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통상수장의 대외 직함



“한국의 통상장관은 누구인가요?” 1998년 통상교섭본부가 신설되자 통상공무원이 해외 출장에서 자주 들은 질문이다. 국민의 정부 시절 통상 기능이 외교부로 이관되면서 출범한 통상교섭본부의 초대 수장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 그는 정권 교체기 통상산업부 차관에 이어 초대 통상교섭본부장을 맡았다. “미스터 한이 맞다”고 해도 해외 통상당국자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고 한다.


이런 해프닝은 통상교섭본부장의 대외 직함에서 비롯됐다. 정부조직법상 본부장의 직급은 미국 등 4강 대사에 해당하는 특1급 대사(장관급). 장관이기는 한데 실제로는 외교부 장관과 차관의 중간쯤 된다. 정부는 본부장의 영문 명칭을 외교부 장관과 차별화하기 위해 ‘Minister of State for Trade’로 썼다. 여기서 ‘Minister of State’는 ‘부(副)장관’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 생소한 용어인 부장관은 의원내각제 국가에서 주로 사용하는데 영국은 장관과 차관 사이에 부장관을 두고 있다. 일본은 부처 조직을 거느리지 않는 특임장관의 대외 명칭을 이렇게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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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정쩡한 직함은 결국 사달이 나고 말았다. 한 본부장이 이란 출장길에 올랐지만 카운트파트너인 산업부 장관과 면담하지 못한 채 귀국했다. 이란 측은 한 본부장을 부장관으로 알고 ‘격’에 맞지 않는다고 외면한 것이다. 통상교섭본부가 이를 계기로 바꾼 대외 직함은 통상장관쯤 되는 ‘Minister for Trade’. 통상교섭본부 출범 1년 만에 바뀐 대외 직함은 참여 정부와 이명박 정부 내내 이어졌다.

논란을 빚던 통상 기능이 산업통상자원부 소속으로 남게 됐다. 산업부 내부에 두되 과거의 통상교섭본부를 부활시킨 절충안이다. 무역투자실(1급) 산하 3개국을 흡수해 조직과 기능도 커졌다. 본부장은 차관급으로 결정됐지만 대외적으로는 통상장관 지위를 부여받았다. 나라 밖에서는 한 지붕 두 장관 체제인 셈이다. 산업부는 이번 기회에 대외 명칭을 누가 보더라도 통상장관인 ‘Minister of Trade’로 정했으면 하는 눈치다. 수장의 직급과 명칭이 뭐든 독립조직으로 새 출발 하는 만큼 통상전쟁의 최일선에서 막중한 책무를 제대로 해내기 바란다. /권구찬 논설위원

권구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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