 이사콰 알프스 Issaquah Alps의 끝자락에 있는 전원 도시 이사콰는 베이지색과 붉은색의 벽돌 건물로 구성된 사무실 단지를 품고 있다. 별다른 특색도 없고 무섭도록 조용한 이 곳은 겉모습만 봐선 도저히 미국 경제를 이끄는 대기업의 중심이라고 상상할 수 없다. 경비원은 방문객이 다가오자 그냥 내쫓지 않고 말을 걸었다. 안내데스크에는 과자가 담긴 쟁반이 놓여 있었다. 안내 담당자가 하나 먹어 보라고 권유를 했다. 번잡함이라곤 전혀 없는 고요한 곳이었다. 보통 회사라면 한참 떠들썩해야 할 기간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무척 놀라운 일이었다.



2016회계연도에 매출 1,160억 달러를 기록한 세계 3위 유통업체 코스트코 홀세일 Costco Wholesale은 그 주에 3개 행사를 치를 예정이었다: 세계 각지에서 모인 임원들이 참석하는 월간 예산 회의, 이사회 회의, 그리고 주말에는 연례 주주총회가 잡혀 있었다. 참석자들이 모일 무렵 코스트코에는 몇 가지 악재가 있었다. 빡빡한 수익률로 유명한 유통업계에는 아마존 같은 전자상거래업체들 때문에 경쟁이 심화될 위협이 상존하고 있었다. 밀레니얼 세대 *역주: 8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 소비자를 사로잡는 것도 큰 과제였다. 게다가 환율 변동으로 인해 해외 매장 매출이 약화되고 있었다. 코스트코 제휴카드를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에서 비자로 옮기는 절차도 예정돼 있었다(이 일은 물류 담당 실무자에겐 악몽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경영진은 그 어떤 사태에도 당황하지 않는 듯했다. 이들은 온라인이라는 ‘토끼’의 눈에는 코스트코 창고형 매장이 ‘거북이’라는 점을 인지하면서도, 최종 승자는 거북이가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사실 코스트코는 늘 승자였다. 그러나 코스트코는 오랫동안 고전하는 부분을 하나 갖고 있다. 경제와 (최소한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정체성에 관한 문제다.



코스트코는 딱딱하기보단 활기 넘치는 신흥 종교에 가까운 분위기를 갖고 있다. 경영진은 인사가 거의 대부분 내부 승진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자랑스러워 한다. 솔직하고 꾸밈없는 태도를 가진 CEO 크레이그 젤리네크 Craig Jelinek(63)도 한때는 코스트코 전신(前身) 업체에서 쇼핑 카트를 수거했던 인물이었다. 매장 매니저 98%가 하급 직원 출신이고, 최고위 경영진도 약 30년간 함께 일한 직장 동료이자 또 하나의 가족 같은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예산 회의에서 흰머리를 많이 목격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문제가 바로 우려할 점이다. 이번 달 회의에서만 흰머리 중역 여섯 명과 아쉬운 작별의 시간을 나눠야 했다. 모두 은퇴하는 수석 부사장들이었다. 일생을 코스트코에 바친 좀 더 젊은 인물들이 그들의 빈자리를 채울 예정이라곤 하지만, 한 가지 질문만은 피할 수 없다. 창립 35주년을 맞는 현 시점에서 새 얼굴들이 과연 코스트코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그건 코스트코에겐 단순한 질문이 아니다. 회사 최대의 화두다. 기업문화를 자랑하고 있는 회사는 많다. 하지만 코스트코만큼 기업문화에 긍지를 갖거나 크게 의존하는 회사는 드물다. 모건 스탠리의 유통 전문 애널리스트 시미언 구트먼 Simeon Gutman은 코스트코의 기업문화를 ’수퍼컬처 super-culture‘라 부르며 이렇게 설명했다. “고객에게 계속 서비스와 기쁨을 제공한다면, 고객들은 기꺼이 재방문을 원할 것이다.”



코스트코는 유통업계 거물이다. 매장 수는 715개에 불과하지만, 매장 수 1만 1,528개인 월마트와 (얼마 전 2위로 올라선) 아마존의 뒤를 이어 전 세계 유통업계 매출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코스트코는 초이스급과 프라임급 쇠고기 *역주: 미국산 소고기 분류상 최상위 2개 등급, 유기농 식품, 전기구이 통닭, 와인(!)의 세계 최대 판매업체다. 플랜터스 Planters *역주: 미국의 유명 견과류 제조업체 보다 견과류를 더 많이 판매한다. 코스트코 자체 브랜드인 커클랜드 시그니처 Kirkland Signature도 식음료부터 의류까지 다채로운 제품군을 통해 코카콜라보다 더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코스트코는 지난해 미국 내에서 딸기 5만 2,616톤을 수송했다. 전 세계 블루베리 운송량의 13%를 점유하기도 했다.코스트코는 지난해 미국 내에서 딸기 5만 2,616톤을 수송했다. 전 세계 블루베리 운송량의 13%를 점유하기도 했다.





코스트코의 핫도그 판매량은 실로 엄청나다.   코스트코는 프랑크푸르트 핫도그와 탄산음료 콤보 세트(1.5달러)를 1억 3,200만 개나 팔아치웠다.코스트코의 핫도그 판매량은 실로 엄청나다. 코스트코는 프랑크푸르트 핫도그와 탄산음료 콤보 세트(1.5달러)를 1억 3,200만 개나 팔아치웠다.



하지만 코스트코의 자부심은 매출 수십억 달러 기업의 전형적인 모습과는 다르다는 점에서 나오고 있다. 그것이 바로 기업문화가 나타나는 지점이다. 임원들은 직원들과 직접 통화를 하곤 한다(젤리네크 CEO는 “계산대 직원이 직접 내게 전화를 걸어 ‘업무처리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코스트코는 사무 공간도 개방되어 있다. 기자가 방문 예약을 하려면 엄청나게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비밀주의 탓이 아니라 일정을 조율할 홍보 부서가 없기 때문이다.



코스트코에서 18년째 근무하고 있는 품질관리 및 식품안전 담당 부사장 크레이그 윌슨 Craig Wilson은 “사람들은 문을 부수고서라도 코스트코에서 일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일단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아무도 떠나려 하지 않는다. 1년 근무한 직원의 근속률이 94%에 달한다. 회원, 마케팅, 서비스 담당 부사장으로 37년 간 근속한 폴 래섬 Paul Latham은 “천금을 준다고 해도 회사를 떠날 생각이 없다. 이 일을 사랑하니까”라고 말했다. 코스트코에선 아무도 일을 그만두지 않고, 해고가 되는 경우도 극히 드물다. 경기침체가 닥쳐 대부분 회사들이 직원들을 해고했을 때에도 코스트코 수뇌부는 단 한 명의 직원도 내보내지 않았다. 젤리네크는 “생각조차 안 해봤다”고 말했다. 오히려 회사는 직원들의 임금을 올려주었다.



클로딘 애더모 Claudine Adamo도 이런 직원에 속하는 사람이다. 그녀는 코스트코의 미래다. 올해 47세인 애더모는 웨스턴 워싱턴 대학교에서 금융마케팅을 전공했다. 졸업 후 그녀는 두 언니가 회계부서에서 일하고 있다는 이유로 코스트코에 지원했다. 당초 그녀는 본사 근무를 희망했지만, 신입사원은 모두 ‘창고(코스트코는 매장을 창고라 부른다)’에서 일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애더모는 자존심을 누르고, 워싱턴 주 커클랜드에 위치한 매장으로 출근했다. 회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영수증을 검사하는 업무였다. 애더모는 “친구들은 내가 미쳤다고 생각했다”고 당시 상황을 떠 올렸다.



25년이 지난 현재, 그녀는 젤리네크가 이끄는 현 경영진을 승계할 차기 임원으로 육성되고 있다. 애더모와 그녀의 부사장들도 이미 자신의 후계를 추려내고 있다. 그녀의 사례는 코스트코 리더십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직원을 대하는 코스트코의 방식도 주목할 만하다. 일단 연봉이 후하다(월마트 평균 시급은 13.38달러인 반면, 코스트코는 22달러나 된다). 파트타임 직원에게도 포괄적인 의료와 치과보험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1년만 근무하면 401(k) 연금보험과 스톡옵션도 누릴 수 있다. 코스트코에선 휴가와 육아휴직도 자유롭다. MIT 슬론 경영대학원(Sloan School of Management)의 제이네프 톤 Zeynep Ton 겸임부교수는 코스트코 직원들은 타 업체에 비해 더 큰 책임을 지고, 동기부여와 만족도도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톤은 “코스트코가 높은 봉급을 줄 수 있는 이유는 직원들이 꾸준히 혁신하고 발전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애더모는 자신의 커리어 전부를 코스트코에만 바쳤다. 매장 근무 1년 후, 그녀는 북서부 지역 매장의 사탕 발주를 담당하는 재고 담당자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에도 그녀의 경력 쌓기는 계속됐다. 사탕 보조 바이어, 우편주문(훗날 코스트코닷컴이 됐다) 담당 바이어, 코스트코 전체 매장 담당 컴퓨터 바이어를 거친 후 남캘리포니아 지역 신규 출점을 위한 머천다이징 매니저로 승진했다. 애더모는 이후 가구, 소형가전, 주방용품 등의 가정용품부문 부사장으로 승진을 거듭해 시애틀 본사로 돌아왔다. 현재는 소비자 가전, 보석, 사무실용품 담당 부사장을 맡고 있다.



애더모는 그 긴 여정을 통해 코스트코가 최신 유행의 유혹에 무릎 꿇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됐다. “코스트코에선 누구나 밑바닥부터 시작한다. 모든 자리를 거치면서 조금씩 전진하며 배운다.” 그녀는 이를 ”환경 내에서의 성장“이라 불렀다.





젤리네크 CEO를 포함해 거의 모든 임원들이 이런 과정을 거쳐왔다. 젤리네크는 “카트를 모으러 다니는 게 어떤 일인지 안다”고 말했다. “화장실 청소도 마찬가지다. 나는 화장실 변기 주변의 어느 타일이 청소가 안 됐는지 찾아낼 수 있다. 가축 사육 두수를 줄이거나 소고기를 가는 법도 안다. 그래서인지 나는 백마 타고 온 이방인의 태도로 직원들과 대화하지 않는다. 직원들도 내가 경험자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오랫동안 CFO 자리를 지키고 있는 리처드 갤런티 Richard Galanti는 이를 “별종 없는(jerk-free)” 회사 문화라고 정리했다.



코스트코 직원들은 한결같이 이런 기업문화가 공동창업주 짐 시네걸 Jim Sinegal로부터 나왔다고 말한다. 올해 81세인 시네걸은 콧수염을 기른 아담하고 인자한 할아버지 같은 인상을 갖고 있다. 1983년부터 2012년까지 CEO를 역임한 그는 요즘도 이사콰 본사로 매일같이 출근을 한다. 시네걸은 솔 프라이스 Sol Price라는 무뚝뚝한 변호사의 영향으로 자신의 기업철학이 생성됐다고 말했다. 프라이스는 1954년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에서 자영업자들을 주 고객으로 하는 창고형 저가 매장 페드마트 FedMart를 열었다. 당시 18세 대학생이었던 시네걸은 페드마트 근무를 계기로 프라이스의 제자가 되었다. 대공황기 시절 바가지를 씌우는 상인들을 본 프라이스는 언제나 올바르게 행동하는 것을 사업 신조로 삼았고, 시네걸도 그의 신조를 따랐다.



그러던 1983년, 시애틀의 변호사 제프리 브로트먼 Jeffrey Brotman이 창고형 매장을 개업하자는 제안을 들고 시네걸을 찾아왔다. 두 사람의 목표는 단순한 회사 이상이었다. 사업 못지않게 사업하는 방식에도 방점이 찍힌 하나의 미션이었다. 그 때 태어난 슬로건 ‘올바른 행동을 하라’는 지금도 여전히 회사의 신조로 자리잡고 있다. 진부하거나 공허한 슬로건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직원들은 이에 부합하는 삶을 살고자 진심으로 노력하고 있다(애더모는 매일 이 말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구이 통닭. 고객만족은 코스트코 성공방정식에서 필수적인 요소다.전기구이 통닭. 고객만족은 코스트코 성공방정식에서 필수적인 요소다.





코스트코는 고객들이 생필품 이상의 무언가를 사러 오도록 만들기 위해   곰인형 같은 다양한 제품(과거에는 피카소 작품도 있었다)도 판매하고 있다.코스트코는 고객들이 생필품 이상의 무언가를 사러 오도록 만들기 위해 곰인형 같은 다양한 제품(과거에는 피카소 작품도 있었다)도 판매하고 있다.



이 슬로건은 제조업체나 소비자, 직원들로부터 폭리를 취하지 않겠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실수를 솔직히 인정하고, 강압이나 변명 없이 정정하겠다는 뜻도 갖고 있다(실크 100%로 홍보했던 셔츠가 실제 실크가 아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코스트코는 모든 구매자에게 연락해 환불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일부 고객들이 악용한다는 점을 알면서도 무제한 반품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갤런티 CFO는 “나는 항상 내 자신의 성격이 괜찮고, 정직하고, 평판도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짐(시네걸)을 만나고 나면 ‘와우?!’하고 놀라게 된다”며, 시네걸이 이야기 한 것처럼 ”문화는 가장 중요한 게 아니라 전부다“라고 덧붙였다.




도덕적으로 엄격한 시네걸이지만, 그의 경영 스타일은 엄격과 거리가 멀다. 시네걸이 만들어낸 격식 없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선 그 누구도 실수를 두려워하거나 승진을 다툴 필요가 없다. 평등주의는 회사 모든 곳에 스며들어 있다. 과거의 시네걸, 그리고 현재의 젤리네크는 다른 기업 CEO들에 비해 상당히 낮은 연봉을 받고 있다(기본 연봉이 70만 달러에 조금 못 미치는데, 젤리네크는 이에 대해 “평생 쓸 것보다 많이 번다”고 말했다). 주차장도 직급이 아니라 근속년수를 기준으로 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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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네프 톤은 코스트코가 “고객을 위한 가치 창출에 정말 많이 집중을 한다”고 평가했다. 코스트코의 운영 체제는 투자자가 아닌 고객의 이익 추구에 맞춰져 있다. 시네걸은 “기존 유통업체는 ‘이 제품에서 얻는 이익은 29달러’라고 평가한 후, ‘35달러로 올리고 싶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설명을 이어갔다. “반면 우리는 ‘이 제품으로 90달러를 버니까 그걸 17~18달러로 낮출 순 없을까’라고 생각한다. 이게 바로 기업 경영의 핵심 원칙이다. 더 낮은 가격으로 시장에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그 방법을 계속 고민해야 한다.” 시네걸은 코스트코의 고임금이 호평 받고 있음을 알고 있다며 이런 농담을 던졌다. “우리가 가격을 조금 올려도 사람들은 별 신경을 쓰지 않을 것이다.”



코스트코는 조직이 간소하다. 기본 조직유지비(판매·일반·행정 부문)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월마트(약 20%)보다 훨씬 낮은 10% 선이다. 코스트코가 고효율을 내는 비결 중 하나는 광고를 안 한다는 것이다. 제품 가짓수도 훨씬 적다. 월마트 매장 1곳에 14만 종, 아마존엔 5억 종의 상품이 진열되는 반면 코스트코는 3,700종이 전부다. 그 덕분에 납품가를 크게 낮출 수 있다. 또 갤런티에 따르면, 이 회사는 전체 화물수송량의 95%까지 담당하는 배송시스템도 구축해놓았다. 전례 없는 놀라운 수치다.



코스트코는 태생적으로 비대해질 수 없다. 브로트먼과 시네걸이 브랜드 제품의 원가 대비 판매가 인상 비율(마크업)을 최대 14%, 커클랜드 시그니처는 최대 15%로 제한하는 규칙을 오래 전에 확립해놓았기 때문이다. 이 원칙은 기업의 핵심 가치 제안으로 불가침의 영역이다(이로 인한 손실은 연 55달러의 회비로 일부 벌충을 한다. 연회비는 코스트코 수익의 3%를 차지한다. 회원권 없이는 코스트코 출입이 불가능하다). 이 시스템 덕분에 상품의 평균 마크업 *역주: 상품 가격에서 원가를 뺀 액수 비율이 월마트의 약 24%, 일반 슈퍼마켓의 30%, 홈디포 Home Depot와 로우스 Lowe’s *역주: 미국의 주택용품 업체들의 35%보다 훨씬 낮은 11%대 수준을 보이고 있다. 가솔린이나 간 소고기 같은 일부 상품의 경우 수익률이 더 낮다.





코스트코는 최저가를 빼앗길 생각이 전혀 없다. 기업 생산식품 및 건조식품 담당 부사장 낸시 그리즈 Nancy Griese는 “우리보다 싸게 팔면 누구나 경쟁 상대”라고 말했다. 코스트코는 더 싼 가격이 발견될 경우 “당일 일몰 때까지” 가격을 낮춘다. 그래도 손해를 보는 법은 없다.



시네걸이 내세우고 있는 불가침의 가치제안이 하나 더 있다. 저렴하다고 해서 싸구려를 팔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낮은 품질이 고객을 잃는 길임을 잘 알고 있었다. 코스트코의 상품 담당 COO 더그 슈트 Doug Schutt는 “품질, 품질, 품질”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고객들에게 홍보하는 만큼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 최대 과제”라고 설명했다. 코스트코는 캐슈너트 크기에서부터 통조림 속 복숭아 표면에 남은 껍질의 양까지 모든 것을 검사할 수 있는 엄격한 품질관리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 지난 1993년 햄버거 체인 잭인더박스 Jack-in-the-Box에서 E.콜리 대장균 감염이 발생하자, 코스트코는 납품 분쇄육의 품질을 우려해 15분마다 고기를 검사할 수 있는 자체 육가공 공장을 건립했다. 현재는 한 발 더 나아가 네브래스카 주에 자체 목장을 시범 운영 중이다.



현재 코스트코의 이익 마진은 종잇장처럼 얇은 2%다. 과거 월가에선 이에 대해 불만이 터져 나왔다. 당연한 말이지만, 대부분의 유통업체들은 이익 마진을 높이려 한다. 프라이스 클럽 Price Club 출신으로 현재 코스트코 이사를 맡고 있는 리처드 리벤슨 Richard Liebenson은 “우리 회사의 문화는 일반 상식에 반한다”고 말했다. “굉장히 낮은 마진율로 제품을 되도록 싸게 판매하면서 직원들에겐 최대한 높은 임금과 많은 복지 혜택을 주려 하기 때문이다.” 이는 고객과 직원들이 만족한다면, 결국엔 투자자들도 만족하게 된다는 시네걸의 신념에 따른 것이다.



그럼에도 요즘 월가는 8,100만 회원 못지않게 코스트코에 푹 빠져 있다. UBS은행의 유통 전문 애널리스트 마이클 래서 Michael Lasser는 코스트코에 대해 창립 이념을 준수하는 회사라고 평가했다. “가치에 기반을 둔 가격으로 고품질 상품을 공급하면서 공정하게 행동하고, 존경심으로 직원과 고객들을 대한다. 게다가 코스트코는 아마존 같은 ‘토끼’와 경쟁하기 위해 회사를 바닥부터 재검토할 필요도 없다”. 그는 “코스트코의 모델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앞으로도 그 모델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기업에게 변화는 꼭 필요하다. 하지만 이사콰는 예외다. 코스트코 임원들은 가끔 시어스 백화점을 이야기한다. 한때는 위대했지만, 정체성, 기본적으론 기업문화를 잃어버린 교훈적 사례라는 것이다.



코스트코는 이런 사태를 예방하는데 전념하고 있다. 젤리네크는 “우리의 사업은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화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을 대하는 법, 사람들과 교류하는 법, 사람들과 함께하는 법은 그대로일 것이다. 그런 것들은 바뀔 수 없다.” 변화에 저항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이에 대해 흔히 이야기하는 주제가 전자상거래다. 코스트코는 이 분야에서 적응이 느린 편이다. 경쟁업체인 샘스클럽 Sam’s Club의 경우, 고객들이 인터넷 주문 후 매장으로 가면 차 안에서 주문한 물건을 받을 수 있다. 코스트코는 약국에서만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편, 월마트는 아마존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온라인 할인판매 사이트 제트닷컴 Jet.com을 인수하는 등 전자상거래 부문을 강화했다. 하지만 코스트코와 월가 어느 쪽도 이 인수를 위협적이라고 평가하지 않는다. 멤버십 매출을 올리고 있는 코스트코의 회원들은 오프라인 쇼핑 경험에 만족하고 있는 듯하다. 실제로 몇 년 전만 해도 3.5주당 1회였던 회원들의 방문 주기가 현재는 주 1회로 짧아졌다.



갤런티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인터넷몰 문제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애널리스트들에게 “우리 웹사이트에 몇 가지 문제가 있음을 인지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몇 달 안에 (주문을 진행하는) 클릭 수가 크게 개선될 것이다. 검색도 6~8개월 내로 크게 향상될 것이다.” 그리곤 이렇게 덧붙였다. “편리성은 우리의 강점이 아니었다. 우리의 성공 기반은 가격과 가치, 품질, 물량을 최대한 낮은 가격으로 제공하는데 있었다. 가치라는 개념에 편리성도 분명 포함된다는 걸 인정한다. 현재보다 훨씬 개선된 결과를 내놓을 것이다. 하지만 2시간 내에 배달이 완료된다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도 코스트코가 아마존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이런 점을 한번 생각해보자. 한 애널리스트가 필자에게 지적했듯, 코스트코가 아마존을 모방하기는커녕, 아마존이 아마존 프라임 Amazon Prime을 통해 코스트코의 회원제를 벤치마킹했다. 제이네프 톤은 코스트코 직원들의 역량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전자상거래 업체보다 변화하는 고객에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심지어 스마트폰 쇼핑을 선호할 것 같은 밀레니얼 세대도 코스트코를 찾고 있다. 코스트코에서 비중이 가장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세대가 바로 이들이다. 코스트코 회원의 연령대는 점점 낮아지고 있다.


코스트코의 커클랜드 시그니처 브랜드는 플랜터스보다 더 많은 견과류를 판매한다.   전 세계에서 재배되는 대형 캐슈너트의 36%가 코스트코에서 팔리고 있다.코스트코의 커클랜드 시그니처 브랜드는 플랜터스보다 더 많은 견과류를 판매한다. 전 세계에서 재배되는 대형 캐슈너트의 36%가 코스트코에서 팔리고 있다.



진짜 문제는 코스트코 밖이 아닌, 안에 있는 밀레니얼 세대다. 월가는 낙관적이지만, 애널리스트들은 코스트코가 경영진 세대교체 때문에 장점을 잃어버리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구트먼은 “탁월한 문화는 세대를 거치며 이어진다고 생각한다”고 운을 뗀 후, “유통업체들은 역사가 비교적 짧아 그런 사례가 많지 않다. 한 세대가 정점에서 사라질 때까지 존속하는 유통업체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건 지금 코스트코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현상이다. “세대가 바뀐 후에 관한한 우려가 있다.”



시네걸은 은퇴 당시 사장이었던 젤리네크를 활용해 이 문제를 능숙하게 풀어냈다. 젤리네크가 이미 후계 구도 계획 짜고 있다고 밝힌 바 있지만, 그의 퇴임이 임박했다고 보는 사람은 없다. 젤리네크는 코스트코가 임원진 세대 교체에 관한 10개년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애더모는 시네걸이 은퇴 전 신임 임원들이 ‘서로를 알아 가는’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젤리네크도 이를 이어 가고 있다고 전했다.



UBS의 래서도 크게 걱정하지 않고 있다. 그는 “코스트코의 경영진 후보들은 굉장히 유능하다”며 “코스트코는 어떤 경우든 한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는 기업문화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차기 경영자가 코스트코를 좀 더 멋있고, 빠르고, 뭔가 다르게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유혹에서 자유로울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그래서 리벤슨 이사는 “차기 임원 후보군들은 과연 기업 문화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가? 뼛속까지 기업 정신을 체화했는가? 코스트코에서만 경력을 쌓았는가?”라는 질문을 꾸준히 던지고 있다. 결코 가볍지 않은 질문들이다.



애더모의 경력은 이 모든 의문에 대한 긍정적인 답은 물론, 한 가지 더 활력적인 요소를 갖고 있다. 그녀는 “우리가 하는 일을 핵심까지 파고 들어가면, 단순히 직장뿐만 아니라 삶의 모든 부분에서 올바른 행동을 하게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코스트코가 앞으로도 계속 코스트코로 남을 가능성이 높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코스트코는 지난 수십 년간 경영철학을 내재화해 이제는 어느 때보다도 열성적으로 이를 수호하고 있다. 그 철학은 예상할 수 없는 사건이 벌어지지 않는 한, 앞으로도 수십 년간 굳건할 것이다.






개방적 기업문화의 단점: 젤리네크 CEO는 “종종 계산대 직원이 전화를 걸어 ‘업무 처리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크레이그 젤리네크, CEO





애더모는 고객 환대 업무를 맡자 “친구들이 내가 미친 줄 알더라”고 말했다. 그녀는 25년이 지난 지금, 코스트코 부사장 직을 맡고 있다.
클로딘 애더모 소비자 가전, 보석 및 사무실용품 담당 부사장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BY NEAL GABLER, PHOTOGRAPHS BY SPENCER LOWELL

NEAL GAB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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