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한부모 가정 아이에 대한 새 시각

이병철 차별없는가정을위한시민연합 대표

이병철 차별없는가정을 위한시민연합 대표이병철 차별없는가정을 위한시민연합 대표


국내 이혼율이 30%를 넘긴 지 오래고 이제 이혼은 아주 이상한 사람들만 하는 유별난 일탈이 아니라 일반적인 사회 현상이 됐다. 그럼에도 아직 이혼자와 그 가족들을 바라보는 시각은 특별하다.

한부모 가정의 아이들이 비행청소년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통계치가 종종 발표된다. 이혼상담 전문가이자 한부모 가정 권익단체 대표인 필자 입장에서도 통계치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한부모 가정 아이들이 일반 가정보다 성장 과정에서 비뚤어질 확률이 높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부모 가정 아이들은 문제의 소지가 높다’ 또는 ‘홀로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싱글대디들의 부실한 양육 자세로 아이들이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고 결론을 내리는 것은 원인과 결과에 대한 인과관계를 잘 살피지 못한 분석이다.


이혼 가정의 아이들은 부모가 이혼했기에 충격을 받는 게 아니다. 부모가 갈등을 시작하고 이혼으로 결말이 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신적 폭력에 아이들은 노출되고 정신적 폭력에 의한 상처는 부모의 결별로 폭력 상황이 사라진 후 비로소 그 상처를 인지하고 아픔을 회복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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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현재 자신을 양육하는 엄마나 아빠에게 버림받지 않기 위해 의젓한 ‘애어른’의 행동을 하기도 하고 또는 양육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애기짓을 하는 퇴행적 행동도 한다. 이 같은 과정을 거친 아이들은 자신을 양육하는 엄마나 아빠의 사랑이라는 치료 약을 먹으면서 예전의 밝고 활발한 아이로 돌아간다.

필자가 이혼 관련 상담사로서 많은 이혼 과정을 지켜보면서 내린 결론은 ‘부모의 이혼이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 아니고 이혼 전 부모의 갈등이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는 원인’이라는 것이다. 한쪽 부모의 따뜻한 관심과 사랑을 받고 성장하는 아이보다는 양쪽 부모와 살고 있지만 부모의 갈등 속에서 하루하루 긴장 속에서 사는 아이들이 상처받고 비뚤어질 가능성이 높다.

부모의 이혼으로 한쪽 부모와 사는 한부모 가정의 아이들이 양쪽 부모와 같이 사는 아이들보다 비행청소년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원인과 과정을 제대로 고찰하지 못한 잘못된 편견이다.

‘나와 다른 사람들은 비정상’이라는 획일적인 사고 기준을 벗어날 때 차별이나 편견에서 자유롭고 약자와 소수자들도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로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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