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취업난에 ‘전역 후 재임용’ 軍 간부 증가

작전 중 다친 병사 부사관으로 채용 길도 열려

장교와 부사관으로 전역한 뒤 다시 군문(軍門)을 두드리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육군은 30일 충남 계룡대 대강당에서 열린 ‘2017년 전반기 예비역의 현역 임관식’을 통해 65명(장교 28명, 부사관 37명)의 간부를 임명했다. 이들 10명은 여군이다. 전원 예비역 간부인 이들은 2013년부터 시행 중인 ‘예비역의 현역 재임용 제도’로 다시 군복을 입게 됐다.


예비역의 현역 재임용 제도는 예비역 장교(대위·중위)와 부사관(중사) 가운데 전역 이후 3년 이내인 사람이 다시 현역으로 지원할 수 있게 한 것으로,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인력을 활용하고 청년층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시행 첫해인 2013년 지원자는 42명이었으나 3년 후인 작년에는 148명으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육군은 재임용 규모를 2013년 22명에서 올해는 149명(전반기 65명, 후반기 84명)으로 대폭 늘렸다. 이번 임관식에서 배출된 간부까지 합한 재임용 간부는 모두 198명(여군 37명 포함)에 달한다. 해·공군도 이 제도를 시행 중이지만, 육군에 비하면 규모가 미미하다.

예비역의 현역 재임용 제도에 대한 일선 부대의 평가도 좋다. 육군 인사사령부가 야전 부대 연대장·대대장 4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89%가 재임용 간부에 대해 우수 또는 탁월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응답했다. 재임용 간부는 전역 당시 계급을 받아 3년 동안 단기복무를 하지만, 장기복무자 선발에 지원할 수 있다. 지난 3년간 배출된 재임용 장교의 절반이 장기복무자에 선발됐다.

이번 임관식에서는 세 번째 군 복무에 도전하는 강영은(37) 중사의 사연이 화제가 됐다. 강 중사는 2000년 여군부사관 161기로 임관해 중사로 전역했고 2010년에는 재입대해 하사부터 다시 시작했다. 올해 5월 중사로 전역한 그는 재임용을 통해 다시 중사 계급장을 달게 됐다. 강 중사가 세 번째 임관한 것은 장기복무의 꿈 때문이었다.


강 중사는 ”군인이 천직이라고 생각한다“며 ”과거 군 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전문 부사관으로서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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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임관한 정민석(26) 중위는 2014년 학군 52기로 임관해 일반전초(GOP) 부대 근무 중 발목을 심하게 다쳐 수술을 받고 전역했다. 재활치료를 마친 그는 재임용을 통해 다시 군복을 입었다. 정 중위는 ”꼭 장기복무자로 선발돼 앞으로도 계속 명예로운 군인의 길을 걷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임관식에서 배출된 재임용 간부들은 1주일 동안 보수교육을 받고 다음 달 10일 일선 부대에 배치돼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한편 군은 군 복무 중 전투나 작전에 참가했다가 크게 다친 전·현역 병사가 부사관이 될 수 있는 길을 텄다. 국방부는 30일 “전투 또는 작전 중 부상으로 신체장애를 입은 예비역 또는 현역 병사를 부사관으로 임용할 수 있도록 법령 개정을 완료했다”면서 “이 법령은 7월 1일부로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 법령에 따라 각 군은 다음 달부터 신청을 받게 되는데 해군이 4일부터 8월 3일까지 희망자를 모집한다. 육군과 공군도 곧 모집 공고를 낼 예정이다. 부사관 임용 연령인 27세를 넘지 않아야 한다. 개정 법령은 다른 군인에게 본보기가 될 만한 행위를 한 현역 또는 예비역 병사를 지원 기준으로 했다.

즉 군에서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임무를 수행해 전군의 본보기가 되는 행위, 희생을 감수하고 솔선수범해 군의 명예를 대외적으로 드높인 행위, 작전수행 중 큰 전공을 세운 행위, 부하 또는 동료 등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희생을 무릅쓴 행위 등이다. 그간 전투와 작전, 훈련 중 부상으로 신체장애를 입은 병사는 현역 복무를 희망해도 계속 복무할 수 없었다.

국방부는 이런 제도적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유공 신체장애 전·현역 병사’가 희망하면 소정의 절차를 거쳐 부사관으로 임용되도록 ‘군인사법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국방부는 “국가를 위해 헌신하다가 신체장애를 당한 병사들에게 계속 현역으로 복무하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 예우이고 보훈이라는 생각에서 제도를 마련하게 됐다”면서 “군도 장애인 고용 확대라는 시대적 흐름에 동참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황규 국방부 인사기획관은 “국가안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사람들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진정한 영웅”이라며 “이들에게 국가를 위해 계속 봉사할 기회를 주는 것이 영웅을 예우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권홍우기자 hongw@sedaily.com

권홍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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