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기혼자와 50년 사실혼에도…법원 "유족연금 권리 없다"

배우자가 있는 사람과 동거하며 수십 년간 사실혼 관계를 유지해도 유족연금 수급 대상이 될 수는 없다고 법원이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김국현 부장판사)는 A씨가 “유족연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한 처분을 취소하라”며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2일 밝혔다.

A씨는 1960년대 중반께 이미 배우자가 있던 남성 B씨와 동거하면서 두 명의 자녀를 낳은 여성이다. 1954년 결혼한 B씨는 혼인 관계를 정리하려 했으나 법률상 배우자가 반대해 끝내 이혼하지 못했다.


전역한 직업 군인이었던 B씨는 2014년 2월 숨졌고 A씨는 국방부에 유족연금을 신청했다. 하지만 연금 수급 권리는 B씨의 법률상 배우자에게 있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군인연금법에 따르면 퇴역 연금을 받을 권리가 있는 퇴역 군인이 숨지면 유족은 유족연금을 받을 권리가 있고 사실혼 관계인 사람도 유족에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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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을 받지 못한 A씨는 국방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다. A씨는 자신과 B씨가 사실혼 관계였음을 확인해달라는 취지로 ‘사실상 혼인 관계 존부 확인의 소’를 가정법원에 제기해 1·2심에서 승소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면서 A씨는 “B씨가 법률상 배우자와 사실상 이혼 상태”라며 “B씨와의 사실혼을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중혼적 사실혼’으로 본 국방부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B씨가 숨질 때 부양했던 사람은 사실혼 관계자인 자신이라는 주장도 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와 B씨 사이에서 나온 자녀들이 B씨와 법률상 배우자의 자녀로 호적에 등록됐던 점 등에 비춰볼 때 법률혼이 사실상 이혼 상태라고 보기 어렵다”며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사실혼인 사람이 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군인연금법은 실체는 있는데도 단지 혼인신고가 없는 경우에 사실상 배우자를 보호하려는 것이지, 법률혼 관계와 동시에 존재하는 사실혼을 보호하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만약 법률상 배우자가 따로 있다면 이혼할 뜻이 있는데도 형식상 절차가 이뤄지지 않아 법률혼이 남아 있는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사실혼 관계자에게 군인연금 수급권이 인정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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