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스타 TV·방송

[드라마톡] ‘써클’이 말하는 기억의 정의…‘망각은 행복이 아니다’

“기억은 책임이고, 기억은 정의다. 슬프지만 기억해야 한다. 그래야 분노할 수 있고, 그래야 책임을 질 수 있다. 사람이라면 책임을 져야 한다.”




‘망각’은 최고의 치료가 아니었다. 2017년의 현재와 2037년 미래의 각각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써클’에서 두 세계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주제는 바로 “기억은 책임”이었다.

사진=‘써클’ 캡처사진=‘써클’ 캡처


국내에서 처음 시도한 SF추적극, tvN 월화드라마 ‘써클-:이어진 두 세계’(이하 ‘써클’)은 2017년을 배경으로 하는 ‘파트1: 베타 프로젝트’(이하 ‘파트1’)와 2037년 감정이 통제된 미래도시 ‘스마트지구’를 배경으로 하는 ‘파트2:멋진 신세계’로 나눠, 두 남자들이 미스터리한 사건을 추적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현재와 미래가 오가는 타임슬립 형식이 아닌 서로 다른 두 시대의 이야기가 한 회에 펼쳐지는 더블트랙 형식을 취한 드라마이다.

‘파트1’의 주인공은 2017년 외계에서 온 인물의 등장과 함께 벌어진 의문의 사건을 쫓는 평범한 대학생 우진(여진구 분)이다. 현재 우진은 외계서 온 존재 별(공승연 분)이었던 여대생 정연과 함께 ‘기억’을 조작하려는 의문의 외계세력 블루버드에 납치된 형 범균(안우연 분)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반면 ‘파트2’의 주인공은 ‘스마트지구’에서 벌어진 의문의 사건을 쫓는 열혈형사 준혁(김강우 분)이다. 준혁의 진짜 정체는, ‘파트1’에서 납치 된 범균으로, 어떤 존재로부터 기억을 작위적으로 잃은 채 살아갔던 인물. ‘파트1’에서 우진이 사라진 범균을 구하기 위해 뛰어다녔다면, ‘파트2’에서는 준혁으로 살고 있는 범균이 우진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파트1’과 ‘파트2’가 실종된 ‘쌍둥이 형제’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며 서로 다른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있는 가운데, 12일 방송된 ‘써클’ 7화에서는 두 파트 모두 ‘기억’이라는 주제를 놓고 극을 전개시켜 나갔다.

◇ ‘써클’이 말하는 망각이 주는 행복과 기억의 정의



사진=‘써클’ 캡처사진=‘써클’ 캡처


우진의 부탁에 따라 정신병원을 조사한 진홍(서현철 분)은 우진과 범균의 아버지 규철과, 표면적으로 정연의 아버지로 알려진 한용우(송영규 분)교수였다. 한교수는 범균을 납치한 범인인 동시아, 우진과 범균 형제가 어린 시절 외계에서 온 별을 기억을 잃어버린 자신의 딸로 바꿔치기한 동인인물이기도 하다.

아버지에 대해 무역회사 다니던 평범한 회사원이라고 생각했던 우진은 사라진 범균과 정연, 그리고 한교수 사이 접점이 있음을 알게 됐고, 정연의 도움을 받아 한 교수 노트북을 살펴보게 됐다. 그곳에는 감금돼 실험을 받고 있는 범균의 CCTV 영상이 있었다.

우진에 앞서 범균을 감금해 실험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챈 동건(한상진 분) 또한 한교수를 찾아가 “아직 안정성 검사도 안됐다. 그걸 아이들 머릿속에 넣었냐”고 경악하면서 범균의 신상에 변화가 있을 것임을 암시했다.

이 가운데 우진은 범균을 구하기 위해 움직였고, 이를 먼저 안 한교수는 또 다시 그를 잡아왔다. 분노하는 우진을 바라보며 한교수는 “망각이 유일한 치유다. 너도 동의하지 않았느냐.인간이 모든 정신적인 문제에서 해방되면 범죄까지 통제할 수 있다”며 “별이가 남긴 기술을 너네 아버지가 없앴다. 그 자료가 필요해. 그것만 있으면 범균이도 행복하게 살수다. 그러니까 나 좀 도와줘”라고 미치광이처럼 날뛰었다.

‘파트1’이 ‘의도적인 망각’을 이끌어내는 실험이 완성되기 전의 상황을 그려냈다면 이어진 ‘파트2’에서는 고의적으로 아픈 기억을 도려낸 뒤 조작된 기억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후유증을 그려냈다.

휴먼비로부터 잃어버린 기억을 사람들에게 돌려주기 위해 뛰어다녔던 준혁이었지만, “기억이 없는 김준혁의 행복한 모습을 보고 김우진이 휴먼비를 만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정연에 말에 큰 고민에 빠지게 된다. 기억을 되찾은 이후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더 깊은 후회에 빠진 준혁은 진홍에게 “잘 하고 있는 것일까. 나도 우진도, 사람들도 기억이 없어서 행복하면 된 것 아니냐”고 괴로워했다.


그 순간 호수(이기광 분)가 등장했다. 호수는 과거 자신이 사랑하던 여자가 과거 입양된 아버지로부터 성폭행으로부터 괴로워하다 끝내 자살을 했다는 괴로운 기억을 되찾게 됐다. 그리고 그녀의 아버지를 찾아갔지만, 그는 정작 자신의 기억 속 입양 딸에 대한 기억을 지운 채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관련기사



이를 목격한 호수는 준혁을 향해 “기억은 책임이고, 기억은 정의다. 슬프지만 기억해야 한다. 그래야 분노할 수 있고, 그래야 책임을 질 수 있다. 사람이라면 책임을 지어야 한다. 기억을 지운다고 해서 없었던 일이 되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분명하게 말을 했다.

그는 “분명 존재했고, 분명 내가 사랑했던 여자가 있었다. 그런데 그 여자를 불행했던 사람이 그 여자를 잊고 자기만 행복하다면 그건 잘못된 것”이라며 “아무리 괴롭고 잔인한 기억이어도, 그걸 다 받아들이고 책임을 져야한다”고 말했다.

◇ “기억해야만 분노할 수 있고, 책임질 수 있습니다”…‘써클’이 던진 ‘기억’의 무게

사진=‘써클’ 캡처사진=‘써클’ 캡처




‘파트2’에서 호수는 스마트지구 시청 보안과 8급 공무원으로서, 안정 케어 시스템을 무한 신뢰하는, 안정과 안전을 추구하는 스마트지구에 그야말로 최적화된 인물이었다. 기억이 돌아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사람들의 기억을 찾아주기 위해 뛰어다니는 준혁에게 “기억이 없어져도 행복하면 되는 것이 아니냐”고 말을 했던 호수가 바뀌게 된 것은 자신이 잃어버린 것을 찾게 되면서부터였다. 아무리 범죄에 대해 엄격하게 관리되고 제어되는 스마트 지구라고 해도 ‘가해자와 피해자’는 분명하게 존재했다. 가해자로 인해 받은 상처에 대한 기억을 지운다고 하더라도, 피해자는 이보다 더 깊은 곳에 감춰진 상처는 지워지지 못했고, 오히려 기억을 지운 까닭에 피해자는 내면의 상처를 치유 받을 기회와 권리마저 잃어버리게 돼 버린다. 치유되지 못한 상처는 피해자의 삶을 갉아먹는 반면, ‘상처’가 남지 않은 가해자는 ‘기억’을 지우면 모든 것이 해결돼 버리고 만다. 자신이 저지른 삶에 대한 반성도, 죗값도 치루지 않은 채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호수의 잃어버린 기억은 ‘망각은 축복이고, 기억을 잃어도 행복하면 되지 않느냐’는 잘못된 신념을 철저하게 보여준 장면이었다. 범죄율 0%, ‘절대 낙원’으로 불리는 스마트지구의 실상은 피해자는 고통 받고, 가해자는 행복한 ‘거꾸로 된 세계’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 가운데 등장한 “슬프지만 기억해야 분노할 수 있고, 책임을 질 수 있다. 사람이라면 책임을 지어야 한다. 기억을 지운다고 해서 없었던 일이 되는 건 아니다”는 호수의 말은 ‘써클’을 관통하는 주요 메시지와 같다.

괴로운 것에 눈을 돌리면 안 된다. 힘들고 괴롭다고 애써 묻고 감춘다고 해서 이미 벌어진 사건은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이 같은 것을 분명하게 알고 있다. 현실에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괴롭기에 더 정면으로 마주하고 분노하고 기억해야 과거 벌어졌던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이다.

사진=‘써클’ 캡처사진=‘써클’ 캡처


‘써클’은 방송이 되기 전 ‘모 아니면 도’와 같다고 여겨졌던 작품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도 아닌 드라마에서 ‘외계인’과 30년 후의 미래 시대를 그린다는 것은 무척이나 실험적이고 파격적이었던 것이다. 여기에 타임슬립도 아니고, 하나의 드라마에 두 개의 세계를 담는 것은 자칫 모든 것을 챙기려다가 ‘이도 저도 아닌’ 결과를 낳을 가능성도 높았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써클’은 영리하게 풀어내고 있다. 외계인과 미래사회라는 독특한 소재를 차용하면서도 이를 설득력 있게 풀어내며 공감과 흥미를 동시에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곳곳에 뿌려진 복선들은 드라마의 전개와 잘 어우러지면서 또 다른 반전을 만들어 내고, 이 가운데 풀어지는 사건들과 또 다른 미스터리들은 안방극장에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단순히 재미를 주었던 ‘써클’은 7회에서 의미까지 부여하며 감동과 울림이라는 영역까지 선사하고 있다. ‘써클’은 “슬픈데 왜 들추는 것이냐”가 아니라 “슬프니까 들추고 기억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망각이 주는 표면적인 행복에 흔들렸던 준혁은 호수의 말에 마음을 다잡고 휴먼비를 찾아가 우진일지도 모르는 회장과 블루버드, 그리고 자신과의 삼자대면을 요구하며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준혁이 본격적으로 움직인 ‘써클’이 어떠한 방식으로 움직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

금빛나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