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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유동물 대신 예쁜꼬마선충으로 함암제 독성 평가한다

항암제를 먹이지 않은 벌레(왼쪽, 대조군)에 비하여, 항암제를 먹인 벌레(오른쪽)는 성장이 느려지고, 알을 훨씬 적게 낳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제공=KIST항암제를 먹이지 않은 벌레(왼쪽, 대조군)에 비하여, 항암제를 먹인 벌레(오른쪽)는 성장이 느려지고, 알을 훨씬 적게 낳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제공=KIST


흙에 서식하는 1 밀리미터 정도 크기의 투명한 벌레인 예쁜꼬마선충은 900여개의 체세포와 300여 개의 신경세포, 2만 여개의 유전자로 구성되어 있다. 꼬마선충의 유전자 중 40%를 인간도 갖고 있어 세포 사멸, 노화 등의 생물학적 기작이 인간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

강경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강릉분원 천연물연구소 시스템천연물연구센터 박사팀은 예쁜꼬마선충을 이용하여 항암제의 독성을 평가하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식의약품, 화장품 등을 개발하는 바이오산업에서는 제품의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독성평가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러한 평가과정에서는 쥐, 토끼, 개와 같은 포유동물들의 희생이 따르기 때문에, 동물실험 윤리 이슈와 경제성 측면의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연구진은 포유동물을 대신하여 항암제의 독성을 평가하기 위한 실험 동물로 예쁜꼬마선충을 선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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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용 쥐 대신 예쁜꼬마선충에게 항암제를 먹인 후, 행동이나 성장에는 문제가 없는지 혹은 이 벌레가 낳는 알의 개수에는 변화가 없는지를 관찰함으로써 항암제의 독성이 동물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였다.

하나의 새로운 항암제 개발을 위해 기존에는 한 달 이상의 연구기간 동안 실험용 쥐 100여 마리 정도를 희생시켜야 하지만, 예쁜꼬마선충을 이용하면 일주일이면 평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KIST 강경수 박사는 “예쁜꼬마선충은 비록 벌레이긴 하지만, 사람과 유사한 소화기관, 신경기관,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서, 향후에는 항암제의 독성평가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식의약품의 효능발굴이나 약물의 작동원리를 밝히는 데에도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향후 연구진은 건강기능식품 개발과 같은 새로운 식의약품, 화장품 개발과정에서도 효능과 부작용을 검증하기 위해 이 벌레를 활용할 계획이다.

미래창조과학부 지원으로 KIST 기관고유사업과 농림축산식품부의 고부가가치식품기술개발사업을 통해 수행된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인 ‘환경독성학회지’에 6월호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강경수 KIST시스템천연물연구센터 선임연구원/사진제공=KIST강경수 KIST시스템천연물연구센터 선임연구원/사진제공=KIST


문병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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