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美 "북한 체제보장·침략도 안해"...한반도 정세 변화 오나

틸러슨 국무, 홍석현 특사와 면담서 '화끈한 메시지'

공은 北으로...분위기 성숙 땐 남북정상회담 가능성

"궁지 몰린 트럼프 외교적 성과 노린 제스처" 분석도

홍석현(왼쪽 두번째) 대미특사가 17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대통령과 만나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허버트 맥매스터(왼쪽부터) 백악관 NSC 보좌관, 홍 특사, 트럼프 대통령, 안호영 주미대사, 마이크 펜스 부통령. /사진제공=백악관홍석현(왼쪽 두번째) 대미특사가 17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대통령과 만나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허버트 맥매스터(왼쪽부터) 백악관 NSC 보좌관, 홍 특사, 트럼프 대통령, 안호영 주미대사, 마이크 펜스 부통령. /사진제공=백악관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18일(현지시간) 북한을 향해 “정권교체도, 침략도 안 하고 체제를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북핵 문제와 관련해 ‘평화’를 언급한 데 이어 틸러슨 장관도 홍석현 대미특사에게 북한의 체제를 보장하겠다고 분명히 밝히면서 한반도에 변화의 바람이 불 가능성이 높아졌다. 북미 대화가 이뤄진다면 한반도 긴장은 대폭 완화된다. 이러한 분위를 타고 문재인 정부와 북한이 전격 대화한다면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틸러슨 발언 내용과 형식 모두 ‘강력’=트럼프 미 행정부는 최근 북한에 대한 정책 방향을 ‘최대의 압박과 관여’로 정했지만 그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틸러슨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특사인 홍 특사에게 “북한 정권교체도 안 하고, 침략도 안 하고 체제를 보장한다”고 밝히면서 미국의 대북 정책 기조가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됐다.

틸러슨 장관은 홍 특사와 가진 40분간의 면담에서 북한이 핵 폐기 의지를 보인다면 미국이 북한에 적의를 나타낼 일은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북한을 향해 “우리를 한번 믿어달라”고 당부했다.

이는 “중국이 (북한 손보기) 안 하면 미국이 하겠다” “군사적 대응을 포함한 모든 옵션을 고려하겠다” 등 그간 워싱턴에서 나온 북한 관련 발언과는 크게 다른 것이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적절한 상황이 되면 김정은을 만나겠다”며 대화 분위기를 띄운 것도 최근 확정한 대북 정책 기조에 따른 전략적 발언으로 풀이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홍 특사에게 이 같은 대북 정책 기조를 설명한 ‘형식’에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 김창수 코리아연구원장은 “이번 틸러슨의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나온 가장 강력한 대북 메시지”라면서 “이를 새로 취임한 한국 대통령의 특사에게 얘기하는 ‘형식’을 취한 것은 새 정부에 대한 일종의 선물로도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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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태도 변화 배경은=당초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가 전제돼야만 북과 대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북한이 추가적인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하면 대화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미국이 대화 쪽으로 대북 정책 기조를 바꾼 배경에 대해서는 진단이 엇갈린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추가 실험 중단을 대화의 출발점으로 잡고 장기적으로 핵 폐기로 간다는 로드맵을 생각하면 이번 틸러슨의 발언은 상당한 진전”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미국의 기조가 바뀌었다기보다는 비핵화만을 주장하면 임기 내 북미 대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트럼프 행정부도 알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북한의 미사일 기술이 미국 본토 타격 능력에 급속히 가까워졌고 러시아 스캔들로 국내적 궁지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 분야에서 성과를 만들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공은 북한에…‘적절한 상황’ 만들까=틸러슨 장관의 이번 발언으로 공은 북한으로 넘어갔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한이 주장하는 핵 보유 이유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인데 이번에 틸러슨 장관의 발언에 따라 북한의 전략·전술도 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제는 북한이 ‘적절한 상황’을 만들 것인지, 말 것인지를 답해야 할 차례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전문가들은 북미가 다양한 형태로 대화 기회를 탐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워싱턴 회담으로 가기 전 단계로 미국 뉴욕이나 제3국에서 ‘반민반관’ 형태의 접촉을 우선 늘려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대화 결과 북한이 조기에 핵 포기를 선언할 가능성은 낮다. 김 교수는 “김정은은 핵을 포기하면 큰 위험부담이 생긴다고 판단하고 끝까지 핵을 놓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북미 대화 분위기가 성숙되면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 실장은 “만약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북한 핵·미사일 실험 중단과 개성공단 재가동 등 합의할 게 많다”면서 “북한은 한미연합 군사훈련 중단을 반대급부로 요구할 것으로 보여 남북 간 접점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맹준호기자 뉴욕=손철특파원 next@sedaily.com

맹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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