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오너공백에 미래투자 올스톱...13조 수익에도 울고 싶은 삼성

경쟁사 애플은 사업재편 나서고

소니·샤프도 부활 날개 펴는데

삼성은 올들어 M&A 한건 없고

조직쇄신 등 기업 체질개선 난항

사상 최대 분기 영업이익 불구

자축 분위기커녕 위기감만 팽배



삼성전자가 올 2·4분기 13조원이 넘는 창사 이래 최대 영업이익을 낼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애플의 2·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약 12조원인 것을 감안하면 삼성전자가 애플을 제치고 글로벌 비금융기업 중 분기 영업이익 1위 자리에 등극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 같은 눈부신 실적을 자축하는 분위기는 삼성 내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되레 삼성 임직원들의 낯빛은 어둡고 위기감이 팽배하다.

삼성전자의 주력인 반도체는 부침이 심한 사업이다. 지금의 성과가 수년 전 투자의 결실이라는 것을 삼성 내부는 정확히 알고 있다. 하지만 ‘넥스트 반도체’를 이끌 미래 사업이 잘 보이질 않는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비롯된 오너 경영 공백이 벌써 반 년째 이어진 가운데 삼성이 ‘고인 물’처럼 정체돼 있다는 평가가 그룹 안팎에서 나온다. 지난해 말까지 활발하던 인수합병(M&A) 실적은 ‘제로(0)’이며 최고경영자(CEO)가 장기간 교체되지 못하면서 조직 쇄신도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삼성의 한 고위관계자는 30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실상 경영에서 손을 놓은 지난 반 년간 삼성이 무엇을 했는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며 “올 들어서는 미래를 위한 선제적 투자를 하지 못했고 그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이 더욱 우려스럽다”고 토로했다.


실제 화학·방산 계열사 매각, 전장 기업 하만 등 유망 글로벌 기업 인수를 추진하면서 빠르게 돌아가던 삼성의 사업재편 시계는 이 부회장의 구속과 함께 멈춰 섰다. 그러는 사이 주력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부문에서는 중국이 매섭게 추격하고 있고 TV 시장 또한 소니·샤프 등 전통의 강자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제너럴일렉트릭(GE)과 IBM 등 삼성처럼 제조업을 모태로 한 글로벌 기업들은 ‘플랫폼’이나 ‘클라우드’ 사업 등에 뛰어들며 빠르게 체질을 개선 중이다. 막대한 현금을 보유한 애플은 자율주행차나 동영상 스트리밍 사업에까지 눈독을 들이고 있다. 그만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글로벌 기업들의 사업재편 니즈가 크고 움직임이 활발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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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삼성의 주력 사업들은 여전히 대규모의 설비투자가 필요하고 업황에 따른 리스크도 높다. 시황에 따라 실적이 춤을 춘다는 얘기다. 메모리 반도체는 슈퍼 호황을 당분간 유지할 것으로 예측되나 디스플레이는 액정표시장치(LCD) 부문에서는 중국 업체들이 국내 업체들을 사실상 따라잡았다. 가전 사업 역시 삼성이 경쟁력을 보유한 ‘프리미엄 시장’에서 글로벌 가전 업체 간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중국의 반도체 경쟁력이 아직 삼성에 한참 못 미친다고 하지만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시스템 반도체와 달리 충분한 자본력만 있다면 못 따라올 사업도 아니다”라며 “반도체 시장에서의 ‘중국 굴기’가 예사롭지 않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삼성의 문제를 수년 전부터 고민해왔고 해법을 찾아가던 이 부회장의 부재가 더욱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법정에서 공개된 바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삼성을 애플처럼 ‘설비투자 없이도 돈 잘 버는 회사’로 탈바꿈시키고자 했다. 반도체 사업의 우위를 지키면서도 설비투자 리스크가 적은 신사업을 통해 이익의 균형을 맞추려 한 것이다. 삼성 고위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잘하는 것에만 집중해도 글로벌 1위 달성이 어렵다’는 차원에서 이미 10여년 전부터 비주력 사업의 매각과 더불어 기존 주력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신사업의 M&A 필요성 등 삼성의 체질 개선을 고민해왔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구속 기간은 오는 8월27일까지지만 재판은 9월까지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부품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DS 부문장)이 사실상 총수 대행을 하며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오너 부재로 인해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M&A 등 대규모 투자 결정은 하반기에도 이뤄지기 힘들다는 점에서 큰 우려를 낳는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최태원 회장 복귀 이후 확 달라진 SK그룹을 보면 오너의 결단과 전략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다”며 “삼성 특유의 저돌적 DNA가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 매우 아쉽다”고 말했다.

/윤홍우·신희철기자 seoulbird@sedaily.com

윤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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