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스타 영화

[현장] ‘박열’ 이제훈 “내가 바로 조선의 X새끼로소이다!”(종합)

영화 ‘박열’에서 이준익 감독과 만난 배우 이제훈이 데뷔 이래 가장 파격적인 변신을 꾀했다.

25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메가박스 동대문에서는 영화 ‘박열’(감독 이준익) 제작보고회가 개최됐다. 이날 자리에는 이준익 감독, 배우 이제훈, 최희서가 참석했다.




감독 이준익, 배우 이제훈,최희서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 ‘박열’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지수진 기자감독 이준익, 배우 이제훈,최희서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 ‘박열’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지수진 기자




‘박열’은 1923년 도쿄, 6천명의 조선인 학살을 은폐하려는 일제에 정면으로 맞선 조선 최고 불량 청년 박열(이제훈)과 그의 동지이자 연인 후미코(최희서)의 믿기 힘든 실화를 그린 작품.

‘사도’로 사도세자를, ‘동주’로 윤동주 시인을 재조명한 이준익 감독은 열두 번째 작품으로 ‘박열’을 내놓으며 이번엔 실존인물 박열에 초점을 맞췄다. 역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과 인간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을 담아내는 이준익 감독의 깊은 울림과 여운이 기대된다.

이준익 감독은 “20년 전에 영화 ‘아나키스트’를 찍을 때 박열 열사를 알게 됐다. 사실 그 때는 식민지 시절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어서 우리가 정확히 바라보지 못했다. ‘아나키스트’의 무대는 상해였다. 사실 제국주의의 주무대는 동경이었다. 거기서 자신의 몸을 던졌던 존재가 여럿 있다. 이봉창 의사, 박열이 그렇다. 박열과 유관순이 동갑인데 우리가 자세한 부분을 간과하는 면이 있다”고 영화를 내놓게 된 배경을 말했다.

이어 “관동대지진 때 조선인들을 대량 학살하는 일이 있었는데, 박열은 수감되고서 3년간 재판되는 과정에서 일본 총리가 3번 바뀐다. 사형선고를 받아가는 22살짜리 청년의 기개와 세상을 뚫어보는 시선이 굉장히 매력적이더라”고 박열 열사의 삶을 기렸다.

이준익 감독은 “식민지 시절에 대한 관점이 ‘암살’이나 ‘밀정’처럼 용감한 독립군들의 모습을 다룬다. ‘박열’에서는 조선총독은 물론이고 일본 총리까지 뒤흔든다. 한국에서 일본 식민지 시대를 그리는 핵심이라 생각했다”며 “가네코 후미코에 대한 근대성을 높이 사주고 싶었다. 그녀는 엄청난 페미니스트였다”고 이전까지의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과의 차별점과 가네코 후미코 캐릭터를 설명했다.

‘박열’의 시대적 배경은 1923년 일제 강점기다. 이준익 감독은 “이전까지는 조선의 근대성이 잘 안 나타났는데, 서구의 근대성을 받아들이는 조선의 혁신적인 젊은 층들의 모임인 ‘불령사’를 결성한다. 부당한 권력에 저항하는 개인의 자유와 평등을 주장한다. 지금의 젊은이들보다 훨씬 혁신적이다”고 실존했던 젊은 층의 적극적인 활동을 극찬했다.

역사적으로 1923년 관동대지진 이후에는 괴소문으로 6천여 명의 무고한 조선인이 학살됐다.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관심을 돌릴 화젯거리가 필요했던 일본내각은 ‘불령사’를 조직해 항일운동을 하던 조선 청년 박열을 대역사건의 배후로 지목한다. 무엇보다 사실성을 중시한 이준익 감독은 “픽션이나 오락적인 게 가미되진 않았다. 실존인물을 대하는 자세가 우선시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보여주는 사회관, 국가관, 인간관에 충실해야지 거기에 오락성을 잘못 붙였다가는 예의가 아니라 생각했다”고 영화의 제작 규모를 설정한 배경을 언급했다.

더불어 “실존 인물을 촬영하는 것은 굉장히 조심스러운 일이다. 영웅을 그릴 때 미화하기 마련이다. 결함을 어떻게 그릴까 고민했다. 후손들을 찾아봬 말씀드렸다. 근현대사의 인물을 다룰 때는 고증과 시선을 모두 고려해서 작업해야 했다”고 촬영하며 각별히 주의했던 점을 들었다. 이준익 감독은 “윤동주 시인이 일제강점기 후기 독립 운동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 것 같다. 박열 열사는 1923년 일제강점기 중기에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이제 앞으로 전기에서 활약한 인물을 그리고 싶다”고 지속적으로 독립운동 투쟁가들을 작품에 녹여내고 싶은 의지를 드러냈다.

이준익 감독과 배우 이제훈,최희서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 ‘박열’ 제작보고회에 참석했다. /사진=지수진 기자이준익 감독과 배우 이제훈,최희서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 ‘박열’ 제작보고회에 참석했다. /사진=지수진 기자



이제훈은 극 중 일본 제국의 한복판에서 항일 운동을 펼친 조선의 아나키스트 박열 역을 맡았다. 이제훈은 실존 인물을 연기하며 고군분투한 과정으로 “박열을 외형적으로 잘 표현하기 위해 밥을 먹으면 수염이 떨어지게 되더라. 정교하게 붙였기 때문이다. ‘그냥 참자. 영화 끝나고 먹자’고 생각했다. 단식투쟁을 하는 장면에서 말라가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맛있는 밥차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단백질 쉐이크 정도가 식사였다”고 전했다.

관련기사



‘파수꾼’ ‘건축학개론’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드라마 ‘시그널’을 통해 다양한 연기 변신을 선보이며 연기 스펙트럼을 확장해온 이제훈. 그는 이번 ‘박열’에서 22살의 조선 청년처럼 유쾌하면서 당당한 모습부터 아나키스트의 냉철한 카리스마까지 지금껏 보지 못했던 모습을 선사할 예정이다.

마지막 촬영에서 펑펑 울었다는 이제훈은 “캐릭터를 만난 게 사실 스트레스였고 압박이었다.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어서 온전히 연기했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 촬영날이 오니 많은 스태프 분들 덕인 것 같더라. 꽃다발을 받으면서 스태프들을 보는데 눈물이 나더라”고 남다른 심혈을 기울인 촬영장에서의 자신을 떠올렸다.

여기에 그는 “신념적 사상을 체화시켜서 표현해야지라는 생각을 했다. 박열이 동경으로 넘어가 생활하는 과정에서 일본어로 말을 해야 했는데, 특히 공판 과정에서 일본어로 모두 말한다. 대사가 굉장히 어려워서 걱정과 두려움이 어마어마했다. 녹음 파일을 매일 가지고 다니면서 들었다. 한 번 꿈을 꿨는데, 현장에서 대사가 생각이 안 나더라. 그래서 엄청 울었던 기억이 난다”며 “앞으로 내가 살면서 이런 인물을 만나는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라 생각했다”고 메소드 연기를 소화하며 느꼈던 점을 밝혔다.

특히 ‘박열’은 이제훈의 남루한 옷차림과 비웃는 듯한 표정이 담긴 포스터 공개 당시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이제훈은 “박열을 통해 통쾌함을 보여주고 싶었다. 조선희 사진작가님과 작업했다. 신나게 작업했다”고 말했다.

배우 이제훈, 최희서 /사진=지수진 기자배우 이제훈, 최희서 /사진=지수진 기자


최희서는 앞서 ‘동주’(2016)에서 동주의 시를 사랑하는 일본인 쿠미 역을 통해 섬세한 감정 연기와 완벽한 일본어를 구사하며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던 바. ‘동주’를 통해 잠재력을 단박에 알아본 이준익 감독은 최희서를 박열의 동지이자 연인인 가네코 후미코 역으로 낙점했다.

가네코 후미코는 일본인이었지만 아나키스트로서의 신념에 따라 조선의 독립을 주장했던 당찬 여성. 최희서는 이번 작품에서 이제훈과 첫 호흡을 맞춘 소감으로 “첫 촬영 때 사실 캐릭터가 너무 강렬해서 선배님을 못 알아봤다”며 “선배님께도 말씀 드린 건데, ‘파수꾼’ 때의 모습을 보고 팬이 됐다. 이제는 박열 캐릭터로 선배를 기억 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최희서는 “자서전에서 ‘개새끼’라는 시를 보고 가슴 속에서 왈칼 ‘내가 이런 사람을 만나고 싶었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후미코가 처음부터 박열에게 ‘우리 동거하자’고 말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하지만 첫 촬영 때 이제훈의 기에 눌려 대사가 바로 잘 나오지 않았다”고 촬영 도입 시기를 떠올렸다.

최희서는 “3년 전에 연극을 하고 있을 때 지하철에서 대본 연습을 하고 있었다. 3호선 열차를 타고 가던 중이었는데 신현식 각본 감독님께서 명함을 주시더라. ‘동주’를 하실 때였는데 일본어를 할 줄 안다고 하니 쿠미 역이 주어졌다”고 이준익 감독과 연이 닿은 과거를 언급했다.

한편 ‘박열’은 오는 6월 28일 개봉한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한해선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