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사드·북핵 엇박자, 경제 불똥 우려...주장보다 신뢰구축 최우선을"

■서경 펠로의 한미정상회담 전망과 조언

트럼프, 文 대북관에 의구심...비공개회담서 충돌 가능성

예민한 사안 무리한 거론보다 한미공조 강화 의지 보여줘야

'북핵해결 협력' 큰틀 합의 땐 한국 운신의 폭 넓힐 수 있어





다음주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에서 양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북핵 문제 등 실타래처럼 얽히고 꼬인 난제들을 풀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비록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유화적 제스처를 취하고 있지만 대북관을 비롯해 양국 정부 간 기본적인 인식의 차이는 분명한 만큼 치밀한 준비가 선행되지 않으면 오히려 정상회담이 한미관계를 껄끄럽게 만드는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서울경제신문 자문위원인 펠로(Fellow)들은 문재인 정부가 이번 회담에서 사드 배치 및 북핵 이슈와 관련한 분명한 입장을 전달함으로써 두 나라 정상 간의 굳건한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22일 펠로들로부터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전망과 조언을 들어봤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대학원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술과 전략이 달라 어려운 회담이 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상 비공개 회담에서는 미국의 입장을 강하게 요구할 것이다. 양국 간 충돌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미의 가치 동맹이 비즈니스적 관계로 변질되는 듯한 양상을 보이고 있어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며 “이번 회담에서는 우리 정부가 예민한 사안을 무리하게 거론하기보다는 ‘문 대통령이 충분히 대화할 만한 사람이구나’라는 인간적 신뢰를 심어주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내 주장만 앞세우면 눈높이를 맞추기 어려운 만큼 ‘로키(low-key)’ 전략으로 회담에 임해야 한다”는 것이 남 원장의 진단이다.

진창수 세종연구소장도 “구체적인 내용은 추후의 실무협상으로 넘기고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북핵 해결을 위해 양국이 협력한다’는 큰 프레임을 공유해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을 함께 갈 수 있는 파트너로 인식하게끔 하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설명했다.


이상일 전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대북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하지 않으면 한미정상회담 이후 양국 관계가 회복 불능의 악화일로로 치달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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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의원은 “문 대통령의 외교·안보 전략이 너무 순진해서 걱정이 많이 된다. 정상 외교가 곧 최고의 외교인데 정상 외교가 꼬이면 나머지 주요 현안들도 덩달아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운을 뗐다. 그는 “문 대통령은 ‘북핵 문제에 대한 내 생각과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이 다르지 않다’고 말했지만 미국은 이를 외교적 수사 정도로만 받아들일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여전히 사드 배치 등과 관련해 애매모호한 입장으로 일관하니 미국도 문 대통령에 대한 ‘의심의 구름’을 거두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전 의원은 북한에 대한 제재·압박과 대화를 병행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기조에 대해서도 따끔한 일침을 날렸다. 그는 “외교에서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다. 지금은 제재와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릴 시점이지 대화할 타이밍이 아니라는 게 미국의 입장”이라며 “더욱이 오토 웜비어 사망으로 미국 여론이 들끓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압박도 좋지만 대화도 병행합시다’라고 하면 통할 리가 없다”고 비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사드 배치의 경우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환경영향평가를 시행하더라도 법 테두리 안에서 최대한 빨리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거들었다.

이와 함께 서경 펠로들은 이번 정상회담이 향후 한미관계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는 데 누구도 이견을 달지 않았다. 진 소장은 “정상회담이 앞으로 이어질 양국 관계의 방향타 역할을 할 것”이라며 “북핵 문제에 대한 원칙적 합의가 이뤄지면 한국은 향후 대미·대북관계에서 상당한 운신의 폭을 확보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어 “반대로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찜찜하게 헤어지면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입지는 급격히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사드 이슈의 경우 문재인 정부가 국민들의 ‘컨센서스 빌딩’을 세우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과 별개로 (배치에 대한 확실한 입장 표명을 통해) 국제적으로는 더 이상 혼란을 야기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북한 인권 문제 같은 경우 이견이 존재할 수 없는 현안”이라며 “이처럼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현안의 경우 성과로 자랑할 만한 합의를 반드시 이끌어내겠다는 각오로 임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한미정상회담이 뚜렷한 성과를 얻지 못할 경우 양국 간 갈등의 불씨가 경제 분야로 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나성린 전 새누리당 의원은 “보호무역주의를 내건 미국이 한국에서 들여오는 수입품에 덤핑관세를 부과하거나 무역규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지금처럼 한미 공조를 깨는 돌발 발언이나 행동이 이어지면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굳이 한미동맹을 유지할 필요가 있는지 심각하게 고민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그는 “사전에 잘 치밀하게 조율하고 철저한 전략을 짜지 않으면 정상회담에서 망신만 당하고 돌아올 수 있다는 얘기”라고 경고했다.

/나윤석·박효정·하정연기자 nagija@sedaily.com

나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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