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설화수’ 앞세워 프랑스로 …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의 재도전

9월 라파예트百에 단독매장

22년 전 ‘순’ 브랜드 실패 딛고

윤조에센스·자음생크림으로

뷰티 본고장 여심 공략 재도전







# 서경배(사진)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에게 프랑스는 의미가 남다르다. 선친인 고 서성환 선대회장이 지난 1960년 한국민을 위한 화장품을 만들기 위해 방문했던 곳이 프랑스다. 서 회장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는 1988년 브랜드 ‘순’을 통해 프랑스 뷰티시장에 첫 발을 내딛었으나 현지화 실패로 브랜드를 철수시킨 바 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넘게 흐른 지금 서 회장이 프랑스 뷰티시장에 재도전한다. 이번에는 한방 화장품 브랜드 설화수를 전면에 내세웠다.




아모레퍼시픽은 25일 대표 브랜드 설화수가 오는 9월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백화점 ‘갤러리 라파예트(Galeries Lafayette)’에 단독매장을 오픈 한다고 밝혔다. 갤러리 라파예트는 프랑스에서 가장 큰 규모의 백화점 체인이다. 세계 최고의 명품 브랜드와 화장품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어 ‘뷰티의 성지’로 불린다.

설화수는 갤러리 라파예트 단독매장 오픈을 통해 아시아의 지혜를 기반으로 ‘조화와 균형’의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브랜드 철학과 제품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윤조에센스’와 ‘자음생크림’을 앞세워 프랑스 시장에 K 뷰티를 전한다는 목표다.


서 회장에게 프랑스는 아픈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그는 지난 1988년 ‘순(SOON)’ 브랜드로 진출했다. 당시 17개 종합병원의 피부과 전문의와 공동 연구 개발을 통해 만든 저자극성 화장품 브랜드 ‘순정’을 ‘순’으로 이름을 바꿔 프랑스에 입점시켰다. 1990년 샤트르트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리리코스 브랜드까지 생산하며 프랑스 진출을 본격화했다. 하지만 현지 고객을 고려하지 않은 운영 방식, 유통 판매사 매각으로 인한 판매권 상실 등 위기를 맞으며 프랑스 진출 7년 만에 서경배 회장은 눈물을 머금고 후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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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회장은 본인의 저서에서 “1995년 프랑스 사업 현황을 보기 위해 현지로 날아왔다. 약국 진열장 구석에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순’을 보고 분해서 눈물이 날 정도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번 두 번째 도전은 그 때와는 사정이 다르다.

우선 글로벌 뷰티 시장에서 K-뷰티의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 또 설화수는 2005년부터 11년 연속으로 국내 백화점 매출 1위를 수성해 왔고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전년 대비 40% 가깝게 성장했다. 2015년에는 국내 단일 뷰티 브랜드 사상 최초로 연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해외에서도 지속 성장 중이다. 2004년 홍콩 첫 진출 이후 현재까지 중국, 싱가포르,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시시아 등 아세안을 정복한 데 이어 미국과 캐나다까지 전 세계 11개국에 진출해 있다.

프랑스 시장은 미국 시장과 함께 국내 브랜드가 쉽게 정복하기 힘든 지역으로 꼽힌다. 스킨케어 구입률이 높은 편이어서 소비자들은 브랜드 보다는 기능이나 효능을 우선시 한다. 아울러 전통적인 스킨케어 강자인 프랑스 현지 브랜드 로레알과 에스티로더가 뿌리를 깊게 내리고 있는 곳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프랑스는 럭셔리 브랜드 각축장으로 제품력이 밑받침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곳”이라며 “스킨케어 브랜드 중 유일하게 아모레퍼시픽만이 진출했다”고 말했다. 현재 아모레퍼시픽은 프랑스 시장에서 향수사업을 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2004년 4월 프랑스 샤르트르에 공장을 준공했고 2011년 8월 향수 브랜드 아닉구딸(ANNICK GOUTAL)을 인수했다.

심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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