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뇌물 입증 증거 못내놓는 특검...JY없는 삼성 '시계제로'

이재용 부회장 구속 100일

1심 선고 늦어져 구속기간 연장 가능성 제기

삼성, 바이오·자율주행차 등 신사업 흔들

1분기 해외 기업지분 투자·M&A도 전무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 자리했던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은 사라졌다. 하지만 퇴직 임원들은 여전히 서초동을 찾는다. 매주 세 차례씩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재판을 보기 위해서다. 김종중 전 전략팀장(사장), 성열우 전 법무팀장(사장), 이수형 전 기획팀장(부사장) 등 미전실을 이끌던 고위 임원 상당수가 25일까지 18회 열린 재판에 거의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27일이면 이 부회장이 지난 2월17일 새벽 구속된 지 꼭 100일째를 맞는다. 이 부회장을 기소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아직 법정에서 뇌물 혐의를 입증한 명백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삼성의 사업은 뚜렷한 양면성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 호황 속에서 사상 최초로 12조~13조원의 분기 영업이익을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바이오·자율주행차 등 신사업은 정체기에 들어섰다. 지배구조 개선작업도 멈췄다.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관계, 최씨의 딸 정유라씨를 언제 알았는지 등에 우선 초점을 맞췄다. 특검은 그가 2014년 9월 박 전 대통령과의 첫 독대 후 정씨 존재를 알았으며 삼성물산 합병 등 자신의 경영권 승계작업을 성사시키려고 정씨를 지원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삼성 변호인단은 삼성이 대통령의 요구로 도쿄 올림픽을 대비한 승마 유망주 육성 사업을 벌였으며 최씨가 개입하면서 정씨에 대한 단독 지원으로 왜곡됐다고 반박한다. 특히 승마 지원의 구체적 내용은 이 부회장에게 보고되지 않았다고 변호인단은 주장한다.

진실을 규명하려면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세 차례 독대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 밝혀야 한다. 둘은 2014년 9월15일에 5분, 2015년 7월25일 30분, 지난해 2월15일 30분씩 만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검은 독대 자리에서 정씨 승마 지원, 장시호씨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 등 뇌물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고 주장하지만 두 사람 모두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뇌물을 대가로 얻었다는 특혜도 애매한 일면이 있다. 청와대가 보건복지부·국민연금관리공단에 삼성물산 합병 성공을 도우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조의연 부장판사)에서 조만간 판결이 날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또 삼성이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 청와대 지원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작 삼성은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의 반대로 계획을 접어야 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 특검이 법정에서 풀어낸 증거들만 보면 이 부회장에 적용된 혐의 가운데 몇 가지는 무죄가 나올 수도 있다”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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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의 구속 기한은 올해 8월28일까지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1심 선고가 박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 판결 때(10월)까지 미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검은 이 부회장을 추가 기소해 구속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삼성은 이 부회장의 구속이 길어지면서 그룹의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강조한다. 삼성전자는 올해 1·4분기 9조9,000억원을 웃도는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이번 분기는 사상 처음으로 13조원을 돌파할 수 있다는 기대도 많다. 하지만 삼성 고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이미 2008년부터 화학계열사 매각을 주장할 정도로 삼성의 장기 청사진 설계에 주력해왔다”며 “당장 삼성전자 실적이 잘 나온다고 이 부회장 구속이 별일 아니라는 주장은 정말 단기적인 시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부회장 구속 이후 삼성의 인수합병(M&A) 실적은 제동이 걸렸다. 이 부회장이 전면에 등장한 2014년부터 삼성전자는 약 3년간 9조4,000억원에 이르는 미국 차량용 전자장비 기업 하만을 포함해 해외 기업 15개를 사들였다. 그러나 지난 1·4분기 삼성전자의 해외 기업지분 투자나 M&A 소식은 전무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에피스처럼 이 부회장이 집중해서 키워온 신사업의 위상도 불안해졌다. 이 부회장은 바이오 의약품을 삼성의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연간 수백억원씩 적자를 보면서도 투자를 고집해왔다. 삼성전자 지주사 전환 등 지배구조 개선작업도 ‘일단 멈춤’으로 돌아선 상태다.

/이종혁·신희철기자 2juzso@sedaily.com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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