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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의 마법사’ 첫방] 네팔에서 무전여행…“이 고생, 정말 필요한가요?”

현재 방송 중인, 그리고 최근 방송된 여행 프로그램은 한 두 개가 아니다. ‘오지의 마법사’는 타 여행 예능과 차별화를 두기 위해 현지인들의 삶 속으로 녹아들기를 택했다. 출연진의 인지도가 통하지 않는 네팔에서 돈 한 푼 없이 여정을 시작했다. 요즘 시대에 무전여행이라니. 예능적인 웃음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진짜 행복을 발견하는 것은 쉽지 않은 길이었다.

지난 5일 방송된 MBC 새 파일럿 프로그램 ‘오지의 마법사’에서는 김수로, 엄기준, 니엘과 김태원, 윤정수가 네팔로 향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들은 각각 두 팀으로 나뉘어져 매일 주어진 목적지에 도달해야만 한다. 그곳에서 새로운 힌트를 얻고 다음 장소로 나아가게 되는데, 최종 목표는 72시간 내에 포카라 공항에 도착하는 것이다.




/사진=MBC ‘오지의 마법사’/사진=MBC ‘오지의 마법사’


헬기에서 내려 안대를 벗은 출연진들의 눈앞에는 압도적인 풍광이 펼쳐졌다. 히말라야를 품고 있는 나라답게 끝없이 펼쳐진 산맥과 해발 3000m가 넘는 탁 트인 전망이 경이롭다. 그러나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기도 잠시, 출연진들은 가지고 온 짐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들이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지도와 나침반, VR기계 뿐이다.

윤정수와 김태원 팀은 첫 번째 목적지인 타캄으로 향한다. 해당 여정에서 이들은 산 타는 소년, 염소 몰이하는 소녀 등 네팔 현지인들의 생활을 아주 가까이서 들여다봤다. 김태원은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학교 앞에서 버스킹 연주를 한다. 그러다 네팔 밀크티를 얻어 마시게 되는데,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손님 대접을 해주는 현지인들의 따듯함이 묻어나왔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또 다른 마을 시방에 도착했을 때는 바구니 만드는 주민들을 만났다. 밥을 얻어먹고 일을 해주기로 약속했다. 이윽고 생각지도 못한 푸짐한 식사가 차려졌다. 맛있게 먹은 뒤 김태원은 설거지를, 윤정수는 보리 탈곡을 도왔다. 일을 돕고도 감사한 마음을 더 표현하고 싶던 두 사람은 주민들에게 나침반을 선물했고, 보답으로 네팔 전통 우산 샤크를 받았다.

해가 떨어지기 전, 타캄에 도착한 이들은 지혜가 담긴 생존키트를 획득했다. 텐트, 침낭, 라면 등이 들어있는, 여행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물품들이었다. 그리고 타캄에서도 네팔인들의 호의는 계속됐다. 물과 불을 구하기 위해 들린 집에서 윤정수는 한 끼 식사를 대접받을 수 있었다. 돈 한 푼 내지 못하는 이방인들에게 “멀리서 오셨으니 그냥 드리겠다”는 인심이 훈훈했다.

김수로와 엄기준, 니엘 쪽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우선 이들은 가까운 마을로 내려가 생각보다 수월하게 첫 식사를 마쳤다. 소금과 버터가 들어간 티, 로띠라는 빵에 이어 사과까지 나눠주는 네팔인들에게서 후한 인심이 돋보였다. 길 가던 중, 말을 탄 네팔인을 만나 얻어 타는 장면도 이어졌다. 자기가 타던 말에서 내리고 출연진들을 태워주는 모습이 훈훈했다.


이들은 윤정수와 김태원 팀과 비교해 걷는 시간이 길었다. 니엘은 “서울에서는 계속 스케줄을 생각했다. 아무 생각 없이 걸을 수 있어 좋았다”고 오랜만에 느끼는 여유를 전했다. 그러나 세 시간이 넘어가자 점차 지친 기색들을 드러냈다. 이들은 다행스럽게도 3시간 반 만에 차를 얻어 타고 좀솜이라는 마을까지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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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던 중 네팔인의 나이 맞추기에서 꼴찌가 된 엄기준이 식사를 구하러 다니는 벌칙을 수행했다. 그러나 수중에 돈 한 푼 없는 상항에서 먹을 것을 얻기란 쉽지 않은 상황. 결국 엄기준은 빈손으로 돌아왔고, 전 마을에서 얻었던 사과와 로띠를 나눠 먹을 수밖에 없었다. 다음 마을로 이동하는 데도 난관이 있었다. 오토바이를 탈 수 있는 돈이 없었던 것. 김수로는 자신의 선글라스를 물물교환 해 겨우 마르파에 입성할 수 있었다.

고난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앞선 팀과 마찬가지로 생존키트를 받았으나 잘 곳이 마땅치 않았던 것. 이전 마을에서 음식 구하기를 성공하지 못한 엄기준이 다시 숙소를 구하러 돌아다녔다. 마침 오면서 봤던 법당에 문의를 해 방 한 칸을 얻을 수 있었다. 엄기준은 기독교를 믿는 김수로에게 “종교적인 문제로 걸린다”고 했지만. 김수로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괜찮아 나 ‘달마야 놀자’ 찍었어”라고 받아쳤다. 첫 회에서 가장 예능적인 재미를 안긴 부분이다.

‘오지의 마법사’ 연출을 맡은 김준현 PD가 제작발표회에서 말한 것처럼 1회에서는 전반적으로 “경치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더 중요한 것 같다”는 프로그램의 취지가 드러났다. 네팔의 자연경관은 물론 감탄을 자아내지만, 그보다는 마을을 찾아다니며 현지인들과 교류하는 모습이 더욱 부각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소 아쉬운 점도 존재한다. 분명 출연진들이 고생을 하기는 하는데, 굳이 이런 고생을 해야 하나 싶은 것이다. 아무리 방송에 익숙한 출연진들이라고 해도 공짜로 얻어먹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저 네팔인들의 호의에 기대는 모습의 연속이다. 또한 자본주의 사회인 만큼, 어느 정도의 경제력 없이는 다른 마을로 가기 힘든 상황도 있었다. 단적인 예로, 김수로는 오토바이를 타기 위해 본인 소유의 선글라스를 넘겨야 했다.

다만 출연진들의 합이 좋다는 데에서 희망이 찾을 수 있다. 예고에서는 최민용이 들어오면서 김태원과 윤정수 팀이 조금 더 활기를 띄는 모습이 보인다. 김태원과 윤정수의 챙김 받고 챙겨주는 잔잔한 케미스트리에, 예측불허 매력의 최민용이 합류해 어떤 시너지를 일으킬지 기대가 된다. 또한 김수로와 엄기준, 니엘은 세 명 모두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순한 모습이 특징이다. 여기에 김수로가 가끔식 깨알 애드리브를 터트리는 역할로 활력을 불어 넣는다.

당초 김 PD가 말한 바와 같이, 1회에서는 돈은 없지만 행복지수는 높은 네팔인들의 삶이 조명됐다. 앞으로의 방송에서 멤버들은 해당 가치를 몸소 느끼고 시청자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무전여행인데다 특별한 규칙도 포맷도 없는 설정 탓에 아직은 다소 지루하고 억지스러운 면이 있었지만, 점차 출연진들이 네팔에 적응해가면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해본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양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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