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와 황사, 꽃가루로 인해 소아비염, 결막염, 천식 등으로 고생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게 웬일, 아이 피부에 오톨도톨 발진이 보인다. 기온이 올라가면서 초여름에 유행하는 전염성 질환들이 그 정체를 드러내기 시작한 것. 얼마 전 질병관리본부는 이른 더위로 수두와 수족구의 유행을 알리며 감염에 대비, 개인위생 수칙을 잘 지킬 것을 당부했다.
예방접종 했어도, 예전에 앓았어도 안심은 금물!
‘수두’ 하면 부모들은 ‘우리 아이는 예방접종을 했으니 괜찮겠지’ 하는 생각부터 하게 된다. 맞는 말이긴 한데 문제는 100% 예방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두 예방접종을 완료한 아이들 중 10~30%는 수두에 감염될 수 있다. 특히 늦봄부터 초여름에 이르는 수두 유행 시기에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등 단체생활을 하는 아이들의 감염률이 높은 편이다. 수두 환자와의 직접적인 접촉, 타액에 의해 전염되며 수포성 발진이 얼굴, 팔다리, 가슴, 배 등 전신에 나타난다.
‘수족구(手足口)’는 이름 그대로 손과 발, 입에 물집이 생긴다. 입 안쪽에 물집이 생기기 때문에 아이에게 열이 나면서 잘 먹지 못하거나 먹을 때 울며 거부할 수 있다. 아이스크림처럼 차고 부드러운 것을 먹이면 그나마 좀 먹기 때문에 ‘아이스크림병’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수족구는 수두와 마찬가지로 전염성이 강하다. 그리고 수두와 달리 예전에 한 번 앓았어도 또 감염될 수 있다. 수두와 수족구를 예방하려면 환자와의 접촉을 피하고, 기침 예절을 지키며, 손 씻기를 잘하는 등 개인위생을 잘 지켜야 한다.
고온다습한 계절, 아토피피부염과 물사마귀 조심
전염성은 아니지만 아토피피부염도 이맘때 조심해야 하는 피부 질환 중 하나이다. 이석진 아이조아한의원 원장은 “아토피피부염의 원인으로 우리 몸의 습열(濕熱, 습한 기운과 속열)도 꼽을 수 있는데 보통 고온다습한 여름에 아이 몸에 습열이 쌓이기 쉽다. 몸 안에 습한 기운이 많으면 피부가 끈적끈적하고 축축해져 가려움증이나 염증이 심해지면서 아토피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습한 기운이 많으면서 살집이 있는 비습(肥濕) 체질의 아이라면 물사마귀를 조심할 필요가 있다. 물사마귀는 ‘전염성 연속종’이라고 하는 바이러스성 피부 질환인데 전염력이 강해서 면역력이 약한, 단체생활을 하는 어린 아이들이 잘 옮을 수 있다. 3~6mm 정도의 수포성 구진이 손바닥, 발바닥을 제외한 전신에 나타날 수 있다. 더운 날씨가 시작되고 물과 접촉하는 빈도가 높아질수록 물사마귀 발생이나 전염도 많아진다. 특히 아이 스스로 물사마귀 주변을 긁다가 다른 부위로 자가 전염시킬 수도 있기 때문에 번지기 전에 초기 치료가 중요하다.
몸 안의 습(濕)을 제거하며 면역력 향상에 힘써야
물사마귀는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성 질환이라 면역력과 생활 관리에 세심해야 한다. 아이가 자꾸 손으로 만지작거리거나 긁지 않도록 하고, 먼지나 땀 등으로 피부 상태가 더러우면 자가 전염이 쉽기 때문에 역시 개인위생을 잘 지키도록 한다. 피부를 청결하게 관리해야 하지만 지나친 세정제 사용은 피부의 유수분을 빼앗아 오히려 피부를 약하게 할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이석진 아이조아한의원 원장은 “면역력 향상을 위해 고른 영양 섭취와 충분한 수면을 지키고 스트레스 요인을 없애도록 한다. 보통 비습(肥濕) 체질인 아이는 잦은 감기나 비염, 소아비만 등이 나타나기 쉽기 때문에 아이 건강상태와 체질에 맞는 한약으로 몸 안에 쌓인 습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어린 아이라면 기저귀발진과 땀띠를 조심한다. 30℃를 웃도는 더위가 시작된 만큼, 기저귀 차는 아이의 엉덩이는 대소변과 땀 등으로 염증이 생기기 쉬운 환경이 되었다. 기저귀 갈아주는 타이밍이 늦어지면 소변의 암모니아 성분과 대변에 포함된 세균들에 의해 피부 발진이 나타날 수 있다.
피부 발진, 연고 임의로 사용하면 안 돼
또 땀을 흘렸을 때 잘 닦아주지 않고 방치하면 땀의 성분이 피부에 눌러 붙어 땀구멍 일부를 막아 염증을 일으키게 된다. 바로 땀띠가 생기는 것. 땀띠는 주로 목이나 팔다리 등, 살이 접히는 부위에 잘 나타난다.
여름철 아이의 건강한 피부를 위해서는 청결과 보습으로 ‘보송보송’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따뜻한 물로 자주 씻기는데 세정제는 주 2~3회 정도만 사용한다. 세정제는 부드러운 스펀지나 손에서 충분히 거품을 낸 뒤 그 거품으로 아이 몸을 부드럽게 문지른다. 고삼, 황백, 치자, 박하, 형개 등 약재가 가미된 한방 입욕제를 활용해도 좋다. 때를 미는 등 심한 자극은 삼가고 땀을 씻어내는 정도로 가볍게 씻긴다. 목욕 후에는 물기를 톡톡 두드려 닦은 다음 보습제를 얇게 펴 발라준다.
만약 아이 몸에 발진이 나타난다면 일단 발열이 있는지, 최근 어떤 환자와 접촉했는지, 어느 부위에 발진이 나는지, 발진은 어떤 모양인지, 아이가 가려워하는지 등을 확인하고 반드시 진료를 받고 적절한 처방을 받는다. 임의로 연고를 사용하면 피부 상태를 악화시킬 수도 있다.
도움말 / 아이조아한의원 성북점 이석진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