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일자리 희망포럼] "비정규직 문제 등 법으로 한번에 해결한다는 유혹서 벗어나야"

주제강연 최영기 한림대 교수

최저임금 등 방향은 맞지만 시장친화적 접근을

청년일자리, 의무고용보다 임금보조금이 현실적

4차산업혁명 대비 새 노동규범·사회보험도 필요

19일 오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일자리 희망포럼’에서 최영기 전 한국노동연구원장이 연설을 하고 있다./송은석기자19일 오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일자리 희망포럼’에서 최영기 전 한국노동연구원장이 연설을 하고 있다./송은석기자




“법으로 일거에 시장 행동을 바꿀 수 있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최영기 한림대 교수(전 한국노동연구원장)는 19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일자리 희망포럼’의 ‘일자리 강국을 위한 국가혁신전략’ 주제강연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의 정책 방향은 맞지만 지난 2007년 비정규직 보호법을 시행하면서 경험했듯이 법으로 단번에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비정규직 보호법은 기간제·파견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등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 안정 등을 목표로 했지만 쪼개기 계약 등 각종 편법을 양산했을 뿐 근로 환경과 차별 등은 전혀 개선시키지 못했다.

최 교수는 이어 “국회가 오랫동안 주말 근로를 연장 근로로 인정할 것이냐를 두고 논쟁을 벌였지만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면서 “법 개정은 쉽지 않은 절차인데다 사회적 갈등도 유발하기 마련이어서 시장 친화적인 정책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캠페인 구호와 국정 언어는 달라야 한다”며 “구체적으로 캄다운 앤 톤다운(calm down & tone down)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급진적인 개혁보다는 시장 환경에 맞춘 점진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얘기로 풀이된다.


최 교수는 “비정규직이나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려면 시장이 호응할 수 있도록 구조개혁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례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법으로 강제하기보다 시장 친화적 임금과 인사 개혁으로 이뤄내야 한다고 진단했다. 비정규직 사유제한이나 부담금 부과 방식은 입법 갈등과 규제 실효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가 노동계를 대화 테이블에 끌어들이려 노력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해서는 한쪽이 결사반대하면 어렵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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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교수는 최저임금 1만원에 대해서도 의견을 제시했다. “최저임금 1만원은 만성적 저생산성의 덫에 빠져 있는 영세사업장의 구조개혁 정책과 병행해 추진돼야 한다”며 “업종별 지불 능력 조사나 고용영향평가가 이뤄져야 하고 3~5년의 추진계획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서비스 개선과 요금 적정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제고돼야 한다”며 “영세 상공인들의 업종 전환이나 전직을 위한 산업 합리화 자금 조성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청년 일자리 문제를 의무고용보다는 5년 한시의 과감한 임금보조금 정책으로 풀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최 교수는 “공공기관과 공기업, 규모에 따라 민간기업에 정원의 3~5%를 획일적으로 청년으로 의무고용하도록 하는 청년고용할당제는 업종과 기업의 사정이 다른 상황에서 많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어서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청년고용할당제를 한시적으로 민간 부문에까지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최 교수는 “결국 중소기업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만들어 청년 취업을 장려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현재 4,000만원(대기업)과 2,500만원(중소기업)으로 무려 1,500만원에 이르는 과도한 대·중소기업 초임 격차를 축소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 취업 청년의 임금을 보조해주고 훈련수당을 지급할 필요가 있으며 국가의 연구개발(R&D) 지원도 중소기업을 위주로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 교수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새로운 노동규범과 사회보험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새로운 근로자 유형이 많이 나타날 것”이라며 “이들은 물론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자를 아우를 수 있는 유연한 형태의 특별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편적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 국세청을 중심으로 사회보험 징수체계를 일원화해 사회보험료를 소득세와 통합 징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2004년 7월부터 2008년 6월까지 한국노동연구원장을 역임한 최 교수는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노동 전문가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텍사스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최 교수는 참여정부에서는 노동연구원장과 노무현 전 대통령을 의장으로 하는 국민경제자문회의 민간자문위원 등을 맡아 고용·노동정책을 뒷받침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내며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합의(66개항)를 이끌어냈다.

임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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