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여중생 집단성폭행' 2심서 형량 높인 법원 "분노가 치민다"

주범 징역 7년 유지…징역 5∼6년 선고된 범인들 1년씩 가중

법원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인지 의심…이해할 수 없는 범행"

고교생 시절 여중생을 집단으로 성폭행했다가 5년 만에 범행이 드러난 가해자 5명에게 항소심 법원이 1심보다 더 무거운 실형을 선고했다.

서울고법 형사9부(함상훈 부장판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특수강간) 혐의로 기소된 한모(22)씨와 정모(21)씨에게 징역 7년, 김모(22)씨와 박모(21)씨에게 징역 6년을 22일 각각 선고했다. 한씨의 형량은 원심과 같고 정씨와 김씨, 박씨는 1심보다 형량이 각각 1년씩 늘었다.


1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받았던 나머지 2명 가운데 1명은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에서 구속됐다. 다른 1명은 같은 형량이 나왔다.

재판부는 이들 모두에게 8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도 명령했다. 집행유예를 받은 피고인은 200시간의 사회봉사를 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다만, 이들과 함께 기소된 또 다른 5명은 1심과 마찬가지로 범죄 가담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한씨 등은 고등학생이던 2011년 9월 서울 도봉구의 한 산에서 2차례에 걸쳐 여중생 2명에게 술을 먹인 뒤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기록을 읽어 보면 분노가 치밀어서 이게 과연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아무것도 모르는 소년들이었다지만 어린 중학생들을 산으로 끌고 가 성폭행한 행동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줄을 서서 피해자들을 성폭행하려 기다렸다는 (수사기록) 내용을 보고 위안부가 떠올랐다”고 소회를 털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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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또 “피고인들은 피해자들이 몇십 년 지나도 잊을 수 없는 범죄를 저질렀다”며 “그런 짓을 하고도 (피고인들은) 웃고 떠들고 지내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판부의 이번 판결에는 주범인 한씨 등이 범행 당시 청소년이었던 점이 고려됐다. 19세 미만의 소년은 소년법에 따라 유기징역으로 처벌받는 범행의 경우 단기 5년, 장기 10년 이상의 형벌로 처벌받지 못한다. 재판부는 “범행 당시 성인이었다면 훨씬 무거운 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씨 등은 2심 판결이 나오자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선고 직후 한씨 등이 법정 옆의 피고인 대기실로 들어간 뒤 화가 난 목소리와 함께 격한 몸싸움을 벌이는 소리가 밖으로 새어나왔다. 서로 다투는 것으로 추정한 방호원들이 급히 대기실로 달려가 상황을 진정시켰다.

이 사건은 2012년 8월 도봉경찰서가 다른 성범죄 사건을 수사하다가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착수했다. 피해자들은 당초 진술을 거부했으나 경찰의 설득 끝에 2016년 3월 고소장을 냈다. 군 복무 중인 다른 피의자 11명은 군 법원에서 재판 중이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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