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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여진구, 보기 드문 천연기념물? “적당히 바르다...연애세포도 살아있어”

도전하는 건실한 청년 여진구가 있어 충무로와 안방극장의 미래가 밝다.

아역배우에서 성인 연기자가 된 여진구가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장르는 무엇일까. 사실 지금까지는 ‘아역’이라는 틀 안에서 모든 가능성을 펼치진 못했다. 21살의 여진구는 그야말로 물 만난 고기다. 현장에서도 감독과 의견을 허심탄회하게 주고받을 수 있게 됐고, 선배들과 술 한 잔 기울이며 면대 면으로 이야기도 제법 통하게 됐다. 연기 면에서도 한창 시도하고 싶은 게 많을 나이다. 이번 영화 ‘대립군’(감독 정윤철)이 그에겐 변곡의 시작점이다.




배우 여진구/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배우 여진구/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2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는 여진구와 영화 ‘대립군’ 관련 인터뷰가 진행됐다.

9살이 되던 2005년 영화 ‘새드 무비’로 처음 연기를 시작한 여진구는 ‘사랑하고 싶다’(2006), ‘연개소문’(2006), ‘게임의 여왕’(2006), ‘일지매’(2008)로 드라마와 ‘식객’(2008),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2008), ‘쌍화점’(2008), ‘타짜’(2008)로 영화에서 다수의 아역을 맡아왔다. ‘사랑은 아무나 하나’(2009), ‘자명고’(2009), ‘자이언트’(2010), ‘무사 백동수’(2011), ‘뿌리깊은 나무’(2011) 까지 귀여운 막내 동생 이미지를 보여 왔다.

그러다 드라마 ‘해를 품은 달’(2012)에서 사춘기에 접어든 성숙함이 돋보이기 시작하더니 ‘보고싶다’(2012), 그리고 영화 ‘화이 : 괴물을 삼킨 아이’(2013)에서 전성기를 맞았다. 이때부터 많은 대중이 ‘여진구’의 이름을 기억하기 시작했고, 충무로가 눈여겨보는 인재로 각광 받았다. 아역, 단역 시절의 ‘꼬마’에서 연기적 자아를 찾아가던 시점이기도 했다.

이후 윤시윤과 투톱을 맡은 ‘백프로’(2013), 이민기와 호흡을 맞춘 ‘내 심장을 쏴라’(2014), 설경구와의 ‘서부전선’(2015), AOA의 설현과 함께한 드라마 ‘오렌지 마말레이드’(2015), 장근석과 필두로 선 ‘대박’(2016), 그리고 이정재와의 ‘대립군’까지 줄곧 주연 자리를 꿰차는 배우로 성장했다.

배우 여진구/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배우 여진구/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스스로도 다양한 장르와 역할에 도전하고 있어요”라는 여진구는 “대만 청춘물처럼 풋풋하면서 서투른 감정을 보여주는 작품이 하고 싶어요. 제 나이 대에만 담아낼 수 있는 싱그러운 에너지를 가진 작품이 있었으면 해요”라고 현재 가장 해보고 싶은 장르를 꼽았다. 성인 연기자가 된 만큼 멜로나 로맨스에 욕심이 나지 않냐고 묻자 “멜로 욕심도 나기는 한데 아직은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다양한 변화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인물은 누구일까. 여진구는 “매번 작품을 할 때마다 선배님들이 저에겐 그런 존재예요. 아낌없이 사랑을 주세요. 지금은 몰라도 나중에는 ‘선배님들의 말씀이 이런 뜻이었구나’를 깨달으면서 많이 배워요”라고 밝혔다.

‘대립군’은 그에게 지금까지 작품 중 가장 생소한 감정을 많이 느끼게 해줬다고.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까를 많이 고민도 했어요. 예전에는 폭발하는 걸 보여줬다면, 이번엔 잔잔하게 흐르는 걸 보여주려 했어요. 그래서 주변을 관찰하면서 연기했어요. 시나리오 상에서 감정을 터뜨리는 장면도 있었는데 담백하게 표현하는 걸로 바꿨어요. 긴 여운을 줄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었어요. 자칫 잘못하면 밋밋한 연기가 될까 싶어서 어려울 수도 있겠더라고요”


목소리만큼 연기에 대한 철학도 한결 깊어진 여진구는 실제론 어떤 ‘청년’일까. “전형적인 대한민국 장남이에요. 무뚝뚝하고 틱틱대기도 하고. 엄마한테 가장 살갑게 표현한 게 ‘빨래 잘 말랐네’, ‘밥이 맛있네’였어요”라고 말해 소위 ‘아빠들 표현’으로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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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히 ‘애어른’을 넘어 약간의 ‘아재미’를 보유했다. “이번에 ‘대립군’ 촬영장에서는 선배님들이 저한테 유부남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로케이션 촬영하면서 많은 명산들을 갔는데, 저는 몰랐던 한국의 모습을 보다보니까 신기했어요. 시간을 내서 가야하는 곳들이 많았는데 저는 그게 너무 아까운 거예요. 힘들게 몇 시간에 걸쳐 와서 며칠씩 있다가 가고 그랬어요. 맛집도 엄청 많더라고요. 현지 할아버지 할머니들께 맛집을 물어서 갔어요. 제가 입맛도 아저씨스러워요. 싫어하는 거 없이 다 잘 먹고 편식을 안 해요”

배우 여진구/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배우 여진구/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이런 면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진구에게는 ‘오빠’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심지어 누나 팬들이 더 장난스레 많이 부른다. 이 같은 애칭에 여진구는 “친근하게 다가가는 거 같아서 좋아요. 그렇게 들을 때마다 장난치고 싶어져요. 나를 좋아하는 게 느껴지는 구나 싶어요. 어릴 적 미성년자일 때 누나들이 장난치면 ‘누나인 거 다 알아요’라고 말하기도 했어요. 단순히 팬과 배우 사이가 아닌 친근한 별명이 생긴 거 같아서 좋아요”라고 웃어 넘겼다.

한편으론 ‘애늙은이’라는 별칭도 있다. 이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은데. 하하. 인터뷰 할 때만 성숙해지는 거 같아요. 평소에는 애 같다는 얘기 많이 들어요. 실제로는 연애 세포도 살아있고요”라고 터놓았다.

여기에 “친구들과 수다 떠는 거 좋아해요. 술도 가끔 먹고요. 앞으로 자주 접하면 늘 거 같긴 한데 지금은 접하지를 못하고 있어요. 몸을 못 가눌 정도로 취한 적은 없어요. 술 취하면 그렇게 졸려요. 이번 촬영장에서 술이 늘었어요. 산 속에서 막걸리도 마셨고요.(웃음) 작년까지는 잘 안 마셔서 술 맛을 몰랐는데, 이번 촬영하면서 선배님들께 막걸리와 술 한 잔을 배워서 술의 매력을 알게 됐어요. 주량은 소주 반병에서 한 병 정도예요”라고 제법 성인티를 내는 여진구다.

차기작 ‘1987’(감독 장준환)에서 박종철 역으로 특별출연한 여진구는 ‘화이’ 때 함께한 장준환 감독, 배우 김윤석과의 재회에서 색다른 재미를 느꼈다고. “오랜만에 장준환 감독님과 김윤석 선배님을 만났는데 많이 놀라시더라고요. ‘진구한테 술을 받는 구나’ 하시면서요. 느낌이 독특해요. 어렸을 때 선배님과 다시 만나서 어느덧 술을 따라드리게 됐네요. 술이 더 맛있는 거 있죠”

배우 여진구/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배우 여진구/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변화한 모습 가운데도 여전한 구석이 있다. ‘요즘 애들 같지 않은’ 매력이다. 2015년 ‘서부전선’ 때 폴더폰을 사용한다고 밝혀 주위를 놀라게 한 바 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만큼 이제는 스마트폰으로 갈아탔냐고 묻자 “요즘은 ‘스마트 폴더폰’을 가지고 있어요”라고 말해 또 한 번 관심을 집중시켰다. 그 와중에도 여진구는 “폴더의 딸깍거리는 느낌을 좋아해요. 그런데 이전 휴대폰에서 2G는 불편하더라고요. 그래서 LTE가 되는 걸로 바꿨어요.(웃음) 팬 분들과 소통을 해야 하는데, 아직 사진을 메일을 통해 옮겨서 SNS에 올리는 게 불편하긴 하더라고요. 한 번 고민해봐야 할 것 같아요”라고 의연하게 말을 이었다.

이 청년, 확실히 요즘 보기 드문 천연기념물이다. 아역시절부터 바르게 커야 한다는 자체 압박에서 비롯된 행동일까 싶었는데 “지금도 그런 건 가지고 있지 않아요. 부담이나 압박이 없어요. 제가 엄청 착한 것도 아니지만, 애초에 제 마음대로 막 하는 성격은 아니니까요. 적당히 바른 정도가 스스로도 어울린다고 생각해요”라며 “사춘기도 크게 겪지 않았던 것 같아요”라고 인터뷰 마지막까지 감탄을 산 여진구다.

한편 ‘대립군’은 임진왜란 당시 ‘파천’(播遷)한 아버지 선조를 대신해 왕세자로 책봉되어 ‘분조’(分朝)를 이끌게 된 ‘광해’와 생계를 위해 남의 군역을 대신 치르던 ‘대립군’(代立軍)의 운명적 만남을 그린 작품. 5월 31일 개봉한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한해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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