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미세먼지가 '자연재난'인 이유

류경기 서울시 행정1부시장



“지하철에 산소 칸을 도입해주세요.” “시내버스 천장에 텃밭을 만들면 효과가 있지 않을까요.” “인천 앞바다에 대형 분수를 설치하면 중국에서 날아온 미세먼지가 가라앉을 것 같아요.”

이들은 서울시가 지난 5월27일 광화문광장에 마련한 사상 초유의 집단지성 테이블 ‘서울시민 미세먼지 대토론회’에서 나온 이색 아이디어들이다. 아이부터 어르신, 시장과 교육감, 연령도 성별도 무엇도 따지지 않고 ‘시민’이라는 이름 아래 모인 약 3,000명이 2시간 동안 내놓은 아이디어는 무려 2,080여개에 이르렀다.

특히 미세먼지 문제는 남 탓이 아닌 내 탓을 해야 한다는 어느 초등학교 4학년 어린이의 뚝심 있는 발언이 큰 울림을 줬다. 바로 나부터 자가용 이용을 줄이고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 산업 부문에서는 건설기계에 미세먼지 저감장치를 부착해야 한다, 대형건물이나 주택을 신축할 때는 난방기에서 발생하는 유해가스를 최소화하기 위한 친환경·저녹스보일러를 설치해야 한다, 석탄발전소도 줄여나가야 한다 등이다.


이렇게 나부터 우리부터 다소간의 불편과 비용투자를 감수하겠다는 의지와 실천이 전제될 때 미세먼지 배출원을 실효성 있게 제거해나갈 수 있다. 서울 시내 미세먼지의 국내 요인 가운데 교통 부문이 37%, 난방은 39%로 이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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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시민 대토론회 후속대책으로 발표한 ‘미세먼지 10대 대책’ 역시 미세먼지 문제는 남의 문제가 아닌 바로 오늘 내 삶의 문제라는 인식을 전 시민이 공유하고 함께 문제를 극복해가자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광화문광장 대토론회에서 미세먼지가 ‘자연재난’임을 선포했다.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만큼 치명적인 미세먼지에 대해 모든 재원과 행정력을 집중해 해결해나가겠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오염으로 인한 한국의 조기 사망자 수는 2010년 1만7,000명이었고 오는 2060년이면 5만2,000명에 이를 것으로 우려된다. 이것이 바로 미세먼지가 ‘자연재난’으로 취급돼야 하는 이유다.

7월부터 서울시는 숨쉬기 힘들 정도로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는 서울시장 권한으로 ‘서울형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하고 자율형 차량2부제를 시행한다. 80%가 넘는 시민이 지지한 정책이다. 이제 0시∼오후4시 기준으로 초미세먼지(PM2.5) 평균농도가 ‘나쁨(50㎍/㎥ 초과)’이고 다음날도 그 상태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이날 오후6시에 시민들에게 문자로 예고해준다.

시민 여러분. 문자를 받으신 다음날은 차량 2부제에 동참해주세요. 자동차는 두고 버스나 지하철을 적극적으로 이용해주세요. 서울시는 하루 36억원의 부담을 감수하고라도 미세먼지를 반드시 잡아 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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