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브라질 반정부 시위대 연방정부 청사 방화

대통령 퇴진, 연금·노동 개혁 중단 요구

우파 연립정권, '포스트 테메르' 논의 착수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AP연합뉴스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AP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대가 연방정부 청사 일부에 불을 지르는 등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이날 현지 언론에 따르면 시위대는 이날 오전 시내 마네 가힌샤 축구경기장 근처에 모여 집회를 한 뒤 연방정부 청사를 거쳐 연방의회로 행진하려다 진압에 나선 경찰과 충돌했다.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시위대를 막았고 시위대는 돌과 화염병을 던지며 저항하다가 연방정부 청사에 불을 지르고 공공시설물을 파괴했다. 이 과정에서 재무부와 농업부 청사 일부가 불에 탔다. 대통령실은 연방정부 청사에서 근무하던 모든 공무원에게 긴급대피를 지시했다.

테메르 대통령은 법과 질서 수호하기 위한 강력한 대처를 주문했고 하울 중기만 국방장관은 대통령궁과 외교부 청사 등에 군 병력을 배치하는 등 경찰을 지원했다. 중기만 장관은 과격시위를 강하게 비난하면서 “민주적 질서와 제도를 존중하지 않는 폭력 행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위를 주도한 노동계는 부패 정치인의 증언을 막기 위해 기업인을 만나 뇌물 제공을 협의했다는 의혹을 받는 테메르 대통령 퇴진과 현재 추진 중인 연금·노동 개혁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테메르 대통령 정부는 재정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20년간 예산지출 규모를 실질적으로 동결하는 고강도 긴축 조치를 지난해 마련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는 연금·노동 개혁 작업에 나섰다. 하지만 노동계는 연금·노동 개혁이 충분한 논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이루어지고 있으며 정부와 의회가 기업의 이익에만 충실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여론도 연금·노동 개혁에 대해 반대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일 발표된 여론조사업체 다타폴랴(Datafolha)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연금 개혁에 대해 71%가 반대했다. 노동법 개정으로 기업과 기업인이 주로 혜택을 입을 것이라는 답변은 64%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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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과정에서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 퇴진을 둘러싼 논란이 갈수록 가열되고 있다. 야권은 물론 우파 연립정권 내부에서도 테메르 대통령이 국정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대안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다. 테메르 대통령은 지난 3월 대형 육류 수출업체 JBS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뇌물수수 혐의로 복역 중인 에두아르두 쿠냐 전 하원의장에게 입막음용 금품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했고 이 내용이 담긴 녹음테이프가 공개되면서 거센 퇴진 압박을 받고 있다.

테메르 대통령이 속한 브라질민주운동당(PMDB)과 함께 우파 연정의 중심축을 이루는 브라질사회민주당(PSDB)과 민주당(DEM) 지도부는 ‘포스트 테메르’ 논의에 착수했다. 두 정당은 야권의 주장대로 대통령 직접선거가 치러져 좌파 노동자당(PT)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는 상황을 막을 수 있는 인물을 찾는 데 주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브라질민주운동당의 네우손 조빙 전 법무·국방장관과 브라질사회민주당의 타수 제레이사치 상원의원이 유력한 후임자로 거론되고 있다.

브라질 사회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가톨릭계도 테메르 대통령 퇴진 주장에 가세했다. 브라질 가톨릭주교협의회(CNBB)의 사무총장인 동 레오나르두 울리히 스테이네르 신부는 이날 “테메르는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는 윤리적 기반을 상실했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와 관련, 연방대법원은 개헌을 통한 조기 대선 방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연방대법원이 개헌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입장을 정리하면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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