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경부고속도로에서 졸음운전으로 2명이 사망하고 16명이 다친 사고를 낸 광역버스 운전기사 김모(51)씨는 이틀 동안 하루 16시간씩 운전을 하고 하루 쉬는 형태로 일해왔다. 김씨의 근무일지를 보면 이달 5일 15시간30분, 이어 6일에는 18시간15분을 근무했다. 7일 하루는 쉰 뒤 사고 전날인 8일에는 18시간9분을 근무했다. 사고 당일인 9일에는 오전6시에 일어나 7시15분부터 운행을 시작했다. 오산과 사당을 두 차례 왕복한 뒤 점심을 먹고 세 번째 사당으로 향하던 오후2시46분께 사고를 냈다.
이틀 연속으로 법정 근로시간(주당 최대 52시간)을 초과해 근무하는 형태는 일반인들이 보기에 과도하다고 느껴지지만 현행법상 합법이다. 운수업은 근로기준법 59조(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의 특례)에 따라 특례업종으로 구분돼 있기 때문이다. 이 조항으로 노사의 합의가 있으면 근로시간과 휴게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 운전기사들이 사측에 비해 협상력이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버스 운영사가 원하는 대로 근무 조건을 정할 수 있는 셈이다.
1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오는 14일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 경기도와 교통안전공단, 전국버스연합회, 운수업노동조합 등 관계자들이 모여 이번 사고에 대한 보완대책을 논의한다. 이번 회의에서 국토부는 문제의 근로기준법 59조를 손보는 방안을 제시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운수업종 종사자들의 수면과 휴식, 식사 등 생리적인 현상을 위한 시간까지 노사 합의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되다 보니 근로조건이 지금처럼 열악해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를 법적으로 보장하도록 강제하는 안을 고심하고 있다. 운수업의 특성상 특례업종에서 빠지게 되면 시민들의 불편이 커지는데다 운수업체들의 경영상 어려움이 많다고 판단해 특례업종에는 그대로 두는 대신 생리적 현상 보장에 대한 부분은 노사 협의 사항에서 빼고 강제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방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운수업에서 사용자와 노동자는 아무래도 갑을관계에 있는데 근로기준법상 특수업종이라 해서 모든 것을 노사합의로 결정한다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근로기준법을 개정해서 수면과 휴식 등 생리적인 부분은 노사합의 사항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부도 근로기준법 개정과 관련해서는 정해진 게 없다면서도 운수업에 대한 근로여건 보완 대책은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고용부의 한 관계자는 “근로기준법 특례업종인 운수업에 대해 근로시간 통제가 안 돼 근로자들이 좋지 않은 여건에서 운행을 하게 되고 이에 따라 안전사고가 발생하는데 이에 대한 보완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국토부와 함께 실태 조사를 한 뒤 대안을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운수업 종사자들의 1일·1주 최대 운전시간에 대한 규정이 마련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운수업 종사자들의 1일 최대 운전시간이 노사 합의에 의해 20시간으로 하더라도 문제가 없지만 유럽연합(EU)과 일본 등은 하루 9시간으로 정해져 있다. 최경임 교통안전공단 교육처장은 “근로기준법에서 운수업을 특례업종에서 빼기가 어렵다면 1일·1주간 근로시간에 대한 상한제 도입이 필요하다”며 “평균 근로시간이 얼마 안 되더라도 균등하지 않고 쏠려 있다면 졸음운전 사고는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
국토부는 또 이번 사고의 보완 대책으로 ‘차로이탈경고장치(LDWS)’에 전방추돌경고 기능을 포함하도록 재정 지원을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졸음운전 경고 장치의 개발을 서둘러 빠르게 상용화하고 사고 취약 도로에 졸음 사이렌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다.
/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