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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기획②] 방탄소년단-세븐틴의 성공, 해답은 ‘뚜렷한 정체성’

지금까지 K-POP 가수 대부분의 해외 진출은 국내 활동으로 쌓아온 인기와 경험을 기반으로 각종 음악 박람회나 페스티벌 등을 중심으로 시도되었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은 이와는 반대의 과정을 거쳐왔다.

/사진=빌보드/사진=빌보드


방탄소년단이 유튜브와 SNS 채널 등을 통해 선보인 콘텐츠는 이전보다는 관대해진 K-POP을 바라보는 미국 내의 시선과 맞물려 점차 막강한 화력을 구축해 나갔다. 특히, 대부분 아시아권 가수들이 자신들만의 개성을 버리고 현지화를 시도했던 것에 반해 방탄소년단은 영어 앨범은 물론이고 대대적인 홍보조차 없었던 상황이었기에 그 성과는 더욱 박수 받아 마땅했다.


대형기획사의 후광이나 막대한 자본력이 없이 일궈냈던 방탄소년단의 성과는 후배 아이돌 가수에게도 새로운 지향점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 5월 열린 빌보드 수상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방탄소년단 멤버들 역시 “SNS를 통해 대한민국 가수가 빌보드에서 상을 받는 시대가 됐다”며 “서로를 믿고 좋은 콘텐츠를 갖고 있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며 후배 가수들에게 조언한 바 있다.

그렇다면 이들이 강조하는 좋은 콘텐츠는 무엇일까. 적어도 처음부터 ‘세계화’에 포커스를 맞추고 만들어 낸 콘텐츠를 말하는 것은 아닐 듯하다. 이에 대해 많은 팬들은 ‘진정성’을 언급하며 방탄소년단만의 콘텐츠를 정의하곤 한다.

매 앨범을 만들 때마다 모든 멤버들이 곡 주제 선정부터 앨범 제작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방탄소년단은 자신들의 솔직한 생각과 관념들을 녹여냈다. 누구나 거쳐 왔고, 거쳐 가고 있을 법한 ‘청춘’이라는 시기를 표현함에 있어서도 자신이 겪었던 방황과 고민들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기도 했다.

물론, 가수는 본질적으로 음악 시장의 흐름과 궤를 함께 하는 트렌디한 음악을 선보여야 하는 것이 성공을 위한 가장 큰 숙제이지만, 수많은 가수들 가운데 이 팀의 이미지와 음악을 소비할 수밖에 없는 차별성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방탄소년단의 국내외 팬들 역시 뚜렷한 정체성을 기반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보여주는 그들의 모습에 반응했다.

대부분의 K-POP 아티스트들의 수명이 길지 않다는 것, 그리고 음반 회사가 특정한 콘셉트를 위해 철저히 빚어낸 결과물이라는 일부 부정적인 시각 속에서 어린 나이의 가수들이 펼쳐 보이는 음악적 진정성은 더욱 돋보일 수밖에 없다.

/사진=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사진=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이러한 흐름은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고 있는 세븐틴에게도 적용된다. 2015년 5월 데뷔한 세븐틴은 데뷔 첫 해부터 22만장의 앨범 판매고를 올렸을 뿐 아니라, 데뷔 2년만에 국내는 물론 일본, 미국, 캐나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11개국 13개 도시에서 공연을 펼치며 대세돌로 거듭나고 있다.


최근 발표한 세븐틴의 새 엘범 ‘올원’을 두고 빌보드는 “K-POP에서 가장 혁신적인 팀”이라며 “미국에서 6월 첫째 주 베스트셀링 K-POP 앨범으로 기록됐다”며 그들의 성장세를 주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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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인조 그룹인 세븐틴은 보컬, 힙합, 퍼포먼스 유닛으로 나뉘어 자신들의 개성을 드러내면서도 각 분야에서 최적화된 결과물을 모아 한 곡에 버무려낸다.

특히, 음악은 물론 자신들의 콘셉트를 직접 만들어 나가는 ‘자작돌’이라는 수식어처럼 세븐틴은 ‘아낀다’, ‘예쁘다’, ‘붐붐’를 발표하는 일련의 과정 속에 짝사랑, 썸, 데이트 등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스토리텔링을 담아냈다.

여기에 세븐틴이 데뷔 때부터 강조해 온 ‘청량함’은 다양한 장르의 음악적 시도에 있어서도 변하지 않는 세븐틴만의 정체성으로 자리했다. 몇몇 세븐틴의 팬들이 ‘세븐틴의 장르는 세븐틴이다’고 표현하며 그들에 대한 믿음을 표현하는 것도 이러한 그들의 뚜렷한 주관에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

세븐틴 소속사 측 관계자는 “세븐틴만의 팀워크와 청량한 소년의 이미지를 해외에서도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며 “세븐틴만의 강점은 음악과 무대가 함께일 때 나오는 에너지다. 항상 끝없는 연구와 발전을 염두에 두고 성장해 나가려 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모든 K-POP 가수의 세계화 전략을 방탄소년단이나 세븐틴 화(化) 할 필요는 없다. 앞서 미국 시장을 두드렸던 아시아권 가수들이 현지화라는 명목으로 몰개성의 길을 걸으며 실패로 이어졌던 사례가 있듯이, 중요한 것은 어느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그 팀만의 특색에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시도는 몇몇 가수들을 통해 차츰차츰 이어지고 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머지 않아 또 다른 K-POP 가수가 빌보드 시상대에 오를 날을 기다려본다.

/서경스타 이하나기자 sestar@sedaily.com

이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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